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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멸치 멸공 놀이, 기가 찰 노릇"

70년 멸치잡이 가업 잇는 구봉수산 강정철 대표

등록 2022.02.01 12:31수정 2022.02.0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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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때부터 해오던 사업을 물려받아 70년간 3대 가업을 잇고 있는 구봉수산 강정철 대표가 여수멸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 심명남

 
최근 윤석열 대선 후보의 ’여수 멸치‘ 멸공 놀이에 어민의 허탈감은 컸다. 피 땀 흘려 잡은 여수 멸치에 이데올로기를 덧씌운 탓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70년째 멸치잡이 가업을 잇고 있는 구봉수산 강정철 대표는 이같은 멸공 놀이에 대해 “기가 찰 노릇이다”면서 “지금 AI와 스마트폰 세상인데 멸치에 이데올로기를 덧씌운 행위는 가뜩이나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어민들을 두 번 죽이는 작태”라고 개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낮 12시쯤 이마트 이수점을 방문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보기에 진심인 편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라는 글을 올렸다 ⓒ 윤석열 인스타그램 ⓒ 심명남

 
그는 윤석열 후보에 대해 ”여수 멸치가 노이즈 마케팅처럼 홍보가 되는 것 같기는 한데 한 나라를 이끌어 나갈 대통령 후보가 사람 먹는 음식 갖고 이런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 불가“라면서 ”어민의 한 사람으로 웃고 넘길 일이지만 대권 후보가 이데올로기를 덧씌우는 건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갈치, 고등어, 멸치를 3대 국민 생선이라 부른다. 멸치는 생선 중에 제일 작지만 입을 벌리면 몸집의 절반 이상 입이 벌어진다. 입 큰 멸치는 사람을 많이 먹여 살린다. 멸치를 잡으면 가공하는데 손이 많이 가서 고용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멸치잡이는 설날 이후 조업이 시작된다. 멸치 금어기는 4~6월로 약 90일은 산란기다. 1년에 9개월 조업하는 멸치어장의 가장 성수기는 8~11월이다. 넉 달 일해서 일 년을 다 보내는 셈이다. 특히 8~9월 남해안 연안에 얼마만큼 태풍 영향이 적게 미치느냐에 따라 한해 멸치 조업 일수가 결정된다.

지난 28일 권현망 멸치잡이 선단 5척을 운영하는 구봉수산 강정철 대표를 만났다. 할아버지 때부터 해오던 사업을 물려받아 70년간 3대 가업을 잇고 있다. 올해는 멸치조업이 40~50년 만에 유례없이 최고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 때문에 멸칫값이 약 40% 내렸다. 주로 급식이나 식자재로 많이 나가지만 학생들의 등교와 식당 시간제한 방역 지침에 묶인 탓이다.

멸치잡이 어민의 한숨... 이런 불황은 50년만에 처음 
 

정박된 멸치잡이 선단의 모습 ⓒ 심명남

 
강 대표는 "요즘 수산업 하는 업자들이 힘들지만 국민 전체가 힘드니까 어민들은 어디 가서 어렵다는 말도 못 한다"라면서 "이런 일을 겪은 건 5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옛 어른들의 말씀 중 '멸치가 생선 중에 제일 작은데 생선 크기에 비해 입이 제일 큰 생선이 멸치다' 했어요. 입이 제일 크다는 게 뭔 말이냐면, 입을 벌리면 몸집의 절반 이상 입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멸치잡이가 사람 손이 되게 많이 가요. 다른 어종은 잡으면 바로 위판되지만 멸치는 한 번 더 가공에 들어가기 때문이죠. 그래서 생선은 작지만 사람을 많이 써서 멸치만큼 사람을 많이 먹여 살리는 업종이 없다고 했어요.

강 대표가 운영하는 멸치잡이 권현망 어업은 선단 5척이 한 팀이다. 선원은 35명쯤 승선한다. 예전에는 70~80명씩 손으로 그물을 당겼는데 지금은 기계화가 많이 됐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배를 타려 하지 않아 외국인 선원들이 약 40~50% 이상 차지한다. 

