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로 늘 마지막인 '청소년'들, 차별금지법 필요해"

[주장] 차별금지법 필요한 이유... '공동성명서' 낸 청소년운동가 티오씨를 만나다

등록 2021.09.11 17:02수정 2021.09.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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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을 회피하는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운동가 티오(본명 김지호)씨의 사진. ⓒ 김지호씨 제공

 
지난 9일 시민 156명과 33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소년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자는 이 성명서를 낸 청소년운동가 티오(본명 김지호)씨와 연락해 몇가지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 시민이자 청소년으로서, 또 그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 기자로서 물은 것이다.

- 본인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인권문제, 세계 인권문제, 난민과 비롯한 사회문제와 환경문제에 청소년 신분으로 사회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고자 앞장서고 있는 청소년운동가 티오입니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청소년에게 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가요?

"청소년이라는 신분은 어떤 면에 비추어 봐도 사회적으로 약자이고 소수이며, 배제되고, 순서로는 늘 마지막입니다. 청소년의 참정권 제한이나 선거권 연령제한, 재화·금융 서비스의 연령조건 미성립, 고용과정에서의 부당한 인권침해와 같이 수많은 청소년 인권 침해 사례가 날이 갈수록 사회의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절 누구나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와 같은 생각을 한 번씩은 해봤을 것입니다. 왜 그랬나요? 아마 성인이라는 신분이 됨으로써 사회적인 제약이 풀리고, 나이로 사회로부터 구박받지 않는 나이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른이 부럽고,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청소년으로 살아가기 어렵고 고통스러운 사회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들은 청소년에게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청소년 복지 정책 수립에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하는 것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청소년이 아닌 사람들이 만들고 시행시킨다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티오님의 생각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공동성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요?


"청소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법이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은 사회적 약자이면서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차별금지법에 대해 논쟁할 때, 청소년의 입장 또한 무시할 수 없음을 국회에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 공동성명의 내용도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청소년에게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청소년 공동성명서는 대한민국 청소년의 호소와 권리장전을 향한 간절함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본 성명서는 대한민국의 인권 실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청소년에게 절실한 이유를, 잘 드러나지 않게 존재하는 청소년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청소년의 눈을 통하여 당당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인권과 목소리를 담은 공동성명서는 300명 국회의원에게 이메일로 전달되고, 차후 상황이 호전될 경우 국회 회견장에서 발표하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 차별금지법 공동성명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차별금지법 공동성명인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이 국회를 향한 의견과 목소리를 보내주셨습니다. 지역에서 겪은 차별과 어두운 면의 모습,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고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말도 있는데요, '권리를 잊는 것이 당연해진 청소년의 모습을 잊지 말아달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만큼 더 연대하고픈 마음이 넘쳐나게 됩니다. 21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국회의원님과도 연락했습니다. 의원님께서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시민에게 차별금지법은 필수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21대 국회, 왜 움직이지 않나... 차별금지법 꼭 제정해야 

- 앞으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어떤 일을 하실 계획인가요?

"앞으로 차별금지법이 청소년의 존엄과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할 계획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청소년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청소년의 시각에서 사회에 알리고자 노력할 것이고, 차별금지법은 청소년을 비롯해 모든 사람을 위한 법임을 외칠 겁니다."
 

7일 차별금지법제정촉구 오체투지를 진행중인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의당 장혜영 의원. ⓒ 장혜영 의원실

 

- 차별금지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국회에 한 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차별금지법의 차례가 국회로 넘어간 것이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인권위에서도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고, 민주당에서 평등법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왜 묵묵부답일까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세력이 너무 거세서일까요?

차별금지법은 대한민국 인권의 시계를 다시 앞으로 돌릴 수 있을 겁니다. 9월 9일, 국회에서 공동성명서를 받으셨을 겁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국가는, 우리는 99% 준비되었습니다. 나머지 1%는 국회의 몫입니다. 21대 국회에서 꼭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께도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나이가 어려서 힘이 없다는 인식을 바꾸고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하게 외쳤습니다. 우리 사회의 청소년 인권의식이 매우 낮습니다. 청소년에게 인권과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 학벌주의와 경쟁주의를 넘어서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글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검색창에 '차별금지법'을 넣고 검색해봤다. 가장 상단에 뜨는 기사는 송두환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여영국정의당 대표를 만나 "차별금지법 제정은 꼭 이뤄야 할 과제"라는 말을 건넸다는 소식이고, 그다음은 '차별금지법 외면한 민주당을 정의당이 오체투지로 꾸짖었다'라는 소식이다.

세상은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 더 페이지를 내리니 '선함의 가면을 쓴 억압의 수단'으로 차별금지법을 소개하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연대의 힘으로 오늘 또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차별금지법 #청소년 #인권 #티오 #평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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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글쓰기. 문의는 j.seungmin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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