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08 13:10최종 업데이트 21.09.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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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공공사는 9월 3일 ‘머드맥스’라는 제목으로 1분 27초 분량의 서산 소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영상 갈무리

 
[검증대상] 한국관광공사의 '머드맥스', 표절이다?

"아이디어 도용 당했네. 대기업(한국관광공사)이 중소기업(유튜버) 아이디어 베껴서 지들꺼인것 마냥 화려하게 포장해서 제품 출시 당했네 ㅠㅠ" (내이름은***, 9월 7일 유튜브 '머드맥스 : 바지락의도로 [매드맥스 패러디]' 댓글)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2015, 아래 '매드맥스') 속 한 장면을 패러디한 '머드맥스' 영상이 4일 만에 조회수 150만 회를 넘으며 화제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일 유튜브에 공개한 관광 홍보 영상인 '필 더 리듬 어브 코리아 - 서산 편(Feel the Rhythm of Korea - Seosan)'은 경운기 수십 대가 충남 서산 갯벌을 달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관련 기사 : "울 아부지 경운기가 이렇게 힙하다니" 대박 난 서산 '머드맥스' http://omn.kr/1v33v).

이 영상은 지난 3월 말 한 유튜버가 처음 올렸던 '충청도 매드맥스' 영상과 콘셉트가 비슷해 누리꾼 사이에서 표절 논란이 일었다. 과연 한국관광공사가 원조 영상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쓴 것을  도용이나 표절 등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는지 짚어봤다.

[검증내용] 논란의 기원 :  KBS 뉴스 영상 활용했던 '충청도 매드맥스' 삭제 사건

경운기가 갯벌 위를 질주하는 '머드맥스' 영상의 원조는 KBS 뉴스였다. KBS는 지난 3월 29일 충남 태안군 근소만에서 바지락을 채취하는 어민들이 백여 대의 경운기에 탄 채 갯벌 위를 질주하는 모습을 담았다([KBS] 서해안 갯벌 소식... 근소만 바지락 채취 시작).

이후 당시 한 유튜버가 3월 30일 KBS 뉴스 영상에 영화 '매드맥스' 배경 음악을 입힌 48초짜리 영상 '충청도 매드맥스'를 인터넷에 올렸고, 곧 '밈 현상'(밈은 '문화적 유전자'란 뜻으로, 기존 콘텐츠를 가공하고 재해석해 2차 콘텐츠를 만들어 소비하는 행태를 말한다)으로 번졌다.
 

'충청도 매드맥스' 유튜브 영상에 활용된 KBS 뉴스 영상. KBS는 지난 3월 29일 ‘서해안 갯벌 소식... 근소만 바지락 채취 시작’ 보도에서 백여 대의 경운기들이 바지락을 채취하려고 충남 태안군 근소만 갯벌 위를 질주하는 모습을 담았다. ⓒ KBS

 
하지만 뉴스 영상을 제작한 KBS 대전총국에서 지난 4월 7일 '충청도 매드맥스' 유튜브에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삭제를 요구하는 댓글을 남겼고, 이후 이 영상은 사라졌다. 그런데 정작 KBS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크랩'에서 같은 날(4월 7일) 이와 비슷한 콘셉트로 <'바지락 바지락님이 날 보셨어!' 서해안 '머드맥스'>라는 제목의 패러디 영상을 올렸다. 저작권을 주장하는 KBS가 오히려 유튜버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결국 KBS도 이 영상을 삭제했다.

