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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은 정말 여가부 폐지에 열광했을까?

[진단] 2022년 20대 남성과 2017년 20대 남성은 비슷하다

등록 2022.03.14 05:53수정 2022.03.1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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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선거는 끝났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내세웠던 소위 '젠더 갈라치기' 전략에 대해선 논란이 여전하다. 오히려 2030 여성들을 자극시키며 역풍을 만들고 선거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책임론이 있는가하면, 20대 남성이라는 '청년 지지층'을 형성했다는 성과를 높게 사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선거 과정에서 성평등이나 성차별 이슈에 대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태도는 열광과 분노를 동시에 일으켰다. 그런데 문제는 냉정하게 평가할 때 그 열광이 국민의힘 표심으로 이어졌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2021년 7월과 2022년 3월의 이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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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이준석 페이스북. ⓒ 이준석 페이스북

 
지난 2021년 7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에선 20대 남성의 무려 72.5%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훈 캠프의 뉴미디어 본부장이었던 이준석 대표는 "20대 남자. 자네들은 말이지..."라는 말로 20대 남성을 선거 승리의 주역으로 치켜세웠다.

정치권은 곧 '이대남 프레임'에 휩쓸렸다.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안티 페미니즘' 정서를 꾸준히 대변하던 이준석 대표의 전략이 20대 남성들에게 소구력을 가졌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민주당에서도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군 가산점제 부활 법안을 냈다가 폐기하기도 했다.

2022년 20대 대선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는 20대 남성의 58.7%가 윤석열 후보에게, 36.3%가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72.5%에 비해서는 떨어졌지만, 58.7%도 높은 득표율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20대 남성의 높은 지지를 굳히게 된 것 자체를 이준석 대표의 공으로 돌리기도 한다. '남성 차별'을 주장하며 페미니즘에 적대감을 표시하는 20대 남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한 시도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을 넘어 좀더 이전 선거로까지 분석 대상을 넓혀보면, 이런 평가에 대해 의문 부호가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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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2016년 시작된 20대 여성과 남성의 분화

'젊은층은 진보적이고, 민주당을 많이 지지한다'는 명제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오래된 상식처럼 굳어져왔다. 하지만 2016년 총선에서 20대 여성과 남성 사이 분화의 기미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한국리서치에서 2019년 1월에 발간한 월간지 <여론 속의 여론>을 살펴보면 20대 남성은 2016년 국민의당 돌풍에 힘을 실어주며 민주당 지지층이 아닌 '스윙 보터(부동층)'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2016년 4월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민주당+정의당 지지율은 47.1%로 20대 여성의 65.9%에 한참 못 미쳤다.

2017년 대선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됐다.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20대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 조사한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20대의 47.6%가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20대 득표율 47.8%와 거의 유사하다.

당시 20대 남성과 여성의 투표 성향을 별도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한국갤럽이 대선 D-2, D-1에 실시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발표한 예상 득표율 자료가 있다. 문재인 후보가 46% 득표할 것으로 예상한만큼 출구조사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치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문 후보의 20대 남성 예상 득표율은 37%, 20대 여성 예상 득표율은 56%였다.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 36.3%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에서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성 지지율과 거의 비슷하다.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보수 후보로 분류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20대 남성 예상 득표율은 모두 합쳐 52%였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10% 지지를 얻었다.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는 58.7%를 기록했다. 2017년 한국갤럽 조사를 근거로 단순 계산하면, 이번 대선에서 20대 남성으로부터 받은 윤 후보의 표는 지난 대선 세 보수 후보의 표를 합친 뒤, 민주당이 아닌 표 일부를 가져왔다고 유추할 수 있다.

착시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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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행동하는보통남자들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대선후보가 청년남심을 잡겠다며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글자를 남기는 등 청년 남심들의 요구라며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목소리가 정치권에 울려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권과 미디어를 향해 혐오 부추기 중단을 촉구했다. ⓒ 권우성

 
흔히 20대 남성의 '반 민주당' 정서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젠더 정책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와 같은 근거로 이는 정확한 진단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미 2016년부터 20대 남성은 민주당으로부터 이탈하고 있었다. 보수 지지층이 갈라지거나 정당이 분열되기도 했고, 2016년 이후 대부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기 때문에 특별히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후보가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 노골적인 반 여성 행보가 20대 남성의 표를 끌어오는 데 효과적이었나 하는 점 역시 과대 포장됐을 가능성이 크다. 20대 남성의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늘지도 않지만 반대로 줄지도 않는,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대 남성이 문재인 정부의 친 페미니즘 정책에 반대해서 국민의힘 후보를 찍는다는 것, 그리고 이준석 대표의 여성 배제 전략이 20대 남성 사이에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은 온라인 상의 여론이 과대대표되면서 벌어지는 일종의 착시 효과라고 볼 수 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제외하고는 최근 5년간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투표 경향은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민주당 후보 지지율을 놓고 봤을 때, 둘의 격차는 2017년 19대 대선 19%p(갤럽 예상 득표율), 2020년 21대 총선 15.9%p(출구조사),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21.8%p(출구조사), 2022년 20대 대선 21.7%p(출구조사)로 줄곧 크게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20대 남성의 보수정당 선호가 이후 연구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이준석 대표의 공으로, 또는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20대 남성'으로만 읽는 것은 너무 납작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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