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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최재형에 기대감은 환상, 곧 깨질 것"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원희룡 대선 예비후보 ① "공정경선 위해 온 몸 던져"

등록 2021.08.25 13:41수정 2021.08.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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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1. 당 내 대선주자들이 모여 쪽방촌 봉사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 행사에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는 불참했다. 그런데 다른 후보에게도 불참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는 폭로가 있었다.

2. 이준석 당대표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저거, 곧 정리된다"고 말했다. 폭로자는 '윤석열 후보 쪽은 곧 정리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고, 이준석 대표는 통화녹취록을 공개하며 '당 내 갈등상황이 정리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두 사건 모두 폭로자는 원희룡 대선 예비후보(전 제주도지사)다. 한번은 윤석열 후보를 치고, 다음엔 이준석 대표를 치면서 이슈가 됐는데, 이를 두고 '지지율이 낮은 후보가 인지도 상승을 노리고 분란을 일으킨 거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하지만 원 후보의 두 차례 폭로 뒤 중구난방이던 국민의힘이 정리돼 가는 느낌이다. 이준석 대표를 향한 공격이 난무했던 윤석열 후보 측이 잠잠해지는 동시에 이준석 대표 역시 입이 무거워졌다. 경선을 일방적으로 기획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선거관리위원장까지 맡을 걸로 보였던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은 사퇴했고 정홍원 전 총리가 선관위원장을 맡았다.

2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원희룡 예비후보는 "공정 경선이 이미 이탈했는데, 정상궤도로 되돌리지 않으면 나중에 큰 후환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 온 몸을 던진 것"이라고 폭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게 정리됐으니 나는 원래 경쟁자인 윤석열에 초점을 맞춰야지"라고 했다.

두자리수 지지율을 기록한 적이 없는 원 후보가 당내 부동의 1위 윤석열을 이길 수 있을까. 우선 최재형부터 따라 잡아야 하지 않을까. 정치권 밖에 있었던 윤석열·최재형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원 후보는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웠다는 것에 대한 환상적인 기대감,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대감"이라며 "깨질 가능성이 많다"고 단언했다.

제주 서귀포 출신인 원희룡 전 지사는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 검사 생활을 이어가던 중 김부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권유로 1999년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인 2000년 16대 총선 때 서울 양천갑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남경필·정병국과 함께 한나라당 개혁을 주도하는 '소장개혁파 운동'을 이끌며 정치 이력을 이어왔다. 17·18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구갑에 내리 당선됐고, 2014년 6월~2021년 8월까지 제주도시자를 지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지사직을 중도 사퇴했다. 


다음은 원희룡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원희룡이 말하는 폭로의 이유

-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를 비판한 뒤 이준석 대표까지 비판하면서 일각에선 원희룡 개인의 존재감이 부각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당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라는 지적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제 경쟁자는 윤석열 예비후보다. 후보가 당에 들어와 정책은 안 만들고 난리를 피우니 토론과 검증의 장으로 들어오라 한 것이다. 그러다 제가 갑자기 이준석 대표를 문제 삼은 건 경선 룰 때문이었다. 여론조사 반영 비율, 역선택 방지, 일정 등은 후보들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후보들 의견을 취합해 조정하고, 객관적인 근거로 경선룰을 만드는 게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아직 당내 선관위도 구성되지 않았는데, 압박 면접, 택시 면접, 합숙프로그램 등 경선 방식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됐다. 제가 아주 기겁했다.

이 때문에 서병수 당시 경선준비위원장과 면담하고 장시간 통화했는데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대표와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제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통화까지 이뤄진 거다. 저는 이 대표가 고려 기간을 갖고 휴가가 끝난 뒤 후보들의 의견을 듣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통화 다음 날 일사천리로 (경선 일정을) 발표해버렸다. 대표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왜 경선에 관여하느냐, 왜 결정도 안 된 것을 발표하나'라고 했더니, (이 대표는) '관여한 것 없다, 결정된 거 하나도 없다'고 했다. 사실 이 대표와 만나서 얘기하면 되는 부분이었는데, 이 대표가 휴가를 가는 바람에 통화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처음부터 통화 내용을 폭로하려던 건 아니다.

