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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먹는 것 같은 비빔냉면 특급 비법, 이걸 팍팍 넣으세요

'비냉파' 엄마가 극찬한 봄 미나리 비빔냉면, 오늘 집밥 메뉴로 추천합니다

등록 2022.05.17 11:59수정 2022.06.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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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살며,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딸이 만듭니다. 엄마가 맛있다고 하는 음식을 같이 먹는 일상이 엄마를 지키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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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비냉 마니아다. ⓒ pixabay

 
엄마는 비빔냉면을 정말 좋아한다. 양념갈비를 먹으러 가면 물냉면과 짭조름한 갈비를 돌돌 말아 먹어야 맛있다고 해도, 엄마는 "나는 비빔" 하시니 말 다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는 어쩌다 혼자서도 식당에 가서 드시고 올 정도였으니, 말하자면 엄마는 '비빔냉면 마니아'라고 해도 될 정도다.

그런 엄마가 몇 년 동안 외출을 거의 안 하다 보니 다른 음식은 별로 생각나지 않는데 비빔냉면은 한 번씩 먹고 싶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딸이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엄마는 옆에서 보조역할만 해 주세요!"라고 큰소리치고 냉면 만들기에 들어갔다.

사실 나는 물냉면 파라 비빔냉면을 만들어 먹은 적이 별로 없어 살짝 걱정되긴 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만든 냉면 맛은 그저 그랬다. 웬만한 재료들은 다 들어갔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래도 엄마는 딸이 만들어 주니까 잘 드셨다. '음,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인데 이왕이면 맛있게 해서 드리고 싶은데...' 생각하며 만들던 어느 날 깜빡 실수로 식초를 확 붓게 되었다.

그런데 어라? 사 먹는 맛과 비슷했다. '뭐야, 뭐야, 드디어 방법을 찾은 거야?' 좋아서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

손발이 척척, 모녀의 비빔냉면 만들기

엄마가 비빔냉면 생각날 때쯤, 새로 찾은 그 방법을 다시 해 보기로 마음먹고 요리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면부터 삶는다. 포장지에는 '4분 동안 끓이세요'라고 친절하게 적혀 있지만, 엄마는 이렇게 한마디 툭 던졌다. "뭘 시계까지 맞추노, 찬물 부어가며 끓이다가 하나 건져 먹어보면 되지." 역시! 엄마한테는 타이머 따위 필요 없다.

부르르 끓어오르길 몇 차례, 엄마가 "됐다" 하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운 물을 틀고 면을 비벼 씻은 뒤 물기를 탈탈 털어 한쪽에 둔다.

이제 양념장 차례. 큰 볼에 엄마가 직접 만들어 짜지 않은 고추장 한 숟가락 반, 간장도 조금, 비법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비법인 식초는 역시 좀 '많다' 싶게 붓고 신맛을 별로 안 좋아하니 꿀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만든다.

그다음엔 마늘과 파. 어느 요리 블로거는 생마늘을 다져 넣으면 더 맛있다고 했지만, 우리 집은 얼린 마늘뿐. 아직 색이 하얗기 때문에 다져 넣는 것과 맛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며 툭 잘라 한 숟가락.

여기에 파를 반으로 쓱 갈라 속이 드러나는 부분을 위로 향하게 놓고 다지듯 잘게 썬다. 파가 들어가야 음식 맛이 확 살아난다는 엄마 말에 이제는 격하게 공감하며, 듬뿍 넣는다.

모두 섞는다. 식초를 많이 넣고, 설탕이 아닌 꿀이 들어가고, 간장에 참기름까지 더 해져 양념장이 흥건하다. 파까지 들어가면 물이 더 날 테고. 미나리까지 올리면 빨간 국물이 남아돌 것 같은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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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미나리 언니네 밭에서 키운 미나리를 듬뿍 올려 먹는다 ⓒ 박정선

 
어느새 딸은 엄마를 닮아가고

엄마는 양념장 국물이 남는 건 아까워서 못 버린다. 예전엔 그런 엄마를 보면서도 나는 못 먹겠다며 버린 적도 있지만, 이젠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도 엄마와 똑같다.

"엄마, 양념에 국물이 흥건한데?"
"면이 양념 국물을 빨아들이게 물을 많이 빼라."
"옛썰."


이쯤 되면 내가 보조, 맞다. 

면을 담아 둔 채반을 위아래로 뒤집어서 물을 최대한 뺀다. 씻어 놓은 미나리는 채소 탈수기에 넣고 힘차게 돌려 먹기 좋게 썰어둔다.

이제 불 위에 고기를 올려 지글지글 굽는다. 그런데 아뿔싸, 면에 물을 너무 많이 뺐나? 한 뭉치가 되어 있네. 살짝 불안한 걸?

얼른 양념장에 넣고 젓가락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짜장면 비비듯 가운데를 벌리고 다시 안쪽으로 모으는 동작을 반복한다.

흥건한 양념장이 덩어리진 면 사이로 스며들어 국물은 점점 사라지고 파들만 바닥에 보인다. 역시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보조는 미나리를 슬쩍슬쩍 비비며 고개를 끄덕인다.

고기가 다 익자 손이 빨라진다. 미나리를 젖혀 면 위에 참기름 살짝. 엄마 단골 가게에서 직접 짜오는 참기름은 3대 진미 트러플 오일이 부럽지 않은 향이다.

마지막으로 깨소금을 면 위에 뿌리고, 기름기를 닦아가며 먹기 좋게 구운 목살과 함께 상에 낸다.

초록 미나리와 빨간 냉면이 노릇한 목살을 붙안고 입 안으로 들어온다. 아삭아삭, 새콤달콤, 고소하다. 엄마는 입가에 양념이 묻는 것도 모르고 "맛있네, 내 입에 딱 맞다" 하신다. 매일매일 비빔냉면을 해 드릴 수 있게 만드는, 최고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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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냉면 봄나물, 미나리는 비빔냉면 맛을 한층 살려준다. ⓒ 박정선

 
집에서 비빔냉면 만들어 먹기

재료 : 고추장, 간장, 식초, 꿀, 마늘, 대파, 참기름, 깨소금, 냉면면, 목살구이 조금(단백질 섭취를 위해)

1. 먼저 면을 삶은 뒤 찬물에 비벼 씻고 체에 밭쳐 물기를 (많이) 뺀다.
2. 스테인리스 볼에 고추장, 간장, 마늘, 식초(좀 많다 싶게)와 꿀, 참기름을 넣고 저어준다.
3. 대파는 다지듯이 썰고 양념장에 넣는다.
4. 씻은 미나리는 채소 탈수기로 물을 뺀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둔다.
5. 물을 많이 뺀 면을 양념장에 넣고 짜장면 비비듯 섞고 미나리도 넣어 무친다.
6. 참기름 살짝, 깨소금을 뿌리고 구운 목살과 함께 상에 낸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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