멸치는 여수와 통영이 주산지다. 여수 멸치가 좋은 이유는 여수 바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청정 해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완도나 청산도 쪽에서 잡은 멸치를 으뜸으로 친다. 왜냐면 서남해안으로 갈수록 유속이 빨라 멸치가 운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근육질 있는 멸치는 지방질이 없다 보니 탄력이 좋아 육수를 내면 감칠맛이 나고, 볶아 먹으면 쫀득쫀득하다. 이곳에서 잡은 여수 멸치 브랜드가 전국 최고인 이유다.

요즘 농어업은 정부 지원이 자꾸 줄어 갈수록 힘들다. 멸치잡이 어부들은 이미 50~70대 고령화로 접어들었다. 현재 간부 선원들은 국내 사람들이 하지만 20~30년 후는 외국인 선장을 수입해야 할 판이다. 대만 원양어선은 자국 선장들은 없고 한국인 선장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우리도 일본처럼 정부에서 할당량을 줘서 어민들이 먹고살게 해야 한다”면서 “일본은 그런 정책으로 젊은 사람들이 귀어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경쟁이다 보니 전쟁"이라며 어업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강 대표는 멸공 놀이를 한 윤석열 후보를 향해 “어민의 한 사람으로 대통령 되려고 나오신 분이 여수 멸치로 멸공 놀이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 되겠냐”면서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멸치처럼 대한민국 국민을 잘 먹여 살리고, 나라의 발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모색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포털에 여수 멸치라고 검색을 해보면 온통 멸공 놀이로 도배되어 있다
”멸공 놀이가 올바른 정신인지 묻고 싶다. 니들이 여수 멸치를 아냐고... 저희 부모님도 그랬지만 어른들이 ‘먹는 것 갖고 장난치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고 했다. 어민들은 풍랑과 싸워 멸치를 잡아 와서 자식들 생계를 유지하는데 그걸로 장난치면 되겠나?“
 

가공된 멸치를 출하하는 모습 ⓒ 심명남

   

외국인 노동자와 내국인이 모여 멸치를 수작업하는 모습 ⓒ 심명남

 
- 대선 후보의 여수 멸치 멸공 놀이로 소비는 늘었나
”그런 건 없다. 그런 것 때문에 소비가 많이 늘었으면 어민들이 좋아할 텐데... 어려운 상황에 멸치 가격도 내려가고 소비도 없는데 멸치 가지고 장난질하고 그런 거 보면 저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갈까 답답하다.“

- 여수 멸치 멸공 놀이는 '여순반란' 이데올로기 프레임을 덧씌우는 의도 아니겠나.
”김정은의 핵을 가지고 이야기 해야지 왜 난데없이 여수 멸치를 가지고 이데올로기를 덧씌우나? 멸공 놀이 하는 게 일베에서 시작된 건지 모르지만 그 친구들도 자기 부모나 선친들이 멸치잡이나 콩 농사를 짓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먹는 음식을 가지고 이렇게 장난치는 건 아주 잘못됐다. 특히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한다. 국민들 먹거리에 이런 멸공 놀이로 이데올로기 덧씌워 한 표 더 얻으려고 하는 행동이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다.“

- 윤석열 대선 후보가 어민들한테 뭘 좀 해줬으면 좋겠나.
”안 건드리고 놔두면 좋겠다. 어민들은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며 살고 싶다. 정치인의 길에 나섰으니 올바르게 정치해서 국민들 좀 편안하게 해주고 어민들 규제도 좀 풀어달라.“

- 풀어야 할 규제가 뭔가.
”복지 공간을 약 1년 정도 시행 하다가 멈췄다. 배에서 선원들이 쉴 수 있는 복지 공간이 부족하다. 고기가 연안에 없어져 더 멀리 나간다. 풍랑을 만나면 생명이 위험하다. 선박에 대한 톤수 제한 규제를 풀어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당부할 말이 있다면.
“코로나로 어민들은 어려워도 말도 못 한다. 모두가 어렵기 때문이다. 멸치뿐만 아니라 수산물 유통이 잘 될 수 있게끔 국민들이 좀 많이 사달라. 멸치는 밑반찬이니까 매일 우리 생선 멸치가 꼭 일식 일찬으로 식탁에 오르면 감사하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여수 멸치 #멸공 놀이 #구봉수산 강정철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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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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