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말한 '메모'와 '원사이드', 알고보니 일본식 영어

일본이 잘못 만든 일본식 영어,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10)

등록 2021.09.11 16:16수정 2021.09.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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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체가 공개한 고발장 전문을 보니 , 메모해준 내용과는 달랐다."
 
최근 한국 정가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 있는 국회의원의 발언이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메모'란 말은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오용되고 있는 일본식 영어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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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핵심 당사자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의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메모'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계시나요?

'메모(memo)'는 memorandum의 약자로서 일반적으로 "자신이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기록해놓는 행위"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본래 영어 memorandum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기록하는 정보'로서 각서(覺書)나 업무 연락, 혹은 내부 문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해 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자주 사용된다.

예를 들어,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라고 일컬어지는 '양해각서'에 이 '메모(Memorandum)'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이 MOU는 행정 기관 등의 조직 간 합의 사항을 담은 문서이고 통상 법적 구속력은 없다. "상호 간에 확인했다"라는 신사협정과 같은 것이다. '메모'는 이렇듯 우리가 평소 우리들이 사용하는 의미와 확연히 다른 '공식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지금 사용되는 일본식 영어 '메모'에 해당하는 용어는 바로 '노트(note)'다. 이 '노트(note)'야말로 자기 자신의 기억을 위하여 기록으로 남기는 '개인적 비망록'의 의미를 지닌 말이다.

한편, 최근 다른 젊은 한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경선과 관련된 발언을 하는 중 "그동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원사이드라 노잼이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원사이드'란 말은 '원사이드 게임(one side game)'의 준말로서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일방적인 대결"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원사이드'라는 말은 일본식 영어다. 'one-sided game'이 정확한 표현이다.

나아가 우리말의 '노잼'이라는 표현도 일본식 영어의 흔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컷, 노골(No Goal), NG(No Good), 노메이크("화장을 하지 않다"는 일본식 영어), 노슬립("잠을 자지 않다"의 일본식 영어) 등등 '노(No)'를 앞에 붙인 조어(造語) 방식이 일본식 영어의 큰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메모 #원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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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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