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축구 관중들은 왜 그토록 분노했을까

[주장] 최근 발생한 두 사건의 시사점... 서민의 삶 흔들리는 나이지리아

등록 2022.04.01 11:42수정 2022.04.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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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9일 나이지리아 아부자 모스후드 아비올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 가나-나이지리아 축구경기 종료 후 관중들이 난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해 관중들을 경기장 밖으로 내보냈다. ⓒ AP=연합뉴스

 
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열어 소셜미디어의 뉴스피드를 확인하는데 나이지리아의 두 소식에 잠이 확 깼다. 

첫 번째는 지난 3월 29일(아래 현지시각)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Abuja)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나이지리아가 가나와 1-1로 비겼다는 소식이었다. 이전에 가나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선 0-0으로 비겼기 때문에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나이지리아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 언론은 '16년 만에 본선 진출 좌절'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경기 직후에 터졌다. 6만 명이 모인 경기장에서 관중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관중들은 그라운드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고, 가나 선수들을 향해선 물병을 던졌다. 관중들은 화염도 피웠다. 이로 인해 잠비아 출신 피파 도핑 담당관이 근무 중 사망했다. 경찰들은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두 번째 뉴스는 3월 29일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와 북부 대도시 카두나(Kaduna) 주 사이를 오가는 열차에 무장괴한들이 난입해 승객들에게 총기를 난사했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9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20명 이상이 숲으로 끌려가 납치당했다.

사망자 중엔 현 집권당인 APC(All Progressive Congress)의 청년 지도자, 기업 은행장, 다음주에 출국 예정이었던 젊은 의사 등이 포함됐다. 나이지리아 전역에 큰 충격을 줬다.

이 열차는 치안이 불안한 북쪽 지역을 여행하는 정치인, 사업가 등이 주로 이용하는 프리미엄 교통 수단이다. 육상도로는 보코하람 등 테러 리스트들의 주요 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해당 열차는 나이지리아의 연방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5000억의 차관을 들여 2019년에  완공, 150km 구간을 운행한다. 열차표 가격은 한화 2만~4만 원이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 KTX 비용과 비슷한데, 나이지리아의 가난한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내는 가격이다. 

2023년 나이지리아 대선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 부하리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다. 그의 지지 근간인 북쪽 지역 서민들에게 납치와 테러는 일상이 됐는데, 이번 사건으로 지지도가 더 흔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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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와 북부 대도시 카두나 주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의 테러 발생 후 모습. ⓒ nigeria railway corporain

 
교통부장관 아메치(Amaechi)는 현지 언론 <펀치>와의 인터뷰에서 이 테러는 예고된 것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디지털 안전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고 30억 나이라(한화 약 60억 원) 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승인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장비가 없기 때문에 테러가 발생해도 어떠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고 안타까운 목숨들을 잃었다. 심지어 몇 명이 납치당했는지도 모른다. 


희생된 목숨들의 가치는 이 장비들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이 열차를 수리하는 것만으로도 30억 나이라 이상이 필요하다. 게다가 지금은 환율도 올랐다. 진정성을 가지고 정부에 요청을 해 봤자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이번 열차 사고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정부의 부정 부패를 비롯한 총체적인 문제의 결과 중 하나였던 것이다. 다른 현지언론 기사에 따르면, 해당 열차가 테러 목표물이 됐다는 내부 정보를 정부가 이미 입수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축구 소식으로 돌아가자. 성난 군중들의 행동에 대해 소셜미디어 상 나이지리아인들의 반응을 보면 그들의 분노가 어디에 근거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우리도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었다. 휘발유 가격은 치솟고, 전기요금은 올라가고, 물가도 상승하고, 치안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마지막 희망은 축구였는데 이것마저 패배했다. 서민들의 분노는 축구 경기를 넘어서 일반 서민들이 견디기 힘든 이 모든 상황에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분노를 절제해야 한다. 이것은 정신 건강의 문제다." - 이용자 Bode Ajayi의 글
  
2억 인구 중 70% 이상이 25세 이하인 젊은 국가, 나이지리아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정치인들이다. 한 유명 정치인 포요세(Foyose)의 아들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치인 아버지를 공개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아버지, 나이지리아에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할 로드맵이 없다면 대선에 나서지 말아주십시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세계에 메아리를 치는 나이지리아 청년들의 분노, 희생, 절규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세계시민 #아프리카 정치 #국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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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10 여국을 경험하고, 나이지리아에서 7년 거주 후 국내외에서 공적, 민간영역에서 ICT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 중 아프리카의 정치, 경제에 대해 강의, 블로그, 컬럼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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