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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도 거부한 이승만·트루먼 동상, 경북에 설치?

광복회 "국민 버리고 도망간 이승만은 치욕"... 경북도 관계자 "총의 모아 추진예정"

등록 2021.09.16 15:10수정 2021.09.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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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건추가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이승만 전 대통령과 트루먼 미국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려 하자 광복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 경북도 제공

  
민간단체가 제작해 수년째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한 이승만 전 대통령과 트루먼 미국 전 대통령의 동상을 경북도 등이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설치하겠다고 하자 광복회 등 시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광복회 등은 "국민을 버리고 자기만 살자고 먼저 도망간 이승만의 동상은 역사의 치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고영주 전 MBC 이사장,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등 보수 인사들로 구성된 '이승만·트루먼 동상건립추진모임'(아래 동건추)은 지난 7월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나 이승만·트루먼 동상 설치 협조를 요청했다.

동건추 위원인 김영원 전 홍익대 교수가 지난 2017년 4월 제작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과 트루먼 미국 전 대통령 동상은 당초 서울 전쟁기념관에 설치하려 했으나 기념관 측이 협조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후 평택 주한미군사령부 영내에 설치해 기증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주한미군이 거절하면서 설치 장소를 구하지 못했다. 이들은 결국 한국자유총연맹 경북지부가 관리하는 다부동전적기념관을 설치 장소로 정하고 경북도에 협조를 요청했다.

경북도는 지난 15일 오후 동건추, 광복회 경북도지부와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등 경북도 10개 보훈단체 그리고 한국자유총연맹, 경북도새마을회 등 3개 민간단체와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모여 동상 건립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세우는 데 대다수가 동감하고, 칠곡군에 조속히 설치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동상 설치에 적극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15일 간담회는 보훈단체를 중심으로 우호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진행됐다"며 "칠곡군 보훈단체 회장들도 '늦은 감이 있다'며 찬성했고, 백선엽 장군 동상까지 같이 설치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 세력이라든지 반대단체도 있기 때문에 총의를 모아 시간을 갖고 추진할 예정"이라며 "전적기념관 소유권이나 관리 권한이 칠곡군에 있어서 칠곡군과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6.25전쟁 때 한미연합작전이 시작된 최초의 지역이 다부동전투"라며 "트루먼 대통령은 신속한 참전 결정을 하고 이승만 대통령은 미군이나 유엔군이 참전할 수 있도록 외교능력을 발휘했다. 한미동맹의 상징이 있는 다부동전적기념관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국민 죽인 배신자 동상 세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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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에 있는 다부동전적기념관. ⓒ 조정훈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광복회 경북지부는 "트루먼 미국 33대 대통령은 1947년 트루먼 독트린을 천명하면서 한반도를 비중요지역으로 분류했고, 그 결과 미국의 방위계획선에 한국을 제외하면서 북한이 남침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며 동상 건립 반대 입장을 냈다.

한국전쟁이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될 때 38도선 이북으로 진격을 머뭇거렸고, 중공군이 개입할 때 맥아더 사령관이 요청한 만주 공격을 막아 통일의 목전에서 다시 분단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

광복회 경북지부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북한이 서울 점령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때 혼자 살겠다고 대전으로 도망가면서 한강다리를 폭파하도록 해 수많은 국민을 수장시킨 장본인"이라며 "역사의 치욕이지 자랑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버리고 자기만 살자고 먼저 도망간 이승만의 동상은 역사의 치욕이 될 것"이라며 "한국전쟁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트루먼 독트린에서 명시한 한국 포기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광복회 경북지부는 간담회 전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만들어 뿌리려 했으나, 경북도 관계자가 막아서면서 스스로 현장을 벗어났다.

이동일 광복회 경북도지부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6.25 때 혼자 살려고 국민들을 배신하고 먼저 도망간 사람"이라며 "4.19 때는 나라를 버리고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을 기리는 동상을 세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트루먼 미 대통령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되고 김일성이 적화통일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남북이 분단되는 원인을 제공한 사람의 동상을 세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동건추는 지난 2017년 박정희 동상을 만들어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에 기증 형식으로 세우려다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아직 동상 설치에 대한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동건추 #이승만 #트루먼 #동상 건립 #다부동전적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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