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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비판 "궁궐 공사 강행했다 쫓겨난 광해군"

보수언론, 윤석열 당선인의 '용산 대통령 집무실' 밀어붙이기 일제히 비판

등록 2022.03.21 16:38수정 2022.03.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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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조선일보> 온라인판에 실린 "청와대와 경희궁" 칼럼 ⓒ 조선일보

 
"문득 청와대 이전과 관련해 400년 전 광해군시대와 풍경이 겹친다 (...) 그런데 만인의 반대 속에 궁궐 공사를 강행했다고 쫓겨난 왕이 광해군이다."

지난 19일 <조선일보> 온라인판에 올라온 "청와대와 경희궁"이라는 칼럼의 일부분이다. 칼럼을 쓴 박종인 선임기자는 "광해군의 업적이 차고 넘쳤다"라면서도, 경희궁 공사를 강행하다가 쫓겨났다고 지적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경덕궁 공사 배경에서는 성지라는 풍수술사가 있었으며, 광해군의 반대파들은 경덕궁 공사와 창경궁 중건 완료 후 남은 자재로 짓던 인경궁이라는 두 개의 대형 토목공사가 진행되는 것에서 '쿠데타'의 힌트를 읽었다고 한다.

박 기자는 "(광해군은) 대륙에 주인이 바뀔 때 실리외교로 나라를 보전한 지도자였다. 세금체계를 개선해 국민 부담을 경감시킨 지도자였다"라며 "그런데 불합리한 토목공사 하나에 정적들은 그를 폭군이라 부르며 끌어내려버렸다. 작은 하나가 큰 모든 것을 압도해버리는 게 정치다. 정치는 그렇게 냉혹하고 허무하다"라고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이날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집권초 성과 조바심이 촉발했던 '광우병 파동' 기억해야"였다. <조선일보>는 국방부 청사로의 집무실 이전이 조급하다고 비판함과 동시에 "정치적 공격이 시작됐다. 이런 공세가 집무실 이전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국민들이 불만과 맞물리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권 출범과 함께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타결 지으려고 서두르다 광우병 촛불 시위를 불렀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앞서 광해군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급한 <조선일보>의 논조는 저주인지 경고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만큼 집무실 이전이 여론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정집 이사도 두 달은 무리" "바늘허리에 실매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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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1일 자 사설 "10일 만의 변경 50일 뒤 용산 입주... 바늘허리에 실 맬까 걱정" ⓒ 동아일보


지난 20일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전까지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조선일보>는 21일 또다시 "청와대 이전 공감해도 국민 의견 안 들은건 유감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걸었다.


<조선일보>는 "일반 가정집이 이사하는 데도 두 달 안에 계획을 세워 실행하면 무리가 따르는 법이다"라며 "국가가 한 장소에 두는 국방부와 합참을 떼어 놓아도 좋은지에 대한 안보적 검토도 충분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보수 논객 조갑제씨의 글과 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예비역 고위 장성들의 '집무실 이전 반대' 입장문과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 보수논객 조갑제도 "사람 문제를 장소에 전가하는 건 미신"http://omn.kr/1xwzl)

21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일제히 사설과 오피니언을 통해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이 밝힌 '폐쇄적 공간으로부터 벗어난다'라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논의 과정 없이 취임 전까지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독단적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사설 "10일 만의 변경 50일 뒤 용산 입주... 바늘허리에 실 맬까 걱정"에서 "이번 결정은 무리해 보이는 점이 적지 않다. 용산 이전이 최선이냐의 문제만은 아니다"라며 "이 사안을 놓고 챙겨야 할 굵직한 이슈가 한둘이 아닌데 대통령실 이전 결정을 그리 서두를 일이냐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현 청와대 일부를 열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 등 속도조절론이 있었다. 국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결정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라며 "청와대 이전이 바늘허리에 실 매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용산 대통령 시대.. 혼선 없게 철저 준비해야"는 사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상대적으로 비판의 수위가 낮았다. "코로나19 위기와 불안정한 경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등이 혼재한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우선순위가 집무실 이전이어야 했느냐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라는 언급에 그쳤다.

그러나 21일 자 칼럼 "[분수대] 용산"(최현주 생활경제팀 기자)에서는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기 위한 이전이 '밀어붙이기식' 강행이라면 그 취지가 퇴색한다"라고 지적했고, 18일 자 칼럼 "청와대의 '불통 이사"(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에서는 "지금 필요한 것은 소통을 위한 이전이 아니라, 이전을 위한 소통이 아닐까 싶다"라고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비판했다.
#조선일보 #조중동 #집무실 이전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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