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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 그리고 바이든 대외정책의 '과부하'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미국의 에너지가 분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등록 2021.09.16 15:03수정 2021.09.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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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 1천500㎞ 표적 명중" 북한 국방과학원은 9월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장거리순항미사일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된 장거리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천580초를 비행하여 1천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전했다. 2021.9.13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11일과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참관한 15일엔 2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16일 오전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15일 동해상으로 날아간 탄도미사일은 중부 산악지대의 열차 위에서 발사된 것들이었다.

미국 국무부는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을 내세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는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우리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의미 있고 실질적인 대화에 관여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담화에서 전날 SLBM 발사를 참관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는 지금 남조선이 억측하고 있는 대로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하여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첫 해 중점과제 수행을 위한 정상적이고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꼬집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남조선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항미사일 발사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 왕이 외교부장도 한국 취재진 앞에서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김여정과 비슷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과부하인가

김여정이 강조한 것처럼 순항미사일이든 탄도미사일이든 미사일 발사는 일차적으로 북한의 자체 필요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자국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있음을 잘 아는 북한이 미국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고 미사일을 쏘아 올린다고 보기는 힘들다.

북한의 행동은 궁극적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염두에 두는 것이지만, 최근 있었던 일련의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의 대북정책뿐 아니라 전반적인 대외전략이 과부하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9.11 테러 뒤인 2001년 10월 7일(현지 시각) 탈레반 정권을 상대로 일으킨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올해 8월 30일 밤 11시 59분께 미군을 태운 마지막 수송기가 카불공항을 이륙하면서 종결됐다. 31일 0시를 약간 넘긴 시각에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완전한 자유와 독립'을 선언했다. 1월 20일 취임 당시만 해도 미군을 아프간에 계속 주둔시킬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 어떤 곤경에 빠졌는지는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아프간 상황을 과소평가했던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탈레반 이외의 이슬람 무장세력이 세력팽창을 도모할 가능성을 염려하게 됐다. 일례로,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 3일 뒤인 지난달 18일에는 인도 <더힌두>가 이슬람 과격단체 대원들이 카불에 진입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달 14일에는 스콧 베리어 미국 군사정보국(DIA) 국장이 1~2년 내에 알카에다가 아프간에서 재건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겪은 것과 일정 정도 유사한 상황이 조만간 시리아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2011년 1월 시작된 북아프리카·중동 재스민 혁명(아랍혁명) 와중인 그해 3월 발발한 시리아 내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미국에 불리한 쪽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은 터키·이스라엘·이란·IS 등의 가세로 인해 복잡한 양상을 보였지만, 이 내전의 기본 구도는 '정부군+러시아군' 대 '반군+미군'으로 정리될 수 있다. 현재 시리아 동부 유전지대에 주둔 중인 미군은 약 900명 정도다.

이달 8일,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 거점인 북서부 이들리브주를 포격했다. 이들리브주는 반군의 최후 거점이다. 시리아 내전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13일 모스크바로 날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정부군이 전국 90%를 통제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만약 시리아 반군이 마지막 거점을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게 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곤경은 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다. 아프간전쟁 종결과 달리, 시리아 내전 종결은 이것이 정부군 승리로 확정될 경우에는 러시아의 중동 안착을 의미할 수 있다. 이 일이 일어나면 중동이 새로운 질서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국을 중동에 두고 있는 유대인 갑부들의 동요로 인해 미국의 외교정책도 영향을 받게 된다.

어지러운 정세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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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8월 31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아프가니스탄 종전 연설을 마치고 연단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AP

 
미국이 아프간 충격을 받은 데 이어 시리아 내전 상황까지 우려하게 된 지금 상황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일이 계속 일어나게 되면 바이든 취임 이후로 유지된 세계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기기 쉬워진다.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의 군사행동은 그런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 취임 이후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압박을 강화하고, 북한 및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는 가급적 현상유지를 도모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러시아 및 북한·이란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탈레반 정권과 체결한 평화협정을 무시하고 계속 주둔할 수도 있을 것처럼 행동한 것도 그런 자신감에 기초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바이든은 처음에는 중러 견제뿐 아니라 핵문제 해결에도 공을 들일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분명해진 것은 미국의 해결 의지가 현재로서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한동안 미국은 이란 핵문제를 먼저 해결할 듯이 행동했다. 4월 6일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당사국 회담을 열기도 했다. 이 회담은 미국과 이란이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을 통해 간접 접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 회담에서 이란은 미국의 진의를 확신하지 못했다. 미국의 진정한 의도가 핵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이란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있다고 이란은 판단한 듯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로 인해 핵합의가 깨졌으므로 미국의 핵합의 복귀가 선행돼야 하는데도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의 핵합의 이행을 우선적으로 촉구했다.

결국 회담은 6월 20일 중단됐고, 이란은 미국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됐다. 그 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거듭거듭 회담 재개를 요청했지만, 이란은 긍정적 신호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미 양국이 계속해서 대화를 촉구하는데도 북한이 김여정 담화 등을 통해 거부 의사를 드러내는 것처럼, 핵합의 복원회담 중단 이후의 이란과 서방세계 사이에서도 그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중국-러시아 견제 이외엔 소극적인 양상

북핵과 이란핵에 대해 미국이 비슷한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의 영향 하에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근 행동들에서도 느낄 수 있다. 미국 측의 대화 요구에 대해 북한·이란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IAEA는 8월 27일 "북한 영변 핵시설 내 5MW 원자로가 5월 초부터 가동된 정황이 있다"고 보고했고, 9월 7일 "이란이 핵 활동을 늘리고 있다"고 표명했다.

북한과 이란은 미국과의 대화를 열망하는 국가들이다. 이런 나라들이 미국의 거듭되는 대화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얻을 게 별로 없다고 판단했거나 미국의 진정성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러 견제에 에너지를 쏟아 붓는 미국을 보면서, 미국이 북한·이란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IAEA가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으니, 미국의 진의를 더욱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중러 견제 이외의 분야와 관련해서는 웬만해서는 적극성을 발휘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은 베네수엘라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반정부세력인 후안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이 나라의 분열을 부추겼다.

그랬던 미국이 최근에는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5월 11일에는 <블룸버그통신>이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관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고, 7월 12일에는 미 재무부가 베네수엘라의 LPG 수입을 1년간 허용했다.

미국의 태도가 바뀌자 베네수엘라 야당들도 종전의 태도를 바꿔 11월 21일 지방선거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8월 31일자 베네수엘라 일간지 <엘나시오날> 등에서 보도됐다. 친미 야당들이 마두로 정권의 국정 스케줄에 동의했던 것이다.

이 정도로 미국이 중러 견제에 치중하면서 북한·이란에 눈길을 덜 줬기 때문에, 얻을 게 많지 않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양국으로서는 미국의 대화 요구에 적극 반응하기가 힘들었다고 볼 수 있다.

8월 15일 이후 많은 게 바뀌었다

그런데 8월 15일 카불 점령 이후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미국이 중시하지 않았던 쪽에서 변수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바이든 취임 이후의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중러에 대한 포위망을 견고히 하면서 북한·이란 핵문제의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미국이 다른 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미국의 시선을 한층 더 분산시키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같은 일이 계속 이어질 경우에는 '핵문제의 현상유지'라는 구도가 흔들리게 되고 중러 견제에 투입되던 미국의 에너지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김여정은 "우리는 지금 남조선이 억측하고 있는 대로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하여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 구도가 요동치는 지금 상태에서 북한의 대미 압박이 계속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전략에 한층 더 큰 과부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 #북한 미사일 발사 #김여정 담화 #북미관계 #북핵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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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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