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10 17:26최종 업데이트 23.02.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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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휴게소는 세계의 자랑입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극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휴게소장과 우리나라에서 휴게소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회사의 본사팀장, 휴게소 납품업체 등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8년간 근무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자의 글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서울 양양고속도로에 있는 내린천(양방향) 휴게소가 운영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내린천 휴게소를 운영중인 소노호텔앤리조트(구 대명리조트)는 오늘 6월 30일 계약 종료일에 맞춰 휴게소 운영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노호텔앤리조트는 지난 2017년 6월 30일 서울양양고속도로(동서고속도로) 개통에 맞춰 문을 연 내린천 휴게소의 첫 번째 운영사로 낙찰된 바 있다. 계약기간은 5년이며 운영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 5년의 영업이 보장되어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웠던 휴게소 실정을 고려해 계약 기간을 연장해 주었는데 이마저도 포기했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 최소 7년 동안 내린천 휴게소를 운영할 권리가 있음에도 모두 포기한 것이다. 코로나19의 끝이 보이는 시점에서 굳이 휴게소 운영권을 반납하겠다는 이유를 분석해 본다.
   

내린천 휴게소 조감도. 내린천 휴게소는 대한민국 최초의 상공형 휴게소이다. ⓒ 한국도로공사

 
내린천 휴게소 기피하는 버스기사들  

내린천 휴게소는 2017년 개통한 동홍천-양양 구간에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설계공모를 거쳐 건설한 휴게소로 대한민국 최초의 상공형 휴게소이며, 지상에 있는 건물이 양양 방향 도로 위에 'A'자 형태로 떠있다.


상행선과 하행선에서 모두 이용 가능한 양방향 휴게소로 4층 전망 카페를 통해 내린천을 조망할 수 있으며, 국내 최장 터널(11km)인 인제-양양 터널의 건설 과정을 소개한 전시관, 백두대간 홍보관, 푸드코트, 즉석매장 등을 갖추고 있다. 야외에는 백두대간 생태습지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관리가 안되고 있다. 적자로 인해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소노호텔앤리조트가 내린천 휴게소 운영을 포기한 이유를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여러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원인을 살펴볼 수 있다. 

◇ 운영할수록 적자 = 한때 고속도로 휴게소를 보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들 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부 옛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사업성이다. 폭리에 가까운 도로공사 임대수수료, 늘어난 인건비, 관리비 등 최근 10여 년 동안 비용 항목은 엄청나게 늘었지만 매출은 제자리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매출마저 10년 전으로 후퇴한 상태다.

특히 내린천 휴게소처럼 한 건물에 상행선과 하행선 매장을 모두 갖추고 있는 휴게소는 한 방향 휴게소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내게 되어 있다. 도로공사 수수료율 체계가 은행의 복리이자와 같이 누진수수료율 체계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 휴게소 설계 문제 = 휴게소 설계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내린천 휴게소는 한 마디로 사진 찍기 좋은 휴게소다. 영업 면적보다 영업 외 면적이 더 많다. 영업 면적에서 번 돈으로 그 큰 영업 외 면적을 관리해야 한다. 전시관, 홍보관, 습지공원, 안내소, 화장실, 야외전망대 등 여기가 휴게소인지 박물관인지 구분이 안될 지경이다.

게다가 '물 한번 손에 묻혀보지 않는 사람이 음식점 하겠다'는 것처럼 영업에 대한 고려 없이 건물을 만들었다. 양양 방향 주차장에 내린 고객은 1층에서 4층까지 올라가야 식사를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를 동반한다면 어떨까? 버스기사들도 내린천 휴게소에 들르기를 꺼리는데 휴게소 건물이 너무 복잡해서 고객이 제시간에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객 동선, 영업 준비시설, 면적 배분, 매장의 연속성, 어떤 매장이 외부에 있어야 한다는 등의 특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고객과 휴게소 근무자들은 그저 만들어진 시설에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 인테리어 제안 입찰의 문제 = 2017년 내린천 휴게소 입찰 당시 도로공사는 이전과 달리 인테리어 제안 입찰로 진행하였다. '인테리어 제안 입찰'이란 휴게소를 운영할 자격을 갖춘 회사로 1차 후보군을 거른 후 별도로 인테리어 투자 제안을 받아 운영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당시 인테리어 투자 금액은 90억 정도로 알려졌다. 작은 규모의 휴게소 하나를 지을 만큼 큰돈이다.

