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도 낫게 해준다는 귀뚜라미 소리

가을밤, 어두운 곳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선율

등록 2021.09.28 10:37수정 2021.09.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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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이가 가늘고 긴 줄베짱이 ⓒ 용인시민신문


9월, 아직 짧은 옷을 입고 다니니 여름의 끝쯤일까? 아니면 맑고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니 가을의 시작일까? 9월이 오면 계절이 변하고 있음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더 짙어진 하늘의 푸른빛에서, 피부에 와닿는 공기의 가벼움과 청량함에서, 그리고 밤에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에서.


가을 풀숲은 다양한 소리로 가득하다. 더듬이가 가늘고 길며 초록빛이 예쁜 베짱이는 쓰익~쩍 쓰익~쩍 베 짜는 소리를 낸다고 해서 베짱이, 철 철 철 운다고 해서 철써기, 쌕새긱기 하고 운다고 해서 쌕쌔기, 귀뚜라미는 귀뚤귀뚤 울어서 귀뚜라미란다.

소리를 내는 원리도 재미있다. 여치와 베짱이는 왼쪽 앞날개가 위로, 오른쪽 앞 날개가 밑으로 포개어지는데, 두 앞날개를 비벼서 소리를 낸다. 왼쪽 앞날개 뒷면에는 톱니가 줄지어 있고, 밑으로 가는 오른쪽 날개 테두리에는 마찰편이라는 딱딱한 부분이 있다. 두 부분이 현악기 줄에 활을 대는 것처럼 비벼서 소리를 낸다.

귀뚜라미는 톱니가 있는 오른쪽 앞날개가 위쪽에, 마찰편이 있는 왼쪽 앞날개가 아래쪽으로 들어가 소리를 낸다. 앞다리 종아리마디 위쪽에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

귀뚜라미 수컷은 자신의 영역을 과시하거나 암컷을 부를 때, 짝짓기 할 때 울음소리를 낸다. 또 한 마리 암컷을 두고 여러 수컷이 경쟁할 때, 자기 땅에 들어오는 적을 쫓아내려고 할 때 내는 울음 소리 등이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 암컷을 부르거나 영역을 과시하는 울음소리이다.

귀뚜라미는 어둡고 구석진 돌 밑 구멍에서, 숲속에서도 더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자신을 알려야 한다.
 

다양한 울음소리를 내는 귀뚜라미 ⓒ 용인시민신문


당나라 시대에는 귀뚜라미를 애완용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좁은 한 공간을 판이나 나뭇조각으로 반을 나누어 각각 하나씩 귀뚜라미를 넣고 약을 올려 흥분시킨 후 넣어 두었던 판이나 나뭇조각을 빼내면 싸움이 시작된다. 귀뚜라미의 특징 중 하나는 서로 잡아먹는 것이다. 흥분한 귀뚜라미는 서로 상대방 머리를 물어뜯으며 계속 공격하며, 먼저 도망치는 쪽이 패배한다.


귀뚜라미 소리는 사실 조금 더 일찍부터 들린다. 짝짓기를 끝낸 암컷은 땅 속에 알을 낳는다. 이듬해 5~6월경 땅 속에서 알이 부화해 몇 번의 탈피를 하고 8~9월경 어른벌레가 된다. 8월 매미가 잠시 울음을 멈추었을 때 정말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몇 년 전 신문에서 왕귀뚜라미를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키우게 했더니 우울증이 감소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지금은 애써 귀 기울이지 않아도 아름다운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다가오는 가을밤이 힘들지 않길 바라지만 그래도 힘이 드는 밤이라면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어둡고 구석진 곳에 살기에 더 아름다운 귀뚜라미 소리를 말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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