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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후 1년, 불꽃·리셋이 밝힌 '여전한' 충격 사례들

법무부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그 후 1년' 세미나... 서지현 "안타깝게도 현재 진행형"

등록 2021.09.15 17:59수정 2021.09.1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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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15일 오후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그 후 1년'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위원인 추적단 불꽃과 리셋의 강의를 진행했다. 사진은 세미나 진행을 맡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서지현 검사. ⓒ 소중한

 
"처음엔 가해자들이 움츠려드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요즘 모니터링을 해보면 더 심각해진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가해자들은 더 안전하게 숨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고, 수사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큰 역할을 한 '추적단 불꽃'의 말이다. 같은 성격의 단체인 '리셋(ReSET)' 또한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고, 법에도 공백이 많다.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이뤄냈지만 우리 모두 후퇴하지 않도록 주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15일 오후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그 후 1년'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위원인 추적단 불꽃과 리셋의 강의를 진행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 등 법무부 주요 간부가 현장에서, 김지용 대검찰청 형사부장 및 전국 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과 일선 판사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청취했다.
 
추적단 불꽃과 리셋은 지난 1년 동안에도 디지털성범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방법이 더욱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신들이 채증하고 있는 사례들을 설명하면서 "여성을 피자나 디저트의 토핑과 같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범죄를 모의하며 방법을 추천하고 행동에 죄책감을 갖지 말라며 서로 위로하는 모습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문제는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판매하며 그것을 야동, 내가 소비해도 되는 무언가로 판단한다는 인식에 있다"라며 "(실제 사례를 보면) 가해자들이 얼마나 이 사안을 가볍게 여기며 단순 흥밋거리로 취급하는지 알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례 제시, 10시간 하라면 10시간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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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15일 오후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그 후 1년'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위원인 추적단 불꽃과 리셋의 강의를 진행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 등 법무부 주요 간부가 현장에서, 김지용 대검찰청 형사부장 및 전국 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과 일선 판사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청취했다. ⓒ 소중한

 
아래는 추적단 불꽃과 리셋이 이날 제시한 사례 중 일부다.
 
"보통 지인능욕으로 부르는 범죄다. 허위사실과 함께 불특정 다수의 일상 사진의 이름, 소속, 직업 등 개인정보를 유포하며 성적으로 모욕하고 이 피해자의 다른 사진이나 학교 등 추가적 정보를 제시하는 사람에게 현상금을 건다. 이를 전담하는 성착취 대화방도 있다."
 
"딥페이크뿐만 아니라 그림판이나 편집 어플을 이용한 조잡한 합성까지 유형과 범주가 다양하게 성착취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수법을 공유하고 가르치는 '합성학교'와 같은 대화방이 존재한다."
 
"성착취 대화방에 17세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모두 올려놓고 이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불법합성물을 제작해 올리는 대화방이 있었다. 이 영상들이 대화방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공개되는 온라인 공간으로까지 '레전드 영상'이란 이름으로 유포됐다."
 
"(구글에서) 한국어로 '길거리'를 검색한 것과 영어로 'street'를 검색했을 때 정말 다른 내용이 뜨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여성들은 스키니,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어디서든 불법촬영을 당할 수 있고 그 사진·영상이 누구나 볼 수 있게 전시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본 누군가가 '나 저 사람 누군지 안다'며 개인정보를 유포하고 그게 온라인 성폭력, 스토킹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N번방과 똑같은 형태를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무료방과 1번방은 홍보방, 2번방은 입장료 2만 원, 3번방은 입장료 10만 원인 식이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조건만남을 시키고, 의뢰인이 원하는 성착취를 할 경우 그 수준에 따라 돈을 받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장실 교환 갠텔 주세요', '중고등어 구해요' 등의 은어가 나돈다. 전자는 화장실(장실) 불법촬영 영상을 텔레그램으로 공유하잔 이야기고 중고등어는 중학생·고등학생을 칭하는 말이다."
 
"언론에 본인들 대화방이나 닉네임이 공개되면 가해자들은 오히려 뿌듯하게 생각한다. 잡히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공권력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흔적 질질 흘리는데 경찰은 못잡는다'라고 말하거나 본인이 형사라고 글을 올리며 '야동 주실 분'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페미와 경찰 수사에 맞서 여러분의 ○○○(자위를 의미하는 은어) 권력을 누리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약 1시간 동안 사례 소개를 이어간 추적단 불꽃과 리셋은 "짧은 시간 안에 내용을 전달해야 하니 축약한 내용이 많다. 사실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라며 "한두 명의 가해 행위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강의를 10시간 하라면 10시간도 할 수 있을 만큼 자료를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범계 "가볍게 취급되는 현실, 심각한 범죄로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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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15일 오후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그 후 1년'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위원인 추적단 불꽃과 리셋의 강의를 진행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 등 법무부 주요 간부가 현장에서, 김지용 대검찰청 형사부장 및 전국 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과 일선 판사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청취했다. ⓒ 법무부


서지현 검사는 이날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 자격으로 세미나에 참석해 "지난해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알려진 후 여러 노력으로 인해 많이들 디지털성범죄가 사라졌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오늘 발표된 내용을 마주하는 게 두렵고 괴롭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심각성에 분노해야 끔직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성범죄는 가상 현실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피해자는 가상의 인물이 아닌 감정과 영혼을 가진, 살아 숨쉬는 실제 인간이다. 피해자의 고통은 생명을 위협하는 실제 고통이다"라고 설명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날 강의를 청취한 후 추적단 불꽃, 리셋과 함께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박 장관은 강의 시작 전 "오늘 제가 청소년 비행 예방센터를 방문해 비행 내용의 샘플을 받아봤는데, (디지털성범죄가) 아주 가볍게 취급되는 현실을 목격했다"라며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신체를 촬영해 특정 커뮤니티에 올리는 행위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선에서도 가볍게 취급되고 있더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규정을 개선하고 자문단을 만들고 대책을 세우는 것 이상으로 디지털성범죄가 별 것 아닌 것이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이 세미나가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한 큰 한 걸음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성범죄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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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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