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기득권 교체' 아닌 '기득권 해체' 꿈꾸는 김동연

[오마이뉴스 대선주자 리뷰 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록 2021.09.19 19:48수정 2021.09.19 22:04
13
원고료로 응원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맛집도 리뷰를 보고 찾는 시대, 21세기에 태어나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하는 이들을 위해 '오마이뉴스 대선주자 리뷰' 약칭 '오대리'가 출동합니다. 슬기로운 투표권 행사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편집자말]
a

대선 후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 오마이뉴스

 
1957년 충북 음성 출생. 흙수저 중 흙수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어린 시절은 대한민국 빈민촌 역사의 궤와 함께 한다. 12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세가 기울어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 살다가 판자촌이 철거되면서 경기도 광주대단지로 쫓겨났다. 이후 천막집에 살면서 매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일찍이 소년가장이 되어 가난한 집안사정으로 상고에 진학하고 졸업도 하기 전인 만 17세에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학벌주의에 찌든 대한민국에서 고졸이란 학력은 실력과 상관없이 직장에서도 무시받기 일쑤였다. 야간대학교를 다니면서 새벽에는 고시공부에 전념해 25살에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하며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대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전신(前身))은 은행보다 더한 학벌 중심 세상이었다. 야간대학 출신인 그는 제대로 된 사람대접을 받기 위해 주경야독을 이어가며 미국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유학길에 올라 미시간대 석·박사학위를 취득한다.

흙수저 출신으로 받은 부당한 갑질과 무시에 대한 분노는 출세를 위한 동력으로만 쓰이지 않고 부모의 재력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고른 기회가 주어지고 노력한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구조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 기회복지국가, 기회공화국 비전의 밑거름이 됐다. 

그의 관료경력은 다소 특이하다. 보수와 진보정권 모두에서 고위공직자를 두루 거쳤다. 참여정부에서는 '2030년을 목표로 국가의 비전과 정책 방향, 실천을 위한 전략'을 담은 '국가비전 2030' 작성을 주도했다. '국가비전 2030'은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묻히고 말지만 이후 대통령선거 공약에 여야를 막론하고 사용된다. 보수정권인 이명박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역임했다.

박근혜정부 국무조정실장 사임 후 2015년 아주대학교 총장 시절엔 외부모금을 통해 장학금을 조성해 흙수저 학생들이 해외연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After You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매주 20여 명의 학생들과 만나 학교에 바라는 점 등을 듣는 '브라운 백 미팅'을 진행한 것은 물론 총장 재직시절 연봉의 40% 기부 등 학생들의 복지와 대학 혁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갓동연'이라고 불렸다고.

문재인정부에서 초대 경제부총리를 맡으며 참여정부에서 만들었던 '국가비전 2030'을 실현하려 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반대 등 청와대 정책참모들과 엇박자가 나며 2018년 11월 만 34년간의 관료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2년 넘게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농·어민, 청년 스타트업 기업가, 자영업자 등의 고충을 들으며 '기회복지국가'의 청사진을 그렸다.


(+)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실용주의자
 
a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9월 9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우리가 싸울 상대는 특정 인물이나 진영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괴물, 승자독식구조다."

관료경력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좌우 이데올로기나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실용주의자 면모를 보인다. 진영논리에서 자유롭기에 문제의 본질에 대해 편견없이 접근 가능하고 유연한 해결방안이 나온다. 대한민국 경제가 역동성을 잃어가고 사회 갈등이 심해지는 원인을 승자독식구조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의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는 대한민국 전반에 만연한 승자독식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보수와 진보, 공무원, 정규직, 재벌과 노조 등 각 진영과 계층이 각자의 기득권에 기초한 금기와 터부를 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양당 러브콜을 뿌리치고 무소속으로 나온 이유도 양당 체제의 정치 기득권이 유지되는 한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교체이든 승자독식구조를 깨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득권 교체가 아닌 기득권 해체를 통해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를 만들고, 튼튼한 복지안전망을 제공하는' 기회복지국가가 그가 그리는 미래 대한민국의 청사진이다.

최근 그가 여야에 제안한 '공통공약추진 시민평의회'도 진영논리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성과보상체계를 활용할 줄 아는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 대통령 선거기간 중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중 교집합 부분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추진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통공약추진 시민평의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여야 모두의 공약이니 정권을 잡든 못 잡든 공약이행에 함께 힘을 모으도록 쐐기를 박는 방식이다. 정치인은 신뢰가 생명이기에 선거 전 약속을 헌신짝 뒤집듯 하는 정치세력은 다음 선거에서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발상을 활용한 공약이행 압박 전략이다.

(-) 기존 정치적 승리 문법에 타협하지 않는 이상주의자
 
a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9월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제일빌딩에서 열린 스타트업 천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긴 호흡으로 정책을 구상하기 힘든 대통령 5년 단임제와 대립과 갈등이 일상인 양당체제 하에서 20~30년 후의 대한민국을 그리기 위해 세계은행을 그만두고 '국가비전2030' 실무를 맡는다거나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꿈꾸는 성향을 볼 때, 그의 체질은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선거운동에 임하는 그의 행동을 보면 역시 이상주의자답다. 세력도, 권력도 없이 대선후보로 출마한 그가 기대는 희망의 근거는 부총리 사임 이후 지난 2년 반 동안 만난 농부, 어부, 스타트업 청년 창업가 등 우리 사회의 모세혈관과도 같은 민초들이다. 그가 만난 시민들의 바람이 좌우 정치대립이 아닌 대한민국이 진심으로 미래를 보며 나아가는 것이란 사실을 확인했기에, 기존 정치권에 기대지 않고 새 바람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다.

흔히 정치를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우는 일'로 비유하곤 한다. 온갖 협잡과 모략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권을 잡아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때로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마키아벨리즘을 용인하기도 한다. 선거에 참여하는 모두가 마키아벨리즘에 기초한 협잡과 네거티브를 활용할 때에도 이상주의자인 그는 마키아벨리즘과 손을 잡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동연 본인의 꿈은 대통령에 가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그의 역할은 네거티브 선거판을 정화하고 미래지향적 정책논쟁으로 이끄는 어젠다 세터로서 끝날지도 모른다.

[관전포인트]

▲ 김동연의 삶과 정책은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러울 수 있다. 남은 6개월이란 시간은 국민에게 예쁨과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일까?
▲ 보수와 진보 양강 구도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지지율이 나올 것인가?
▲ 정치 스타트업 창업가 김동연은 정치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김동연
댓글1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토지불로소득 없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