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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축배는 충분하다, 이제 할 말을 하자

[리뷰]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우려한 부분

등록 2021.10.22 06:09수정 2021.10.2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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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 포스터. ⓒ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시청자들을 강타했다. 최근 해외 방송사들도 연일 <오징어 게임>의 내용과 시청률 기록을 소개함과 동시에 BTS, 블랙핑크, <기생충> 등을 언급하며 한국 문화의 전 세계적 성공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를 보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오징이 게임>의 폭력적 묘사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웰메이드 :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게

실제로 <오징어 게임>은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언급하듯이 매우 잘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스토리, 세트, 음악, 연기 등 드라마의 주요 요소들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강점은 서사의 단순함에 있다. 사회적으로 이런 저런 이유로 실패한 인물들, 즉 사회적 낙오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거액의 상금을 걸고 생과 사를 가르는 게임을 수행한다는 서사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함만으로 1억 3천만 명(10월 19일 현재) 이상의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이런 단순한 스토리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그 위에 보다 복잡한 이야기와 구성을 더했다. 말하자면 각각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으며, 매회 예상 가능한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도록 부단히 새롭고,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들과 게임의 룰들을 더하고 있다. 특히 투표를 통해 게임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설정은 서바이벌 게임을 소재로 다룬 기존의 영화들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점이다. 또 경찰의 잠입, 장기 밀매, 오일남의 수상한 행동 등의 곁가지 요소들은 이 드라마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여러 요소들 중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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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회적 탐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 또한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요소이다. 더구나 이런 면들이 비단 우리 사회의 모습만이 아니라 많은 다른 나라들의 공통된 요소이기에 국적에 상관없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어떻게 왜곡된 삶을 살 수밖에 없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따뜻한 시선을 가진 주인공마저도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궁지로 몰릴 수 있는지,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며, 이런 정서에 시청자들은 크게 공감한다.

이렇듯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다면적, 다각적 드라마 구성은 각계각층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을 무조건 즐거워하고 축하만 할 수는 없다. 드라마의 어두운 측면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축배를 충분히 들었으니 그 부분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면 드라마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예컨대 극중 한미녀(김주령 분)는 '자신의 몸을 팔아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젠더 감수성에 한계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나아가 젠더 문제뿐만 아니라 영화의 폭력성도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필자는 오징어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 좀 더 언급하려고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한미녀 ⓒ 넷플릭스

 
드라마의 폭력성

<오징어 게임>은 많은 나라에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의 드라마지만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만한 여러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알록달록한 무대 디자인, 여자 어린이 로봇,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구슬치기, 딱지치기, 오징어 게임 등 어린이용 게임이 청소년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목표를 향해 단계별로 나아가는 컴퓨터 게임과 유사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어, 아이들이 열광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요소 때문이 아이들이 드라마의 폭력성을 거부감 없이 내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 언론은 <오징어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물론 대체로 어린이들의 시청에 주의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이 미국 플로라다주 공립학교인 '베이 디스트릭트 학교'는 14일 학부모에게 오징어 게임의 폭력성 때문에 "오징어게임이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폭력적 게임을 하지 않도록 지도해 달라" 등의 당부를 하였고, 당일 호주 시드니에 있는 덜위치 힐 공립학교에서도 자녀들이 <오징어 게임> 시청하는 것을 차단하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벨기에나 영국 등에서 <오징어 게임> 속 폭력적 게임을 아이들이 따라하고 있다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주의를 요청하고 있을 정도다. 해외의 각종 TV 방송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면서도 폭력성과 잔인성에 대해서 항상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독일의 보수언론 <슈테른 Stern> 9월 26일자 기사는 "시청자들은 강심장을 가져야 한다"라며 "이 K-드라마(오징어 게임)는 향수와 사회비판, 사회적 실험과 호러 무비의 경계 사이를 오가고 있으며, 주저하지 않고 끔찍한 장면을 보여준다"라고 소개했다. 10월 11일 <슈피겔 Spiegel> 기사 역시 <오징어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 기사는 태국 언론의 기사를 인용하여 '태국 경찰이 아이들이 이 드라마를 보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드라마의 폭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물론 해외 언론들이 이러한 비판 말미에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전체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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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 넷플릭스

 
K-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오해?

그러나 돌이켜 보면 독일의 경우 한국 영상 콘텐츠의 폭력성이나 잔인함에 대한 경고를 오래 전부터 해왔다. 故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에 대해서도 2004년 독일의 보수신문 FAZ(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안드레아스 길프라는 한 평론가는 "(이 영화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개의 모티브인 잔혹함과 명상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한다. 또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2003)가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을 때도 '쿠엔틴 타란티노가 심사위원장'이었다며 영화의 폭력성을 우회적으로 암시하였다.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은 독일 평론가 안케 레베케는 <차이트 Zeit>지에서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했을 때 "<기생충>은 대중성과 한국 영화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잔인함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의 특성을 '잔인함'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한국의 영상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저명한 오스트리아 영화감독 미하엘 하네케는 일찍부터 미디어와 폭력의 관계를 자신의 영화를 통해 성찰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베니의 비디오>(1992)나 <퍼니 게임>(1997)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이들 영화에서 어떻게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폭력이 일상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탐구했다.

그는 특히 할리우드의 폭력적 영화에 대한 대안이자 비판으로서 자신의 영화를 제시한다. 그는 자신의 영화가 어떻게 폭력을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가능한 한 폭력을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는 미디어에 노출된 폭력에 쉽게 둔감해지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라며, 미디어의 폭력이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모두가 인정하듯 이제 우리 문화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우리 문화 콘텐츠의 힘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보여주는 폭력성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폭력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늘 고려하면서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제작자나 창작자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젠더 감수성이 매우 높아졌듯이 폭력에 대한 감수성 또한 높아질 때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더 나은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형래는 한국외대 독일어과/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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