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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발굴을 못다 했다"... 어린 학생들의 시선이 멈춘 곳

[2021 충남통일학교] 금산 추부초 3학년 학생들의 '사제동행' 역사체험

등록 2021.12.09 11:35수정 2021.12.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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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부초 학생들이 공주에 있는 석장리구석기박물관을 방문했다. ⓒ 추부초

 
구석기박물관(석장리 박물관, 대전시립박물관)~무령왕릉~노근리평화공원~대전 산내골령골.

금산 추부초 3학년 학생들이 주말을 이용해 선생님과 함께 최근 돌아본 역사 기행 목록입니다. 초등생들이 평화역사 기행 코스로 구석기 시대를 돌아 현대사의 깊은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골령골까지 다다른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충남도교육청에서 소규모 통일 교육, 역사체험 행사를 지원하는 '사제동행' 행사의 하나로 인근 지역 역사 기행을 마련했어요. 모두 3차례에 걸쳐 모두 7명의 학생이 참여했어요." (이종목 추부초 교사)

"구석기 문화 폭넓게 이해했어요"
 

추부초 3학년 학생들이 대전시립박물관을 관람하고 있다. ⓒ 추부초

 
충남 공주에 있는 석장리구석기박물관과 대전시립박물관은 '인류 역사의 시작'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년, 최초의 인류는 약 35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탄생합니다. 다시 약 345만 년이 지나 현생인류로 구분되는 호모사피엔스(지혜 있는 인간)로 진화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4~5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후기 구석기 문화가 널리 형성됩니다. 최초의 인류에서 현생 인류가 탄생하기까지 345만 년이 걸렸으니 참 장구한 세월입니다.

석장리 구석기인들은 공동체를 이루고 주로 나무 열매나 뿌리 등을 채집하거나 동물을 잡아서 먹고살았습니다. 사냥도구로 돌을 깨트려 주먹도끼, 찍개, 찌르개 등을 사용했습니다. 동굴의 천정이나 암벽 등에 천연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공동체의 안전과 풍성한 수확을 빌었습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동물과 싸웠습니다.


"구석기 문화를 폭넓게 이해하게 됐어요" (최은진 추부초 3학년)

"울고 싶었는데 눈물이 안 나왔어요"
 

추부초 3학년 학생들이 충남도교육청의 '사제동행' 행사의 하나로 노근리평화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 추부초

 
공주시 금성동(옛 이름 송산리)에 있는 무령왕릉은 백제문화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아치형 벽돌무덤, 금관, 금은 장신구, 석수(돌짐승), 동자상, 청동거울, 도자기, 지석, 무령왕릉이 있었기에 고구려, 백제, 신라, 남조 양나라 등 이웃 나라 간 상호 문화교류와 각 나라 문화의 특수한 점과 공통되는 점도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무령왕릉이 없었다면 해양 왕국으로 성장한 백제의 역사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무령왕릉이 공주에 자리 잡은 것은 전쟁의 여파이기도 했습니다. 애초 백제는 한강 유역인 한성에 도읍을 정했지만,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패해 한성에서 웅진(지금의 공주)로 천도합니다. 신라와 나제동맹을 맺고 고구려와 대항하지만 결국 신라는 고구려와 손을 잡고 신라의 전성기를 이끌어갑니다.

노근리평화공원도 한국전쟁 시기에 발생했던 현대사의 아픔을 안고 있는 곳입니다. 1950년 7월 말 미군이 피난 가던 주민들을 북한군으로 위장했을 수도 있다는 짐작으로 공군기에서 총을 쏘거나 기관총을 난사해 노근리(쌍굴)에서 수백 명이 희생됐습니다.

"노근리 쌍굴을 접하고  <노근리 그해 여름> 책을 읽었는데 주인공 양해숙이 친구 은실이를 쌍굴에서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 떠올랐어요. 울고 싶었는데 눈물이 안 나왔어요." (최소원 추부초 3학년)

"쌍굴다리에 있는 세모 표시는 총알이 박혀 있는 곳이고, 네모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설명을 들으니) 너무 슬펐습니다." (백인우 추부초 3학년)


추부초 학생들이 마지막 여행지는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 지역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단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천여 명이 군인과 경찰이 쏜 총알을 박고 긴 구덩이에 묻혔습니다. 학생들을 인솔한 이종목 추부초 선생님도 '구덩이 길이만 1km에 가깝고, 아직도 유해발굴을 못다 했다'라는 대목에서 설명하기 힘들어합니다.

"평화공원 조성되면 꼭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추부초 3학년 학생들이 충남도교육청의 '사제동행' 행사의 하나로 대전 산내골령골 평화공원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추부초

 

추부초 3학년 학생들이 충남도교육청의 '사제동행' 행사의 하나로 대전 산내골령골 평화공원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심규상

   
총을 겨누는 군인과 경찰, 널브러진 시신, 총알 구멍이 뚫린 채로 발굴된 머리뼈 유해 사진을 보는 학생들의 시선이 불안해 보입니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2007년 34구, 2015년 18구, 2020년 234구, 올해 962구 등 1248구의 유해를 발굴했습니다.

다행히 골령골을 찾은 초등생들은 짧지 않은 역사여행에서 찾은 현명한 대답을 내놓습니다.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무섭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직 발굴되지 않는 희생자들이 빨리 발굴되어서 억울함을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수현 추부초 3학년)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죽이는 일은 올바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최은진 추부초 3학년)

"하루빨리 남아 있는 유골을 발굴해 좋은 곳에서 잠드셨으면 좋겠습니다. 평화공원이 조성되면 꼭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이시우 추부초 3학년)
#추부초 #노근리 #골령골 #사제동행 #충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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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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