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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한일관계' 발언 다음날 일본 '왜곡 교과서' 발표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세미나 "책임져야 할 일본군 위안부 없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

등록 2022.03.30 17:12수정 2022.03.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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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양국의 정치지도자, 관료, 국민들이 강력한 힘으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밀어붙이면 다른 문제들이 어려울 것 같지만 대화를 통해서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서로 의견 차이가 있고 일견 보기에 풀리기 어려울 것 같은 문제도 있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윤 당선인과 주한 일본대사 두 사람이 '미래', '관계' 등의 단어를 써가며 악수를 나눈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29일 일본에서 '왜곡된 역사교과서가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 인해 당장 내년부터 일본 고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연행했다'는 문구를 접할 수 없게 됐다. 또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당시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한 '고노담화'에도 등장하는 '종군 위안부' 표현도 볼 수 없게 됐다.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거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등 일본 정부의 부당한 영유권 주장이 강화된 내용으로 배우게 됐다.

이는 지난해 4월 일본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강제연행', '종군 위안부' 등 강제성을 띠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따른 것으로 일본 문부과학성은 각 출판사에 해당 표현을 변경하도록 압박해왔다. 그 결과가 이번에 발표된 검정교과서에 반영돼 윤석열 당선인과 주한 일본대사가 만난 다음날 알려졌다.

"왜곡 교과서, 일본 정부가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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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일본 고교 검정교과서 내용 분석 전문가 세미나를 하고 있다. 일본은 29일 고교 2학년생 이상이 내년부터 사용하는 239종의 교과서가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일부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우리나라) 고유 영토"라는 기술이 포함됐다. '강제 연행'은 '동원'이나 '징용'으로 수정했다. ⓒ 연합뉴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과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는 30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22년도 일본 고등학교 검정교과서 내용 분석 전문가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은 "검정교과서는 크게 보면 국가에서 마련한 기준대로 (교과서에) 쓰게 하거나 쓰지 못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면서 "이번에는 강제연행과 종군위안부를 못쓰게 했고, 독도와 센가쿠열도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서 쓰게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 실장은 "<산케이신문>이 일부 교과서에 대해 '자학사관이 남았다'라고 평가했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족하지만 일본 안에서도 일본 우익세력에겐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교과서"라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매체인 <산케이신문>은 "조선인 노동자 동원에 대해 '강제 연행'이라는 용어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며 "자기학대적인 역사관을 드러내는 표현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북방영토, 다케시마(독도)가 불법 점거돼 있음을 언급한 교과서도 일부에 그쳤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혜인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실상 일본에 있는 집필자들이 많은 노력을 했는지 교과서를 분석해보고 알 수 있었다"며 "강제동원에 대해 언급하며 본질에 가깝게 '강제적으로 동원'되어, '동원되어 가혹한 노동을 강요받은 사람' 등으로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엿보였다. 이번 사안은 집필자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본) 정부의 문제가 더 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혜인 위원은 "한국은 강제동원에 대해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애초부터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를 교과서에서 삭제한 일본 정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며 "강제동원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증언 수집을 통해 일제강점기 노무 동원에 강제성이 있다는 확실한 근거를 일본에 제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종군', '일본군' 단어 사라진 왜곡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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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일본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신청한 일본 고교 교과서에 한국 영토인 독도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돼 있다. 29일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지리총합(1종), 지리탐구(3종), 지도(1종), 공공(1종), 정치경제(6종) 교과서는 모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다수는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 연합뉴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일본사탐구' 7종 교과서 모두에서 '종군 위안부' 혹은 '일본군 위안부'란 표현 역시 사라졌다. 특히 진보 성향의 교과서로 평가받은 짓교출판의 경우 이전 교과서에서 가해자를 명확히 지목해 "일중전쟁 발발 이후 일본군이 관리하는 위안소가 설치돼 다수의 위안부로 일분군 병사의 성 상대를 강요당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번 교과서에는 "일본군의 관여 아래 설치통제된 위안소에서 많은 여성이 위안부가 되었다"라는 식으로 기술했다.

고노담화 당시 작성된 '종군위안부' 용어에 대해서도 이번에 통과된 교과서에는 '종군'이 빠진 채 '위안부'로만 기술됐다. 

도쿄서적의 정치·경제 교과서에는 검정신청 당시 고노담화에 대해 "'위안부 문제'에 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당시 고노 요헤이 내각관방 장관이 발표한 담화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가 되고 있다"라고 서술했지만 검정 과정에서 문제가 돼 "2021년에 '종군 위안부'가 아니라 '위안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각의 결정이 이뤄졌다"라는 기술을 추가하고서야 검정을 통과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윤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종군 위안부' 용어에서 '종군'이 삭제된 데 대해서는 "피해자를 동원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며 "위안부는 존재했으나 책임져야 할 일본군 위안부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 일본 정부의 본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 고유의 영토' 또는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등 일본 정부의 주장이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표현으로 서술됐다. 

한편, 이날 세미나 말미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현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을 묻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은 "사실 일본교과서가 일본 국내 문제라 우리 정부에서 대사와 총괄공사를 불러 항의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기가 쉽지 않다"면서 "결국 한국과 일본, 중국 간 민간 교류를 통해 공동으로 교과서를 만들고 의견이 모아지도록 교류가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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