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고 서글픈... 오십견이 왔습니다

등록 2022.04.07 10:53수정 2022.04.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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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몸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 왼쪽 팔이 고통을 호소해 온다. 일상에 평범했던 사소한 일들이 불편을 겪는다. 아침에 세수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옷을 벗고 입는 일까지도 고스란히 내 몫인데 자유스럽지가 않았다.


왼쪽 팔을 위로 올리고 등 뒤로 보내는 일까지 통증을 느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평상시 잠을 잘 못 자고 나면 간혹 어깨를 중심으로 허리까지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팔의 통증 역시도 어젯밤 잠 잘 때 자세의 문제일 것이라는 자가 처방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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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섭

 
하루가 지나고 나면 괜찮지 않을까 믿었던 생각에 문제가 있었다. 왼쪽으로 기대어 자는 것마저 통증에 시달려 간헐적인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수면 부족으로 낮 시간에 피곤을 이겨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시간이 약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어깨 통증을 느껴가면서 두 달 여의 긴 시간을 진통제 복용만으로 시간을 보내왔다.

병원이라도 가야 할 상황인데 죽기 일보 직전까지도 병원을 가지 않으려는 고집스러움이 있었다. 고집이기보다는 아집이 맞는 표현일 수도 있다. 이러한 고집스러움을 아내는 누구보다 잘고 있기에 눈만 마주하면 병원 좀 들러보라고 타령을 한다.

병원은 멀리 했지만 병은 자랑할수록 좋다는 속담만큼은 믿으려 한다. 대수롭지 않을 것만 같은 몸 상태도 이미 어딘가에 이상이 생겨난 것이 틀림없다. 어느 날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속담처럼 몸에 찾아온 통증의 증상을 자랑했다. 상황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지인은 자신의 경험을 미루어 보아 오십견이 확실할 것이라고 한다.

"내가 오십견이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묘한 서글픔이 밀려와 혼잣말을 내뺐고 말았다. 오십을 넘긴 아직까지도 오십이라는 나이 자체마저도 단 한 번 인정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십견이라니. 충격스러웠다.


이제 정말 늙은 것인가. 왠지 갑자기 늙어버린 인생 같은 자격지심이 생겨났다. 도대체 어떤 원인을 가지고 찾아오는 질병인지 궁금증을 해소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오십견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았다. 오십견은 특별한 원인 없이 흔히 50세 이후에 찾아오는 경우가 대분이라는 이유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검색창에 오십견이라는 문구를 옮겨 놓는 순간 수면 위로 오십견 증상에 관한 숱한 의학 정보가 떠오른다. 어깨를 안쪽으로 돌리기 힘들어 하고, 이후 팔을 앞으로 들기 힘들거나 밖으로 돌리기도 힘들다는 것이 대표적인 오십견의 증상이라 되어 있다.

동결견(흔히 '오십견'이라고 한다)이란 특별한 외상 없이 어깨에 통증이 동반되고 그 통증으로 인하여 어깨의 움직임에 지장을 받는 증상을 말한다. 더 이상 통증을 감내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고심 끝으로 병원을 찾았다. 의사에게 그동안의  몇 가지 대표적인 통증 증상을 설명했더니 의심 없이 오십견이라는 소견을 가져다준다. 오십견은 하루 이틀 치료해서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질병이니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예약을 하고 다시 다음주 내원해 치료를 받으라고 한다. 그 후 병원에서 뼈 주사 맞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번의 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통증 완화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미안한 생각이지만 의사 선생님의 처방에 신뢰할 수가 없어 검색창에 오십견에 대한 의학정보를 되풀이해서 찾아보았다. 

검색된 자료에는 이미 오십견을 겪어온 블로그들의 경험담 하나하나 꼼꼼하게 올라와 있었다. 치료 방법 중 제일 효과적 방법 중 하나가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방법 이외에도 매일같이 오랫동안 철봉 매달리기를 하는 노력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물론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집 앞을 지나다 보면 작은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출근할 때마다 십분 일찍 나와 원숭이 모습처럼 철봉에 매달리는 일이 일상화 되었다. 그 후로 오랜 통증의 증상은 정상적인 빠른 회복을 가져다주었다. 수개월 동안 십 대에 찾아오는 사춘기처럼 오십 대에 오십견의 홍역을 치른 것이다.

건강은 재산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다는 교훈이 있다. 신체 일부에 작은 가시 하나만 찔려도 온몸에 진통이 전이된다. 우리의 몸에 제각기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이 사소한 것 같아도 하나하나 움직임은 소중한 것들이었다.

한 팔로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신은 애초 두 팔을 가져다준 이유의 의도를 이번 오십견을 겪으면서 알 것 같다. 두 팔 역시 정상적인 움직임에 자유를 찾아 감사할 뿐이다.
#오십견 #중년 #질병 #나이 #오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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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Daum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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