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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몰아가는데 언론을 도구로 생각할 가능성 높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등록 2022.04.01 13:48수정 2022.04.0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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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 김진혁 제공


대통령 선거가 3주 지났다. 윤석열 당선자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윤 당선자의 식사 메뉴에 대한 보도까지 등장하면서 독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런 보도에 대해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상원 교수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교육방송(EBS)에서 <지식채널e> 연출을 맡았던 김진혁 교수는 반민 특위 관련 다큐를 만들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비제작 부서 발령을 받았고 결국 EBS를 퇴사했다. 이후 한예종 교수로 재직하며 지속적으로 언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김진혁 교수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3월 2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 20대 대선이 끝난 후 윤석열 당선자에 대한 보도를 어떻게 보고 계세요?
"청와대 집무실 이전 관련 보도가 90% 이상 차지하고 있잖아요. 의제가 쏠리면 보통 언론들이 그런 이슈를 따라가기도 하죠. 당선자가 결정됐으면 그 사람이 앞으로 향후 5년간 어떤 정책을 펼칠지 공약도 살펴보고 거기에 맞는 사람이 임명되는지 혹은 현장에서의 요구는 뭔지 등을 보도해야 되죠.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선 이후 보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슨 이슈가 터지면 모든 언론이 거기 매몰되는 성향이 강하잖아요. 사실 근본적으로 늘 그래요."

- 왜 그럴까요?
"가장 큰 문제는 상업주의라고 생각해요. 그게 관심 끌기 좋은 거죠. 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을 따라가는 선택지가 있고 '그것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이 얘기도 좀 들어봐'라는 선택지가 있는데 주로 우리 언론들은 첫 번째를 선택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요.

또한 요즘은 클릭 수로 대변되지만 과거에는 구독자 수나 시청률 부분에서 저조한 거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있죠. 우리나라가 이념으로 언론이 나누어졌다고 얘기하죠. 그러나 상업주의 면에서는 진보 보수 언론 할 것 없이 매몰되어 있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 윤석열이라는 인물에 대한 문제는 아닐까요?
"물론 윤석열 당선자가 엉뚱한 얘기한 거죠.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방어해주는 보수 언론도 있을 수 있고 비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어떤 의제를 가지고 무엇을 얘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치권 주요 인사가 화두를 던지거나 아니면 보수 언론이 그걸 주요 의제로 설정하면 우르르 다 몰려가서 그 얘기만 계속하는 거예요.

저는 유권자로서 윤석열 당선자가 향후 어떤 정책을 할 건지 궁금하거든요. 여가부 폐지나 병사 200만 원 월급 이외에도 많잖아요. 그런데 그런 보도는 아예 의제가 안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 언론, 상업주의적 성향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 집무실 이전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 아닐까요?
"집무실 이전에 대해 그게 본질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언론도 많잖아요. 그렇게 얘기하는 언론은 본질에 대한 의제를 얘기해야 되잖아요. 물론 하고 있겠고 모조리 언론사 탓만 하는 건 아니고요.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안 해요. 그러니까 이게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을 덮으려고 한다는 음모론도 나오죠.

진위여부를 떠나 도대체 5년 동안 윤석열 당선자가 뭘 어떻게 할 건지를 모르겠다는 거예요. 2주가 지났으면 뭔가 거기에 대해 특집 기사도 나오고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누가 총리 하니 마니 이런 식의 가십성 기사죠. 이것도 사실 클릭 수는 잘 나와요."

- 하마평 보도도 문제일까요?
"그것도 중요한데 제 얘기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교육 정책이 어떻게 되고 복지 정책이 어떻게 되고 국가 비전은 뭔지 등에 대해 궁금하잖아요. 그런데 보도가 없잖아요. 저는 이게 꼭 이번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이 경마 저널리즘이나 폭로성 블랙 저널리즘 성격이 너무 강하거든요. 그게 상업주의적인 성향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윤석열 당선자의 식사 메뉴 등이 보도되는데.
"이것도 가십성이잖아요. 똑같은 맥락의 이야기인데, 비판적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윤석열 당선자에게 호의적인 기사를 써준다고 하잖아요. 근데 생각해 보면 호의적인 기사를 꼭 이렇게만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윤석열 당선자가 추구하는 어떤 정책이 있어요. 그게 기존의 문재인 정부와 다르고 더 나을 수 있다고 쓸 수도 있단 말이에요. 근데 너무 무성의하게 '선데이 서울' 같이 속칭 빨아주는 기사도 선정적으로만 쓴다는 거죠.

