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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 낙동강 모래톱 걷기를 제안하며

'모래의 강' 낙동강을 걸으며 낙동강의 미래를 그려보자

등록 2021.12.31 11:14수정 2021.12.3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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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곡교에서 올려다본 낙동강에 새롭게 드러난 황금빛 모래톱. 합천보 완전 개방의 선물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경북 고령군 우곡면 우곡교 상류로 펼쳐진 모래톱은 아름다웠다. 강 한가운데까지 모래톱이 드러났다. 강물의 흐름을 따라 그대로 모래톱이 만들어진 것 같다. 톱날 같은 모양의 모래톱들이 길게 이어졌다. 강 한가운데 저런 모래톱이 만들어졌을 줄이야.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단지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 수문만 열었을 뿐인데, 낙동강이 이전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우곡교 아래를 통해서 이 모래톱에 접근할 수 있다. 모래톱을 따라 들어가면 강 한가운데까지 걸어 들어가 보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래톱의 부활, 합천창녕보 완전히 열리다. ⓒ 정수근

   
이런 모래톱의 향연을 즐길 곳은 더 있다. 먼저 합천보 1킬로미터 직상류 경남 창녕군 이방면 우산리 어부 선착장 앞 낙동강변에서부터 1킬로미터 상류 율지교까지 이어지는 넓게 펼쳐진 모래톱은 그 규모면에서 우선 압도적이다. 수만 평에 이를 은백의 모래톱이 넓은 들판처럼 펼쳐졌다. 그 위를 잔잔한 강물이 흐른다. 낙동강이 낙동강다워지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곳은 새들이 많이 찾아온다.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의 새들이 모래톱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이곳도 우산리 어부 선착장을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 답사자들이 일렬로 도열해 모래톱을 걷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풍경이다.

낙동강 모래톱 걷기
 

합천보 수문개방에 따라 새롭게 드러난 회천의 은백의 모래톱. 이 모래톱을 따라 답사자들이 도열해 걷는 상상은 즐겁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율지교 위로 올라가면 색다른 모래톱을 만나게 된다. 바로 회천이 빚어놓은 삼각주의 모래톱을 만나게 된다. 합천보 담수로 그동안 물에 잠겨 있던 회천이 합천보의 수문 개방에 따라 모래톱이 드러난 것이다.

이곳 합수부부터 4킬로미터 상류까지 새로 드러난 은백의 모래톱이 길게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회천 제방을 통해서 이곳의 접근이 가능하다. 범산에서부터 회천의 모래톱을 따라 합수부까지 걸어 내려오는 색다른 체험이 될 것이다.
   
회천은 모래강의 원형으로 평가받고 있는 내성천 못지않은 모래강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이곳 4킬로미터에 이르는 모래톱은 특히 아름답다. 그동안 물에 잠긴 채 새롭게 드러난 모래톱이기에 더욱 가치롭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석진교 아래 넓게 펼쳐진 모래톱. 그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간다. 이전 낙동강의 모습을 온전히 회복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다음 가볼 곳은 달성군 박석진교 아래 모래톱이다. 이곳은 달성보에서 3킬로미터 하류지역으로 낙동강 제방을 통해 이곳 모래톱에 다다를 수 있다. 이곳은 특히 자연스럽게 드러난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가는 모습을 통해 가장 낙동강의 이전 모습과 가까운 장면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길이 1미터 내외로 낮기 때문에 건너편까지 건너갈 수도 있다. 따라서 모래톱을 걷고 건너편까지 걸으면서 강을 온몸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이색적인 답사 코스가 될 것이다.

달성보의 강력한 세굴의 증거 바위섬
 

달성보 아래 새롭게 드러난 바위섬. 달성보 강력한 세굴현상의 증거 ⓒ 대구환경운동연힙 정수근


그다음으로 추천할 곳은 달성보 직하류의 바위섬이다. 이곳은 모래톱 대신에 사석으로 채워진 거의 자갈밭을 만나게 되고 가운데 대부분 사석으로 채워진 바위섬을 만나게 된다. 이 바위섬이 생겨난 배경은 바로 달성보 때문이다.

달성보의 수문을 열게 되면 강한 물살이 생기게 되고 그 강한 물살이 강바닥을 깎는 세굴현상이 일어난다. 달성보는 이 세굴현상이 가장 강하게 일어난 보 중의 하나로 세굴현상이 일어난 곳을 메우기 위해서 수자원공사에서 달성보 아래에 사석을 엄청나게 채워 넣은 것이다. 그 사석들이 밀여나면서 지금의 바위섬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달성보가 보가 아니라 바로 댐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강에다 인공의 시설을 해둔 폐해를 이 세굴현상을 통해 목격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상으로 합천보 수문 개방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 모래톱을 돌아봤다. 그리고 바로 이 모래톱을 걸어봄으로써 모래톱의 아름다움 만끽하고 그리고 낙동강 재자연화의 의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합천보의 수문이 완전히 열렸다. 이로 인해 낙동강 곳곳에 아름다운 모래톱이 생겨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이 모래톱 걷기 답사는 2월 초까지밖에 할 수 없는 한시적인 체험이다. 환경부에서는 2월 초가 되면 다시 합천보의 수문을 닫아서 물을 채울 계획이다. 낙동강 인근 농민들이 지하수를 통한 농업용수를 사용하게 되는 시점이 2월 초부터란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설명에는 이의가 있다. 이때 사용되는 농업용수가 어느 정도인지 우선 파악이 되어야 할 것이고, 왜냐하면 겨울에 쓰는 농업용수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위를 내린 상태에서도 농사용으로 사용하는 지하수는 충분히 뽑아 올릴 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 농업용수 문제가 해결되면 본격적인 양수장을 가동하는 5월 초까지는 계속해서 합천보의 수문을 열어놓을 수가 있다.

낙동강의 미래를 위한 낙동강 모래톱 걷기
  

합천보의 수문개방으로 새로 드러난 회천의 아름다운 모래톱. 전인미답의 아름다운 모래톱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따라서 애석하게도 이런 이유로 이 모래강 걷기 답사 계획은 지금부터 1월 한 달여 정도의 한시적 답사가 될 것이다. 이후엔 다시 물이 가득 채워진 낙동강의 모습을 보게 된다. 정말 언제까지 이런 장면이 반복되어야 하는지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1월 한 달여가 낙동강 모래톱을 걸을 수 있는 시기이다.

이 낙동강 모래톱 걷기 행사는 낙동강의 미래를 위해서 기획됐다. 모래의 강 낙동강을 걸으며 낙동강의 미래를 그려보자는 취지이다. 즉 낙동강 재자연화를 희망해보자는 것이다. 낙동강 보의 수문이 모두 열리는 그날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날이 오면 낙동강 곳곳에서 모래강 걷기 행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낙동강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낙동강은 유역면적이 남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큰 강이다. 이곳에는 1300만의 영남인이 이 낙동강 물을 마시며 낙동강을 의지해 살고 있다. 이런 강이 지금 막혀 있다. 국토의 동맥이 막혀 있는 꼴이다. 이래서는 국토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없고 그 위의 국민들 또한 제대로 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낙동강 재자연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

이번 낙동강 모래톱 걷기를 통해 이런 낙동강의 미래 함께 그려보는 계기가 되기를 빌어본다.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낙동강 모래강 걷기 행사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053-426-3557)에서 준비한다. 특히 낙동강 인근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희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수문개방 #합천보 #모래톱 #달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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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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