지난 5월 13일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던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KBS 시청자위원)은 6일 <오마이뉴스>에 "수신료를 받는 방송사에서 만든 뉴스 영상을 활용해 비영리 목적으로 만든 콘텐츠는 KBS에서 열린 자세로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저작권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임장원 KBS 통합뉴스룸 국장은 "공교롭게 시기가 겹치면서 KBS가 2차 제작물을 독점하기 위해서 민간의 2차 제작물을 삭제하려 했다는 오해가 빚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여러 사람이 일종의 밈을 활용해서 2차 제작물을 만드는 행위를 아이디어 도용이나 표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KBS 시청자위원회 회의록).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은 <오마이뉴스>에  "('충청도 매드맥스' 영상은) KBS 뉴스 영상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고 KBS의 삭제 요청은 법적으로는 정당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영화 실제 장면이나 배경 음악을 가져다 쓰면 저작권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원조 머드맥스' 영상은 저작권 문제로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패러디 영상이 계속 확산됐고 한국관광공사의 '머드맥스'로 이어졌다. 
  

<매드맥스>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지리 주민들이 출연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서산 홍보영상인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서산편' ⓒ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갈무리

 
저작권위원회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관광공사 '머드맥스' 영상은 저작권 문제가 없을까? 전문가들은 '머드맥스' 영상은 영화 <매드맥스>와 KBS 뉴스 영상에서 아이디어만 가져왔을 뿐, 자체 제작한 영상과 배경 음악을 사용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요소는 없다고 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6일 <오마이뉴스>에 "'머드맥스' 홍보 영상에선 실제 영화에는 없는 경운기를 타고 움직이는데, 영화와 같은 영상을 가져다 쓴 게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일부 영상 연출을 패러디한 것"이라면서 "누가 봐도 '매드맥스 영상을 패러디한 것'을 떠올릴 수 있어 도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혜창 팀장도 "아이디어를 영상물이나 음악, 출판물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한 건 보호 대상이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영화 '매드맥스' 한 장면을 패러디하고 자동차를 경운기로 대체한 콘셉트 자체는 저작권 침해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머드맥스'란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아이디어 베끼기'라는 윤리적 비난 대상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택 사무처장도 "'머드맥스' 홍보 영상은 저작권 위반 문제가 아니라 정부부처의 창의성 부족 문제로 봐야 한다"라면서 "창의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재정과 기반이 있는 정부부처에서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 현상을 가져다 손쉬운 방식으로 홍보 영상을 만든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작권을 앞세운 KBS 행태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던 '머드맥스' 아이디어를 가져가려면 당시 상황을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갔어야 했다"면서 "적어도 원저작자에게는 아이디어 사용 사실을 알렸어야 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 "원조 영상에서 착안했지만... 밈 현상 활용 문제 없어"

한국관광공사는 7일 <오마이뉴스>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머드맥스' 제작 당시 원조 영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는 "서산 도시의 브랜딩은 갯벌을 주제로 찍었는데 갯벌 관련 영상을 검색하다가 레퍼런스 영상으로 봤다"면서 "이에 따라서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영상을 다시 보면서 한국 관광 홍보 영상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누리꾼의 '아이디어 도용' 지적에 대해 공사는 "인기 영상에 대한 밈이나 패러디 현상을 활용한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머드맥스'란 단어도 누가 처음으로 썼는지도 모호하며 저작권에 등록된 창작물이 아닌, 밈과 패러디로 디지털 세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증결과] '머드맥스' 표절 주장은 '거짓'

한국관광공사에서 충남 서산 홍보 목적으로 제작한 '머드맥스' 영상이 유튜브 패러디 영상에 착안해서 제작한 건 사실이지만, 원조 영상과 달리 자체 제작한 영상과 음악을 사용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 또한 영화 <매드맥스> 한 장면을 패러디한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한국관광공사 '머드맥스' 영상이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표절하는 등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한다.

한국관광공사 '머드맥스'는 저작권 침해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주장일
    2021.09.07
  • 출처
    유튜브 댓글출처링크
  • 근거자료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록(2021.5.13)자료링크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 전화 인터뷰(2021.9.6)자료링크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전화 인터뷰(2021.9.6)자료링크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전화 인터뷰(2021.9.6)자료링크 한국관광공사 서면 인터뷰(2021.9.7)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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