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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호 구속' 무산... 손준성 구속영장 기각

서울중앙지법 "증거 인멸·도망 우려 있지 않아"... '고발사주 의혹' 수사 제동

등록 2021.10.26 23:03수정 2021.10.2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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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사건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가 2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되고 있다. ⓒ 이희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이 사건의 첫 번째일 뿐만 아니라, 공수처 출범 후 첫 번째 사례였던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사건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이세창 영장전담부장판사)은 23일 공수처가 청구한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26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같은 날 오후 10시 40분께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진행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심문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됨."

지난 1월 출범한 공수처는 9개월 만에 처음 손 검사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날 법원의 판단에 따라 1호 구속영장 청구가 1호 발부로 이어지지 못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거쳐 조성은씨에게 전달된 이른바 '손준성 보냄' 고발장이 손 검사의 지시로 작성됐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적용되는 혐의다.

또한 손 검사는 이 고발장으로 당시 총선을 앞두고 영향을 미치려했고(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장과 함께 수사기관 관계자만 열람할 수 있는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지아무개씨의 과거 판결문을 유출(공무상비밀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손 검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영장 청구의 부당함에 대해 판사님께 상세히 설명드리겠다"는 말만 남긴 채 기자단을 피해 서울중앙지법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손 검사 측은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변호인들은 피의자의 무고함과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의 수사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을 말씀드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공수처와 손 검사는 소환조사 일정을 두고 이견을 보여 왔다. 공수처는 지난달 초부터 여러 차례 손 검사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손 검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 20일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는 "핵심적인 사건 관계인들에게 수사에 협조해줄 것을 누차 요청했지만 소환 대상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내세워 출석을 계속 미루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라며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최우선으로 해 수사에 임하고 있고, 내년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사건의 신속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사건 관계인들의 협조를 거듭 당부 드린다"라고 밝혔다.

반면 손 검사는 "피의자와 변호인은 헌법상 권리인 변호인의 조력을 최소한이라도 받기 위해 공수처와 소환 시점을 조율한 것인데, 공수처가 기본권을 무시하고 아무 통보 없이 갑자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며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야당 경선에 개입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피의자의 방어권이 침해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공수처는 손 검사와 다시 조사 일정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웅 의원의 소환 일정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초 공수처의 소환 요구에 김 의원 측은 국정감사를 이유로 일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기각 직후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추후 손 검사에 대한 조사와 증거 보강 등을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손준성 #구속 #고발사주 #의혹 #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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