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면, 행복한 거라 말하고 싶네요

[투자의 민낯] 투자의 본질

등록 2021.09.28 10:57수정 2021.09.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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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에 의하면 주식투자는 물 위에 떠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물 위에 잘만 떠 있으면 언젠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대부분이 더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 무리하여 중간에 빠진다고. 무리하지 않는데 나의 처절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기자말]
나는 가끔 아무것도 없었을 때의 나를 떠올린다. 그럴 때면 언제나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어머니와 누님, 그리고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다.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어루만지고 응원해준 사람들. 그들이 있었음에 다행을 느끼고 지금의 모자라지 않음에 감사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많이도 가졌구나 ⓒ 남희한

 
그러고 나면 지금의 내 삶은 기적 그 자체가 된다. 10만 원의 월세를 내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시던 어머니를 근처에 모셨고 또래보다 늦었지만 원하던 일도 찾았으며 지금은 네 아이를 거느리면서도 입에 거미줄 칠 걱정을 하고 있진 않다. 아직은… (웃음)

이런 복에 겨워질 때면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 마흔이 넘고는 걸핏하면 감성 낭비다. 아무래도 이런 데 낭비하느라 주체할 수 없던 감성 투자가 잦아든 것 같기도 하다. 본의 아니게 발견한 감성 보존의 법칙.

아무튼, 애써 그런 상황을 만들고 나면 뭔가를 더 얻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지금의 내가 참 욕심쟁이가 된 것만 같다. 그 당시 그토록 원하던 안정된 삶인데, 금세 잊어버리고 더 큰 것을 쫓고 있다니. 욕심의 끝을 찾을 수 없어 조금 허망해진다.

목표가 큰 것이 뭐가 문제이겠냐만은 그 과정이 그리 건설적이지만은 않은데서 문제가 생겨난다. 욕심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작은 것에도 쉽게 흔들리게 만드니까. 더 크게 되고 싶어 아등바등하면서 작은 것에 흔들리는 모습, 조금 많이 우습지 않은가. 그래서 울다가 웃는다. 부끄럽게도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웃픈 모습이 되고 만다.

주식 투자의 이유 찾기

주식 투자를 왜 하는 것인가. 당연히 돈을 불리기 위해서다. 그럼 돈은 왜 불려야 하는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얼마면 충분한가. 음... 그냥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왜 더 많아져야 하는가. 행복해지려고... 지금 행복하지 않은가. 행복하긴 한데 혹시나 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다 보면 결국 이렇게 끝나고 만다. 결론은 '지금의 행복이 날아갈까 불안해요'이다. 미래를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끝에 주식 투자를 택하게 됐고 어느 순간 삶의 여러 축 중에 하나로 들어차게 됐다.

원하는 미래의 삶이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안다. 다르다고 해봐야 일을 적게 하는 것일 테고, 여행을 조금 더 다니고 좋은 물건을 큰 결단 없이 사는 것일 테다. 그래 봐야 횟수와 크기의 차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투자는 '이와 같은' 행복을 유지하고자 하는 안전장치이자 '지금과 같은' 나중의 행복을 위한 일종의 보험인 거다.

그러므로 이러한 이유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투자를 하고 있다면 지금 행복한 거다.'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하고 있는 거라면, 이미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본업을 가지고 주식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면 억지스러워 보일지도 모르는 이 논리를 거꾸로 타고 올라 가봤으면 한다.

'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도달했을 때, 만약 나와 유사한 이유가 나온다면 오늘 혹은 이번 주의 손실 때문에 속은 쓰리지만 저녁 메뉴를 궁금해하고 주말 계획을 세울 테다. 캠핑 계획이 있는 주말의 날씨를 찾아보거나 월급날을 기다리며 간만의 보너스로 조금은 근사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소하지만 단단한 행복을 살아가는 모습. 주식을 삶의 중심에 놓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주식 투자는 이런 균형 잡힌 삶이 있기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는 그저 보조 안전장치일 뿐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할지 걱정하는 대신 안전벨트 잘 매고 운전에 집중하길 ⓒ Pixabay

 
사실 주식 투자로 행복을 지킬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알 수 없는 인생,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누가 알겠나. 그러니 하나의 '보조' 안전장치라고 보는 게 더 적당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내 삶에 꼭 필요한 '필수' 안전장치는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부터 사랑과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매어져 있었고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았으니까.

주식에 부대끼는 것은 매일같이 덜컥대며 쉽사리 믿음을 주지 못하는 보조 안전장치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탓이다. 그래서 혹시 몰라 장착한 에어백이 동작할지 안 할지를 걱정하며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는 우는 범하지 않으려 한다. 미래의 행복에 닿기 위한 보조 안전장치가 지금의 행복을 갉아 먹게 해서야 될 말인가. 주식 창만 마주하면 종종 까먹기도 하지만, 주식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은 마음을 다독이는 손과 같았다.

문득문득 차오른 욕심에 흔들리는 삶을 눈치채고부터 꾸준히 되새겨온 다짐을 이렇게 글로 남긴다. 일종의 탁본이다. 마음에 아로새긴 다짐의 탁본. 하하. 좀 유치하긴 하지만, 조금씩 더 깊게 새기고 있는 이 다짐을 탁본해 가실 분 혹시 없나요? 정 부담스러우시면 탁본 복사도 괜찮습니다만...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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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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