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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추가 수사 없었다

"손정우 추가 수사 강조한 법원 결정 오류" 비판.... 경찰청, 보도 뒤 "수사 진행 중" 해명

등록 2021.10.13 07:12수정 2021.10.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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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착취 영상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가 지난해 11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영장실질 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손씨의 아버지는 손씨의 미국송환을 막기 위해 직접 아들을 다른 범죄 혐의로 직접 고소,고발 했다. ⓒ 이희훈

 
[기사 보강 : 13일 오후 6시 32분] 

1년 3개월 전, 서울고등법원은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를 미국에 인도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그 이유로 '웰컴 투 비디오' 회원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법원의 미국 인도 거부 결정 이후 '웰컴 투 비디오' 회원에 대한 추가 수사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당시 법원 결정의 주요한 사유가 무너진 셈이다. 결국 지난해 법원 결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이유로 손씨를 미국에 보내지 않은 법원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검거된 2018년 3월까지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3055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올리고, 4073명의 회원들에게 4억여 원을 받았다. 이후 경찰의 수사가 이뤄졌고, 손씨는 사법부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웰컴 투 비디오' 수사는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와의 국제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이뤄졌는데, 손씨는 미국에서도 아동음란물 광고·유통, 자금세탁(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은 2019년 4월 한국에서 처벌되지 않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두고 손씨를 인도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청구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범죄인 인도 청구 심리가 이어졌고, 손씨 변호사는 '손씨가 인도범죄(범죄수익은닉)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손씨를 미국에 인도하는 것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제20형사부는 2020년 7월 6일 미국 인도 불허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손씨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소비자이자 잠재적인 제작자가 되거나 새로운 관련 사이트의 운영자를 등장시킬 수 있는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철저하고 발본색원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범죄인의 신병을 대한민국에서 확보하여 관련 수사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증거를 추가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수사과정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청구국으로 범죄인을 인도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범죄인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주도적으로 대한민국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관련 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철저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재판부는 이어 "법정형이 더 높은 청구국의 형사법에 따라 범죄인을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범죄인인도법의 기본취지나 입법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범죄인(손씨)을 엄중하게 처벌함으로써 그러한 위하적 효과에 의한 범죄의 예방과 억제가 일정 부분 달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발본색원적인 수사가 이루어져야만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관련 범죄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아동·청소년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그 예방과 억제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노력에 부응하는 것으로서, 관련자에 대한 수사와 합당한 처벌을 통해 이 사건 조약의 취지를 실효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재판부가 손씨를 미국에 보내지 않은 이유로 '웰컴 투 비디오' 회원에 대한 추가 수사를 언급한 것을 두고 당시에도 큰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이미 수사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임종완 경찰청 사이버수사테러1대장은 당시 <오마이뉴스>에 "손정우가 구속된 시점이 2018년도 3월인데, 당시 '웰컴 투 비디오' 회원 수사를 대대적으로 했다"면서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던 모든 피의자를 처벌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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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판결 규탄 '사법부도 공범이다' eNd(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2020년 7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앞에서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미국 송환 불허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 권우성

 
수사는 없었다

그렇다면, 법원 결정 이후 1년 3개월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법원에서 말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 자료에 따르면, 법원이 손씨를 미국에 인도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 웰컴 투 비디오 회원 등에 대한 수사는 없었다.

경찰청은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2020년 7월 법원 결정 이전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 회원에 대해 아동성착취물 소지 등 혐의로 240명을 검거하여 검찰 송치를 했고, 그 이후엔 수사를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지난해 11월 손씨 아버지의 셀프 고발로 이뤄진 범죄수익은닉규제 위반과 공정증서원본 등 부실 기재, 상습도박 혐의로 손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가 말한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철저하고 발본색원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법원 결정 당시에 이미 경찰의 수사가 종료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원 결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범죄 피해 여성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원민경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당시 법원은 이례적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언급하면서 범죄인 인도 거부 결정을 내렸다"면서 "법원 결정에 사후적으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니, 사법부는 오류를 정정하거나 유감을 표명해야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보도 뒤 경찰청 "수사 진행하고 있다" 해명 

한편,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는 보도가 나간 후 <오마이뉴스>에 "가상자산에 대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손정우씨와 가상자산을 주고받은 '웰컴 투 비디오' 회원들을 추가로 확인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혀왔다. 
#손정우 #웰컴_투_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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