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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高', '리딩리딩'...우리말 파괴가 혁신교육?

경기교육청·경기혁신교육연수원 '한국어식 영어' 무분별한 사용...한글학자들 "뭘 배우겠나”

등록 2021.08.30 17:25수정 2021.08.3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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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기도교육청 업무포털 첫 화면. ⓒ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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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에 실렸던 경기도교육청 업무포털 첫 화면. ⓒ 경기도교육청

 
혁신교육을 내세운 경기도교육청과 교육청 직속 경기도혁신교육연수원이 '렛츠高', '리딩리딩'과 같은 '한국어식 영어'를 홍보물 제목으로 여러 차례 사용해 "모국어 파괴가 혁신교육이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경기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육청 업무포털 접속 첫 화면에는 '고등학생이 다닌다. 렛츠高 경기꿈의대학'이란 제목이 적힌 홍보 그림이 맨 앞에 나타난다. 영어 ''Let's go'를 한글과 한자로 섞어 쓴 것으로, 어떤 뜻을 가진 말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경기꿈의대학은 고교생들에게 경기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대학이나 기관에서 특별 개설한 강좌를 제공하는 경기도교육청의 대표 혁신교육 계획 가운데 하나다.

이 업무포털 첫 화면에는 한 주 전에도 '융합외국어교육 컨퍼런스'란 제목이 달린 홍보 그림이 걸려 있었다. 바른 외국어 표기법은 '컨퍼런스'가 아니라 '콘퍼런스'로, 큰 규모 회의를 뜻하는 외국말이다.

빈번한 외국말 사용은 경기도혁신교육연수원 홍보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연수원은 '도서요약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홍보 그림 제목으로 '북클럽 리딩리딩'이라고 적었다. 이 연수원에서 현재 운영하는 기획역량향상과정의 홍보 그림판에 적힌 주제별 제목에는 보고스피치, 생각정리스킬, 메타버스란 단어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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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직속 경기도혁신교육연수원이 만든 홍보 그림. ⓒ 경기혁신교육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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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직속 경기도혁신교육연수원이 만든 홍보 그림. ⓒ 경기혁신교육연수원

  
하지만 이 같은 무분별한 외국말 사용은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는 국어기본법 제14조 위반 가능성이 크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경기도교육청의 각종 알림 글을 보면 교육을 책임진 기관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을 망치려는 기관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 "모든 교육은 쉽고 바른 말이 기본인데 렛츠高와 같은 잡탕말에다가 맞춤법도 틀린 컨퍼런스, 무슨 말인지 종잡을 수 없는 리딩리딩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이런 모국어 파괴를 통해 어떤 홍보 효과를 거둔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도 "좋은 우리말이 분명히 있는데도 외국어에 한자까지 왜 마구 가져다 쓰는지 모르겠다"면서 "교육청이 이러면 학교에서 따라서 그럴 것이고, 학생들이 또 이를 배우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 말 사용을 공문으로 여러 차례 안내했지만 부서에 따라 편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기도교육청이 만든 모든 포스터를 놓고 비교를 해야지, (외국어를 사용해) 눈에 띄는 몇 가지만 갖고 분석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혁신교육연수원 관계자도 "제한된 공간에 복합적인 뜻을 명확하게 보이려다 보니 외국어를 사용한 것 같다"면서 "우리말을 점차 늘려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우리말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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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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