이건 우리나라 언론의 전통인 것 같아요. 이게 올라가면 저는 독재 시절하고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에는 언론이 제 기능을 할 수가 없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칭찬하는 기사든 비판하는 기사든 선정적으로 하던 전통이 있어요."

-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나요?
"마찬가지예요. 이건 윤석열 당선자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우리나라 언론이 의제 설정하고 정확한 정보 주는 걸 기준으로 삼기보다 내가 권력을 비판하는지 안 하는지 내가 특정 정당 편향인지 아닌지 수준으로만 평가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막상 기사의 질, 의제 설정 적합성 등의 문제들은 뭉개지죠. 그런 것보다 클릭 수가 잘 나오고 선정적인 쪽으로 많이 가는 거예요. 그래 놓고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격앙하면 국민들이 수준이 낮아서 감정적이라고 하는 악순환이라고 생각해요."

"기성 언론의 전반적인 신뢰도, 더 떨어지는 일 반복될 것"

- 클릭 수에 얽매인 결과인가요?
"그렇죠. 클릭 수라고 하면 클릭으로 나오는 광고 수익 가지고 사는 것도 아니라고 반박해요. 그런데 클릭 수라는 게 단지 클릭 몇 번에 따라 포털에서 돈을 받는 문제가 아니라 영향력이라고도 할 수 있죠. 언론사가 정론을 펴서 신뢰성으로 영향력을 갖는 게 아니라 마치 인플루언서와 같아요. 언론의 속성 자체가 하는 말의 정확성보다는 언론이 얼마만큼 사람들에게 유명하고 힘이 있다고 느끼는 게 클릭 수라는 거죠. 그건 진보 보수 언론 모두 다 마찬가지죠.

모든 사단의 근본은 우리나라 언론의 광고 비중이 너무 높다고 생각해요. 뻔한 얘기가 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유달리 광고 비중이 높잖아요. 그러니까 재벌에 취약할 수밖에 없죠. 결국 이 끝단으로 올라가면 소유 구조나 재정이나 운영이 과도하게 광고에 의존되고 그 광고를 쥐락펴락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경마 저널리즘적인 태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되게 낮은 거죠."

-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건 뭔가요?
"솔직히 뾰족한 수는 없죠.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 거의 미쳐 돌아가거든요. 생존을 위해서 이 모든 언론사가 거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인데 여기서 이걸 어떻게 멈출 수가 있겠어요? '우리는 정론을 해야 되니까 잠깐 삼성 광고받지 말자'는 게 가능할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어떻게 되냐면 누군가 죽고 누군가 사는 식으로 정리가 될 가능성이 높죠.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더 선정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요."

- 윤석열 당선자는 언론과 관계 설정 잘해나가겠다는 것 같던데 될까요?
"일단 윤석열 당선자가 검찰총장 시절 언론과 맺은 관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윤석열이라는 개인을 떠나 검사 출신이잖아요. 검찰이 언론과 관계 맺는 방식이 윤석열 당선자의 언론관에 영향을 가장 많이 줬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보통 검찰이 소위 출입 기자들과 맺는 방식은 검찰이 어떤 수사하고 싶거나 여론 재판하고 싶을 때 검찰 출입 기자들을 통해 소스 흘리고 여론을 몰아가는 방식으로써 언론과의 관계 맺기를 오래 했던 사람이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고 그게 달라질까요? 어렵다고 전 생각해요. 대통령 됐으니까 정부 혹은 본인이 뜻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데 있어서 하나의 도구로서 언론을 생각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윤석열 정부 하 언론의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윤석열 정부는 예전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정부 정책이나 정부의 이념을 국민들에게 전파하고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도구로서 언론을 볼 가능성이 커 보이고요. 그러한 언론관 실행할 인사들을 주요 자리에 앉힐 가능성도 높고요.

그렇게 되면 그런 걸 언론이라고 보지 않는 절반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안 언론을 통해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죠. 그러면 그런 상업적이고 인기 영합적인 저널리즘 구조로부터 비교적 벗어나 있는 독립 언론이 더 많은 지지를 받고, 마치 이명박근혜 시절 '나꼼수'가 성장했듯이 그런 일들이 또 벌어지지 않을까 하죠. 그러면서 기성 언론의 전반적인 신뢰도는 더 떨어지는 일이 반복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덧붙이는 글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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