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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뒤틀린' 사랑, 딸은 왜 거부하지 못했을까

[리뷰] 영화 <비올레타>

22.01.06 16:11최종업데이트22.01.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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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비올레타> 포스터 ⓒ 알토미디어(주)

 
우리 모두는 갓 태어났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엄마의 절대적 도움을 받는다. 다른 무엇보다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정서적 안정감이 크다. 엄마의 사랑은 넘치든 모자라든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럼 엄마에게 아이란 무엇일까. 사실 아직까지 현대사회에서도 엄마는 전통적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육아에 대한 부담을 아빠와 사회 제도가 약간은 보조해주지만 여전히 엄마에게 육아의 무게가 좀 더 있다는 건 사실이다. 엄마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커리어의 일부를 포기하거나 아예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들의 고민도 많아지기 마련인데 아이를 교육하고 또 사랑을 주는 방식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어느 정도인지, 그 사랑이 어떤 모습으로 객관적으로보지 못한 채 말이다.

사랑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

영화 <비올레타>는 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는 엄마인 한나(이자벨 위페르)가 딸인 비올레타(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에게 주는 사랑의 방식이 그려진다. 영화 초반 비올레타에게 엄마는 그저 그리운 존재다. 증조할머니와 같이 생활하고 있는 그는 주로 외부 활동을 하고 가끔씩 찾아오는 엄마를 볼 때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집 밖으로 나가는 엄마 한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비올레타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한나는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카메라로 누군가를 찍는 등 예술 쪽 관련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마로 인한 감정적 부재는 있지만 비올레타는 학교에서 크게 문제가 없는 아이였다. 증조할머니의 보살핌 속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엄마 한나가 좀 더 적극적으로 비올레타를 찾아오기 시작한 이후 벌어진다. 동료 미술가인 에른스트(드니 라방)에게 카메라를 받은 이후 한나는 여러 모델을 이용해 자신의 사진작품들을 작업해나간다. 일반인 중에서 모델을 선택하는데, 그가 선택한 모델 중 한 명이 바로 딸 비올레타다.
 

영화 <비올레타> 장면 ⓒ 알토미디어(주)

 
한나는 비올레타에게 보고 싶었다거나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사진 모델이 되어달라고 말한다. 비올레타에게 그런 엄마의 사랑은 한없이 달콤한,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부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집에 찾아오지 않던 엄마가 갑자기 매일 찾아와 딸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데 그 사랑이 얼마나 진실된 것일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단 한 명, 비올레타만 빼고 말이다. 

엄마가 주는 사랑과 비올레타가 원하는 사랑 사이의 괴리

사실 영화 속 엄마 한나가 요구하는 모델의 수준이 예쁜 옷을 입고 사진 촬영 몇 번 하는 정도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엄마 한나는 계속적으로 사진의 수위를 높여간다. 아직 중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비올레타는 엄마의 요구에 맞추어 어른 옷을 입고 화장도 짙게 한다. 그때부터 비올레타는 학교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거기에 심한 노출 사진까지 찍게 되면서 비올레타는 하기 싫은 일과 엄마의 사랑 사이에서 혼란스러워진다.

엄마 한나의 논리는 간단하다. 자신의 작품을 완벽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모델은 딸 비올레타고, 그와 함께 작업했을 때 예술계에서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인정받고 돈을 벌어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그것이 딸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건 비올레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다. 어린 소녀에 불과한 비올레타는 엄마가 찍는 사진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어린 아이는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고 그것을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 사랑에 숨겨진 폭력은 결코 외면할 수 없다.

그리고 아이가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엄마와 함께 하는 건, 공포가 된다. 하지만 아이는 도망갈 곳이 없다. 최악의 경우, 죽음만이 그 탈출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영화 <비올레타> 장면 ⓒ 알토미디어(주)

 
너무나 이기적인 엄마 한나의 사랑

영화 <비올레타>를 다 보고 나면 엄마 한나가 내뱉는 '사랑'이라는 말이 굉장히 폭력적이고 일방적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엄마에게 안기는 비올레타의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엄마 한나는 그 사랑을 이용했다. 어쩌면 딸에게 주는 사랑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 영화의 후반부, 한나의 아픈 과거가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나가 비올레타에게 했던 '폭력적인' 사랑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분노가 치미는 건, 그런 한나의 이기적인 사랑 방식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아픈 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용서할 수 없는 건, 영화 맨 마지막 비올레타의 행동을 통해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비올레타>는 2011년에 만들어져 칸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또한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드니 라방의 뛰어난 연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비올레타 역의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도 이 영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특히 연출을 맡은 에버 이오네스코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엄마가 어린 시절 자신을 촬영했던 경험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감독은 그것의 특징적인 아픔을 영화적 이야기로 재구성해 <비올레타>를 완성했다.

영화 <비올레타>가 만들어진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부모가 주는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행하는 강요는 오히려 아이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모든 부모가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 적정한 선을 찾아 지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질문하다 보면 좀 더 좋은 길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조금 아프더라도 이 영화 관람을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비올레타 엄마 사랑 이자벨위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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