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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문화재관람료 받겠단 발상이 수행자 마음인가?

[기고] 조계종 전국승려대회가 무효인 다섯 가지 이유

등록 2022.01.24 21:28수정 2022.01.2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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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열었다. 주최측은 5000명이 참가했다고 말하지만 현장에서 있던 분들은 이 숫자의 절반인 2500명이 모였다고 말한다.

그런데 30개 종파가 모였기에 머리 기른 사람, 가사 색깔이 다른 사람 등 다양했다. 승가는 중요한 결정을 승려들이 다 모이는 자리에서 결정한다. 이렇게 사찰과 선원별로 모여 회의하는 것을 대중공사라고 하는데 종단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대중공사를 승려대회라고 부른다. 이번 승려대회는 승려대회를 개최하는 이유, 진행과정, 결의문 등에 커다란 결함을 지니고 있기에 승려대회로 인정할 수 없다. 이 글에선 이번 승려대회가 왜 무효인지 설명하려 한다. 

첫째, 승려대회를 개최하는 이유가 적합하지 않았다. 승려대회 전까지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탈당과 제명을 요구하더니 막상 결의문에는 그 내용이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대중을 기만하는 짓이다. 지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은 대통령도 어찌 할 수 없는데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정청래 국회의원의 탈당과 제명을 요구하며 승려대회를 밀어붙인 것은 억지스럽고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관련기자 :  이제 정청래 의원은 탈당 안 해도 되겠다 http://omn.kr/1x0ea). 

원행 총무원장은 "건국 이후 일어난 모든 종교편향 및 불교 왜곡 사례를 담아 짚고 넘어가는 승려대회를 봉행하기로 했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이번 승려대회가 명분이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였다. 승려대회 경과보고에서도 정청래 의원의 막말 발언에 대한 종단의 대응 사례만 열거하고 다른 이유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무리하게 정치적인 요구를 하고 개최 이유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승려대회는 무효다.  

각 사찰에 일방적으로 승려대회 날짜 통보한 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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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둘째 승려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승려대회가 아니었다. 승려대회는 승려들의 문제의식에서 기인한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져야 한다. 종단은 일방적으로 승려대회 이유와 날짜를 잡아서 각 사찰에 통보했고 각 사찰마다 동원되어야 하는 인원까지 통보했다. 

총무원장과 본사주지는 각 사찰의 주지를 임명하는 인사권을 쥐고 있기에 주지스님들은 이들의 말을 거역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율적인 행사가 아닌 총무원에서 일방적으로 명령하여 이루어진 관제 행사였기에 이번 승려대회는 무효다.

셋째, 승려대회 참석자는 같은 율장을 수지하는 승려라야 한다. 이번 승려대회에는 30개 종파가 모여 구성원의 자격이 균일하지 않다. 대회에 참석한 승려 중에는 머리를 기른 자, 결혼을 하는 종파, 가사 색깔이 다른 자 등 같이 모여 포살과 자자를 할 수 없는 다양한 군상들이 모였다. 같은 율장을 가지고 포살과 자자를 할 수 없는 구성원들이 모인 집회를 승려대회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번 집회는 불자들의 모임이지 율장에 입각하고 조계종 전통을 따르는 승려대회는 아니다. 


넷째, 이번 승려대회 결의문을 발표할 때 사과하라! 수립하라!라는 진행자의 발언을 대중이 3번 복창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법한 대중갈마는 먼저 1번 제안하고 사회자가 대중에게 세 번 "동의 하십니까?"라고 물어서 대중이 세 번 동의하면, 사회자가 이렇게 결정되었음을 선포하여야 한다. 이번 승려대회는 일반인들이 하는 규탄집회 형식을 따랐고 대중갈마의 형식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승려대회라 이름 붙일 수 없다. 

또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할 때 교황 등 누구를 만나는 것은 대통령이 가진 고유의 외교행위인데 너무 자주 만났다는 것에 대해 사과를 하라는 것은 합리적인 요구가 아니다. 그리고 이미 대선 주자들이 이번에는 제정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을 승려대회에서 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책임하다.

'해종' 프레임 씌워 설문조사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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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다섯째, 설문조사 결과 64%의 승려들이 승려대회 개최를 찬성하지 않았다. 정의평화불교연대가 지난 19일 오후 5시부터 20일 오전 11시까지 1만85명의 조계종 스님을 상대로 승려대회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 301명(32.4%), 반대 601명(64.4%), 기권 37명(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승려 대다수는 이번 승려대회를 반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승려 대다수가 반대하는 승려대회를 정당한 승려대회로 인정할 수 없다. 

종단은 설문조사를 시작한 지 1시간 뒤에 전국승려들에게 문자를 보내어 해종단체가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응하지 말라며 방해하였다. 상식적인 종단이라면 대중의 뜻을 알아내어 대중의 뜻에 따르는 종무행정을 펼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이번 집행부는 대중의 뜻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설문조사까지 '해종' 프레임을 씌워 방해했다. 이러한 종단의 태도는 대중의 뜻을 무시하는 일이며 협잡꾼들이나 하는 짓이다.  

종단이 종교편향 사례로 언급한 ▲서소문천주교성지 ▲천진암 주어사성지 ▲서산 해미읍성 천주교명소화 문제 등 사실상 종교편향 사업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을 '불교 왜곡'이라고 부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불교란 부처님 가르침인데 누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있다는 말인가?

오히려 부처님이 가르친 "비구들이여 너희는 가르침(法)의 상속자가 되어야지 물질의 상속자가 되지 말라"는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것은 이번 승려대회에 참석한 승려들이 아닌가? 그러므로 불교왜곡은 우리 내부에서 발생하였지 결코 외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국민에게 '산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등산객에게 문화재관람료를 기어코,기필코 받아야 겠다는 발상이 수행자의 마음인가 사업자의 마음인가? 

원행 총무원장은 나눔의집 비상근 상임이사로 있으면서 2003년 4월경부터 2019년 4월경까지 수억원의 월급을 받았다가 돌려주었다. 2021년 9월 19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 사건을 다시 수사 할 것을 명령했다. 

나눔의 집에서 월급을 부당하게 수령했다가 돌려준 것은 명백하게 승적을 박탈해야하는 잘못이다. 검찰에 수사를 받으면서까지 총무원장 자리를 지키고, 코로나19 시국에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승려대회를 개최하여 불자들을 부끄럽게 하고 불교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리는 짓을 해서야 되겠는가? 원행총무원장은 사회적 지탄을 받은 이번 승려대회의 책임을 깊이 느끼고 다시 국민의 원망과 비난을 불러들일 2월 '범불교도 대회' 취소를 선언하라.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조계종 전 불학연구소장입니다.
#불교대회 #조계종 #정청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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