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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가 자랑이냐?" 소녀상에서 132걸음, 수녀님은 울었다

[현장] 1536차 수요시위 열려... "옆에서 혐오표현, 그래도 이곳은 평화의 장소"

등록 2022.03.24 13:06수정 2022.03.2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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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악귀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처음으로 참석해 죄송하다. 국민으로서, 여성으로서 혐오와 차별을 겪으신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 김계월(복직 투쟁 중인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 연대발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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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3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 불꽃, 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23일 낮 12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렸다. 이날 수요시위는 1536차 시위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주최하고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관했다. 

수요시위는 지난 30년 간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비(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열렸다. 그러나 2020년 5월부터 '엄마부대', '자유연대' 등 수요시위를 반대하는 단체가 같은 장소를 선점하기도 하면서, 수요시위는 평화로 일대를 전전하고 있다. 

이날도 수요시위는 평화비로부터 132걸음 떨어진 케이트 트윈타워 앞 도로 복판에서 진행됐다. 시위 현장 인근에는 "위안부가 자랑이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단 1명도 없다"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또한 수요시위 반대 단체들은 무대가 설치된 곳으로부터 불과 10여미터 거리에서 시위가 진행되는 내내 마이크 연설 등을 통해 맞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손에는 '위안부 강제연행 근거 없다', '수요집회 중단' 등의 손피켓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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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3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의 고금스님이 법고를 연주하고 있다. ⓒ 불꽃, 단

 
수요시위 측에서 고금 스님(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법고 연주를 시작하자 북소리가 평화로 일대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반대 집회의 참여자는 "집회 방해하지 말라"며 소리쳤다. 연주가 고조될수록 바로 옆에서 반대 집회 참여자들의 항의가 거세졌는데, 수요시위 참여자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피눈물을 흘리며 일본의 사죄를 기다리던 할머님들이 극락왕생하시기를, 살아계신 12분의 할머님들이 일본에게 사죄 받을 때까지 건강하시기를, 러시아의 침략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희생자분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 이권수(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사무국장)

바로 다음 순서로 조계종 스님들의 기도가 10분간 이어졌다. 수요시위 참여자들은 두 손 모아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수녀님 한 분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몇 번이고 눈물을 훔쳤다. 시위가 끝나고, 눈물의 이유를 묻자 수녀님은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났다"고 답변하며 질문한 기자의 등을 여러 번 쓸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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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3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여자들. ⓒ 불꽃, 단

 
수요시위를 향한 반대 단체의 거친 발언에도 참여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2월부터 매주 수요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대학생 김수정씨는 "옆에서는 듣기 싫은 혐오 표현을 해도,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즐겁게 임했다"며 "이곳은 평화의 목소리를 높여야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시위 참여자들은 자리만이 아니라 시위의 가치인 '평화'와 '연대'를 함께 지켜내고 있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단순한 분노, 증오, 비방이 (시위의 목적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다짐하고 실천하는 연대의 마음으로 30년 이상 수요시위가 지속될 수 있었다"며 "누구를 미워하는 집회면 30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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