소노호텔앤리조트는 계약 종료 시점에 이 투자비를 돌려받기를 원할 것이고 아마도 도로공사는 이 비용을 새로 들어올 업체에 떠넘길 것이다. 하지만 새로 낙찰받은 업체가 이 비용을 납부할 수 있을까? 금액도 크지만 앞으로 5년, 10년 지나면 모두 감가상각되어 사라질 비용이다. 게다가 다른 임대 휴게소 입찰에는 없는 항목이다.

휴게소의 부지와 건물은 도로공사 소유인데, 왜 이 많은 인테리어 비용을 입찰참가업체가 부담하게 되었을까? 지금처럼 휴게소가 늘 적자인 상태에서 이 많은 비용을 휴게소에 떠넘긴다면 더 비싼 가격과 더 나쁜 음식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휴게소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에 늘 도로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좋은 휴게소?
 

내린천 휴게소 야경. 양방향 휴게소지만 출입구가 달라 양양 방향에서는 1층부터, 서울 방향에서는 4층부터 시설을 이용한다. ⓒ 한국도로공사


◇ 도로공사 낡은 시스템과 충돌 = 과거를 돌이켜보면 도로공사는 휴게소 운영에 유통, 레저,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의 진입을 여러 번 원했다. CJ, 풀무원, 코오롱, 한화호텔&리조트, SPC삼립 등 굴지의 대기업이 거쳐 갔고 지금도 운영 중이다. 

고객만족, 서비스, 품질 고급화 등 아웃소싱을 통한 휴게소 발전이라는 도로공사의 방침은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막상 휴게소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자 휴게소를 기가 막히게 잘 운영하는 회사가 왜 도로공사 임대 휴게소를 운영하면서는 "별로네요" 소리를 듣는 것일까?

도로공사의 형식적이고 낡은 시스템과 수많은 규제 앞에서는 어떤 회사도 휴게소를 제대로 운영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임대 휴게소는 점검과 평가, 응대에 지쳐 고객에게 최선을 다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가장 완벽한 휴게소 관리'라는 휴게소 종사자들의 우스갯소리를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이다.  

◇ 모기업 브랜드 훼손에 대한 우려 = 과거 CJ그룹에서 민자 휴게소를 운영한 적이 있다. 당시로선 최초였고 대기업답게 시대를 앞서 나가는 과감한 투자와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 와중에 CJ가 관리 중인 학교 급식에서 위생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CJ가 휴게소도 운영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민원과 각종 신고가 휴게소에도 쏟아졌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운영을 포기했다.

소노호텔앤리조트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만일 휴게소 음식, 서비스 문제 중 어느 하나라도 언론에 보도된다면 기업 이미지 손실은 추산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대단한 수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기업의 투자 결과가 자산으로 남는 것도 아닌데 자칫 기업 이미지에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만큼 투자를 계속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휴게소 비전문기업의 피로감 = 입찰에 성공하여 휴게소를 처음 시작하는 많은 회사들이 겪는 증후군이 있다. 바로 '피로감'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이제까지 배운 상식이 있는데, 갑자기 그 상식과 다른 상식으로 살아야 하는 기분과 같은 것이다.

휴게소를 운영하려면 휴게소 시스템을 새로 배워야 한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신입사원 관리자 교육을 할 때 일이다. 좀 똘똘한 친구들이 휴게소에 입사하면 이것저것 질문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 정말 마음속으로는 '그 말이 맞다, 그 아이디어가 좋다'라고 생각하지만 결론은 "그건 여기서 안 된다. 그 아이디어로 하면 이런 지적을 받는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유능하고 총명한 신입직원 대부분은 휴게소를 떠난다.

신입사원이 오지 않는 업종, 이직률이 높은 업종이라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미래가 없는 사양산업이든지,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든지. 고속도로 휴게소는 어디에 속할까?

지금까지 내린천 휴게소를 통해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항상 궁금한 것은 왜 처음 설계할 때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할까이다. 왜 휴게소 설계할 때 운영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지 않는 것일까? 똑같이 반복되는 휴게소의 문제들을 보며 처음은 실수이지만 다음부터는 무관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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