당내 대선주자 토론을 당겨서 하는 건 저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일부 후보가 불공정하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러다간 공정한 경선 자체가 좌초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김기현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에 '당신들이 나서서 바로 잡아라'라고 했다. 그런데 다들 발을 뺐다. 저는 공정 경선이 이미 이탈했는데, 정상궤도로 되돌리지 않으면 나중에 큰 후환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 온 몸을 던진 거다.

결론적으로 서병수 경준위원장이 물러났다. 그런데도 경준위서 논의된 사안이 이미 추인된 것처럼 얘기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차후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 주관적이고 독단적인 경선안이 그냥 굳어져 버리는 데 대해 온몸 던져 50%는 막았다. 할 일을 했다 생각한다."

- 본인의 존재감을 높이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선 자체가 불공정으로 흘러가고 있어 막지 않을 수 없었다?

"온 몸 던져 막은 거다. 그게 정리됐으니 나는 원래 경쟁자인 윤석열에 초점을 맞춰야지. 제가 원래 경선 레이스를 열심히 달리고 있었는데, 불공정 경선이라는 게 갑자기 끼어들어 중앙선을 침범하니 그것부터 원래 차선에 밀어넣은 거다."

"원희룡 지지할 사람들이 지금은 윤석열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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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윤석열과의 대결구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지율 차이는 엄청나다. 인지도 때문이라 생각하나.

"인지도도 문제가 있는데, (유권자가) 다른 사람이 아닌 꼭 원희룡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문제도 있다."

- 국회의원을 3번 지냈고, 제주지사도 2번 했다. 이름을 알려온 기간은 굉장히 오래됐는데.

"(2012년 19대 총선에 불출마하며 중앙 정치 무대를 떠난) 10년 가까운 공백기 동안 많이 지워졌다고 본다. 실제 여론조사 해보면 40대 이하, 특히 30대 이하에선 '원희룡이 누구냐'는 답이 많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경쟁 후보에 비해서 두 자리 숫자만큼 인지도 차이가 있다."

- '다른 사람이 아니라 꼭 원희룡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은 이유는 뭐라고 보나.

"이번에는 윤석열이 (대통령) 하고, 다음에는 원희룡이 하라는 것 같다. 그런 인식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아직 제가 젊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윤석열과 겹치는 지지층 중 이런 식으로 윤석열을 1순위로 생각하는 사람이 꽤 된다. 50대 이상 지지층 가운데 홍준표, 유승민은 절대 지지하지 않을 사람들 중 원희룡을 지지할 사람들이 (윤석열 지지층으로) 가 있다고 보면 된다.

저는 (윤석열이) 아직 준비가 안 돼 있고, 검증도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동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그렇지만 윤석열 지지층은 웬만하면 일단 봐주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많이 있다. 정권교체, (사회 문제를) 대청소를 할 강단, 그런 측면에서 아직은 윤석열에 대한 기대가 모여 있다. 여러 지형의 문제, 상황의 문제라고 본다. 과연 1~3개월 뒤에도 똑같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복잡한 이해관계나 정치 과정 돌파 경험 없는 인물들"

- 관료 출신 인사들이 의원이나 지자체장도 해보지 않고 곧바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 권력분립에 큰 해가 되지 않는가.

"권력분립에도 문제가 되지만, 대통령 자체가 행정부 최고 수장이기도 하면서, 가장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하는 정치가 된다."

-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7월 말(26~27일 조사)부터 국민의힘 지지층의 야권 후보 적합도 1위는 윤석열이고, 2위는 최재형이다. 이들은 '정치물을 먹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정치 경력을 경험과 경륜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구태에) 물들어버린' '버려야 할 것'으로 바라본다. 정치에 대한 전체적인 불신이 있다. 그리고 지난 박근혜 정부 탄핵을 거치면서 특히 국민의힘이 벗어나지 못한 어두운 그림자가 있어서 국민은 뭔가 새로운 인물을 기대하는 거다. '이 사람들은 아직 검증을 거치진 않았지만 확정적으로 물들고 실패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매우 불확실하다. 사실 정치가 그런 식으로 이뤄질 순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경험이 없고, 복잡한 이해관계나 정치 과정을 돌파해 본 적이 없는 인물들이지 않나. 경험이 없더라도 뛰어난 사람이라면 여러 도움과 천부적인 기질로 돌파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다. 앞으로 두고 보면 안다. 간단한 가게를 하나 운영하더라도, 아니면 아이들끼리의 갈등 하나를 조정하더라도 나름대로의 경험과 고민을 필요로 한다. 지금 (윤석열과 최재형에 대한 지지율은)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웠다는 것에 대한 환상적인 기대감,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대감이다."

