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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군대 이야기? 'D.P.'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 D.P. >

21.09.07 17:37최종업데이트21.09.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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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포스터.? ⓒ 넷플릭스

 
2015년부터 외부에 공개하기 시작한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군무이탈 즉 탈영 입건이 2019년 기준으로 연간 115건 발생했다. 생각보다 훨씬 낮은 수치인 듯한데, 5년 전인 2014년엔 472건에 달했다. 이 사이의 추이가 중요한데, 2015년엔 309건으로 파격적 감소를 보였고 2016년에도 2017건으로 엄청나게 줄었다. 이후부턴 상대적으로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2014년에 군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공고롭게도 2015년부터 국방통계연보를 외부에 공개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 유명한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2014년에 세간을 흔들었다. 2014년 4월 윤 일병이 4개월간 선임 4명에게 폭행을 당해 죽음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초급 간부 1명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해 6월엔 임 병장이 동료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한 후 탈영했다.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는 자신을 따돌리고 비하하는 동료들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 D.P. >는 2014년을 배경으로 탈영병 체포가 주업무인 군무이탈체포전담조, 일명 D.P.의 이야기를 다뤘다. 김보통 작가의 2015년작 웹툰을 원작으로 <뺑반> <차이나타운> 등의 한준희 감독이 제작, 연출, 각본까지 맡았다. 김보통 작가도 각본에 참여해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2020년 초에 정식으로 개명된 '군사경찰'(옛 '헌병)이 Military Police 즉 'MP'라면, DP는 뭘까. 정식 명칭은 'Deserter Pursuit'이지만, 'Dirty Play'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탈영 둘러싼 잡음에 대하여

탈영 혹은 군무이탈, 일반인이라면 탈영은커녕 군대에도 관심이 없을 텐데 군인이라고 다르진 않을 테다. 군 생활 하면서 크나큰 사건의 직간접적 당사자 혹은 관계자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위병초소에서 한낮에 근무했을 때 눈앞에서 탈영을 시도했던 이등병을 직접 잡은 경험이 있고 평소 욕설과 폭언과 괴롭힘을 서슴지 않았던 옆 내무반 선임이 후임의 신고로 구속되는 걸 본 적도 있다.  

< D.P. >에도 적나라하게 나온다. 아이러니하게 군사경찰 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차마 글로 담기 힘든 고문 같은 가혹행위로 조석봉 일병이 탈영했을 때 헌병대장이 일이 번지기 전에 우리 부대 일이니 만큼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자고 명령한다. 또 지원을 온 경찰에게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폐쇄적이기 이를 데 없는 군대, 작정하면 그 어떤 것으로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탈영의 다양한 이유들

탈영병 혹은 군무이탈병은 군법상 명명백백한 가해자다. 군인으로서 반드시 행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조석봉 일병을 비롯 신우석 일병, 그리고 코고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잠을 잘 때 방독면을 써야 했고 그 안으로 물을 부어 숨을 못 쉬게 하는 고문을 당한 최준목 일병 모두 엄연한 피해자였지만 탈영을 선택함으로써 가해자가 됐다.  

극중에서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탈영병들이 아닌 여타 다른 이유로 탈영을 한 이들도 있다. D.P.조 한호열 상병과 안준호 이병이 잡기 위해 가장 애를 먹은 정현민 일병. 그는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그녀에게서 돈을 갈취하며 아버지한텐 당신이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소리친다. 그의 탈영엔 별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가 하면, 허치도 병장의 경우 집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봉변을 당할까 봐 할머니를 지키고자 탈영한 케이스다. 

작품이 영리하게 시리즈 중반부를 입체적으로 끌고 갔는데, 탈영의 이유가 천편일률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군대'라는 곳을 더더욱 괴물적으로 보이게끔 하면서도 한편 필요악처럼 느끼게끔 한다. 

군대야말로 가해자다

결국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건 뭘까. 15여 년 전, 육군본부가 고소를 하기까지 했던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군대 내 만연한 폭력, 서서히 가해자가 되어 가는 피해자, 사라지지 않는 대물림되는 악습. 작품은 이렇게 말했다. 군대 내에서 가해자는 없다고, 모두 피해자라고, 군대라는 시스템 자체가 진짜 가해자라고 말이다. 

< D.P. >가 전하고자 하는 바도 동일하지 않을까. 악랄하기 짝이 없는 황장수로 대변되는 군대 내 가해자도 군대가 만들어 낸 괴물이고 큰 틀에선 피해자이며, 진정한 가해자는 군대 자체라고 말한다. 여기서 군대 나아가 우리 사회를 향해 날린 뼈 때리는 한마디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을 것 같다. 6.25 전쟁 당시 사용했던 수통을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쓰고 있다는 조석봉 일병의 한마디, 군대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자 나아가 우리 사회도 근본적으로 바뀌는 게 요원하다는 말이 아닐까. 

한없이 서글프고 어둡고 대안조차 마련하기 힘든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 주는 드라마 < D.P. >,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애초에 보기가 싫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작품은 주인공 안준호의 성장, 한호열과 안준호의 활약, 그들의 상관인 박범구 중사 그리고 헌병대장 보좌관 임지섭 대위의 알력 다툼 등이 세밀하고 촘촘하게 재미를 담당한다.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 주는 듯한 힘든 장면들과 별개로 이 드라마틱한 모습들만 봐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 군대라는 폐쇄 조직에서 과연 개인 또는 개인들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폐쇄 개념을 개방으로 바꿔 모두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 알 수 있다는 식으로 바뀐다고 변화할 수 있을까. 비록 작품이 현재 아닌 7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불과' 7년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게 진짜 문제가 아닐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D.P. 군대 탈영 가해자와 피해자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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