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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마지막 유엔무대서 ‘종전선언’ 승부수 띄웠다

대화교착 속 '톱다운 해법' 다시 모색하나…임기말 돌파구 절박

등록 2021.09.22 10:12수정 2021.09.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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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뉴스) 김범현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무대에서 종전선언 제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을 타개하려면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을 극적인 계기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엄중한 한반도 정세 속에 북한이나 미국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 때 북한 대표부 자리에는 3등 서기관이 앉아 연설을 경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의 연설은 일반토의 마지막 날인 27일에 예정돼 있다.

◇ '어게인 2018'…톱다운 해법 가미해 돌파구 모색하나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종전선언에 대해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라고 규정하는 다소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면, 올해는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자"며 훨씬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이런 언급은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외교가에서 구체적으로 종전선언 논의가 오가던 2018년 유엔총회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들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2018년 남북미 정상이 보여준 톱다운 행보가 지금 상황을 타개할 응급처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노이 노딜로 톱다운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실무 단위에서 논의를 병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때일수록 역으로 정상들의 과감한 결단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연설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텀업' 방식에만 기대면서 더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위기감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 마지막 유엔 무대서 '文정부 로드맵' 결산…동시가입 30주년 의미부여

그동안 5번의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항상 그 시기의 남북관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종전선언 제안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올해가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종전선언이라는 과감한 제안을 내놓을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연설은 문재인 정부의 그간 대북정책의 결산 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과 작년에 언급한 종전선언에 더해 2019년 유엔총회에서 밝혔던 전쟁불용·상호 안전보장·공동번영 등 3원칙을 다시 천명했다.

북한을 실제로 대화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한 장치인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 남북 대화로 역내 평화를 선도하겠다는 '한반도 모델' 구상도 재차 소개했다.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인 만큼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을 다시 한번 국제무대에 자세히 알리고, 다음 정부에서도 이를 계승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놓겠다는 생각도 엿볼 수 있다.

◇ 미사일 언급 없어…종전선언 제안 실효성 의문

하지만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고려하면 이번 제안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등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와 별개로 최근 북한의 태도로는 대화 테이블에 나오기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종전선언 주체로 언급된 미국이나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북미 간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종전선언 동참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실무선에서의 치열한 논의없이 진행되는 종전선언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재판으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충분히 가능하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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