- 그런 기대감이 깨질 것으로 보나.

"깨질 가능성이 많다."

- 윤석열과 최재형이 각광받는 현실에 기존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반성해야 하지 않나?

"반성을 많이 한다. 우리가 얼마나 불신을 사고, 얼마나 국민에게 승리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못 주면 그렇겠나.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을 다 잡아넣은 그런 인물에게 나라의 모든 운명을 맡기려고 하나, 자괴감까지 든다.

저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 때나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상황에서 제주에 가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얼굴로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 분열 출마해 실패한 사람들 아닌가. 원희룡의 본선 경쟁력을 입증하면 또 다른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뛰는 거다."

"여가부 폐지는 안돼... 비핵화는 단계적 CVI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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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한편으론 유승민 전 의원과 성향이 비슷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개혁 보수를 추구한다는 큰 흐름에서 보면 그렇게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러 성향이나 추구하는 정치 리더십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저는 팀워크, 집단의 힘을 상대적으로 더 중시한다. 소장파 개혁운동도 20년 줄기차게 해오지 않았나. 내용을 살펴보면 유승민 후보와 차별점이 많다."

-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준석 대표가 했고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공약하기도 했는데.

"저는 여가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여가부가 해야 할 일을 아직 완수하지 않았다고 본다. 여가부를 폐지하자는 그 논의 자체가 젠더 갈등을 더 부추긴다. 저는 젊은 세대의 젠더갈등 중 남성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바가 많다. 그렇지만 한쪽 편을 들고 한쪽에서 갈등을 더 증폭시키는 방향은 아니다. 취업·교육·병역 등 같은 세대 내에서 성대결로 가는 부분에 있어서 모두에게 기회를 넓히고 숨통을 틔어줘야 한다.

남성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 주장하지만 그건 동세대 경쟁만 봐서 그렇다. 여성 입장에선 앞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가사·육아 등에서의 차별이라는 장벽이 있기 때문에 아직 양성평등이 다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남성들은 군대·취업·데이트·결혼 이런 것만 봤을 때 과거 부모세대에 비해서 (부당하다고 생각해) 분노한다. 그런 마음은 이해가 된다.

여가부 폐지 이슈로 갈등을 더 키우는 방식은 반대한다. 대신 굳이 얘기하자면 기존에 여가부 산하기관장이 '남성이 잠재적 성범죄자가 아니란 걸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등 헛소리 많이 했지 않나. 그러면서 성범죄 사례에 대해선 지나치게 진영 논리에 빠져서 대응하고, 성대결을 부추기는 잘못된 교육을 하면서 일선에서 광범위한 반발과 비판에 직면하게 된 거다. 여가부가 게임을 관리하는 데인가? 그런 점에 대해선 강도 높게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잘못된 여가부의 인사와 사업, 교육은 전면적으로 시정해야 한다."

- 대통령이 되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서울에서 만날 수 있나.

"김정은이 서울로 와야 한다. 오기로 했지 않나, 왜 안 오나. 언제든 만나야 하는데, 내용이 문제다. 지금처럼 비핵화 얘기는 안 하고 뒷돈 주는 건 아니다. 원칙 있는 평화, 비핵화, 북이 정상국가로 가는 궤도상에서 한발짝이라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끔 원칙을 갖고 만날 수 있다면 자주 만나야 한다.

- 비핵화는 일괄 타결을 통해서인가, 단계적 비핵화인가.

"내가 생각하는 비핵화 방식은 단계적 비핵화다. 어떻게 한번에 다할 수 있겠는가. 대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비핵화여야만 한다."

- 단계적으로 비핵화하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 인터뷰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이재명 지지세 단단하지만 허약, 대결적 자세론 과반 못 돼">)
#대선주자 #원희룡 #국민의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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