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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흥사터 초석 앉아 불교계 참담? 현장 가봤더니

초석 인근에서 인증사진 찍는 시민들 "북악산 전면 개방 의미 퇴색돼선 안돼"

등록 2022.04.08 19:34수정 2022.04.0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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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흥사터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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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시민들이 논란이 된 법흥사지 초석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 김종훈

      
"저도 불자지만 소위 '성보'라면 최소한 나뭇가지라도 치워놓거나 아니면 '앉지 말라'는 안내판 정도는 세워놔야죠. 누가 봐도 등산로에 놓인 돌처럼 보이는데 대통령 내외가 앉았다고 불교계가 참담하다 말하는 건 솔직히 오버하는 걸로밖에 보이질 않아요."

8일 서울 북악산 남측 탐방로 법흥사지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40대 유아무개씨가 한 말이다. 이날 '휴가를 내 일부러 탐방로를 찾았다'는 그는 "솔직히 2020년에 북악산 북측면을 개방하고 퇴임 전에 남측면도 개방해 너무너무 문 대통령에게 고마웠다"면서 "그런데 길가에 주춧돌에 앉았다는 이유로 탐방로 전면 개방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라고 아쉬워했다.

유씨가 기자를 만나 이런 말을 잇자 주변에 있던 다른 탐방객들도 "무심코 앉았다고 이렇게까지 공격할 일이냐"면서 "솔직히 물러나는 대통령을 공격하려고 이 난리를 치는 것 아니냐"라며 불교계의 반응이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탐방객들은 보란 듯이 자리에 앉아 인증사진을 찍기도 했다.

앞서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북악산 남측면 개방 기념 산행 도중 법흥사지에 산개한 초석 위에 앉았다. 당시 동행한 김현모 문화재청장의 설명을 듣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 부부가 초석에 앉은 모습이 공개되자 불교계를 중심으로 큰 반발이 일었다. 

특히 불교중앙박물관장인 탄탄 스님은 불교계 언론인 <법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며 "대통령 부부도 독실한 신앙인으로 아는데 자신이 믿는 종교의 성물이라도 이렇게 대했을까 싶다"라고 비판에 앞장섰다. 이에 청와대는 7일 "문 대통령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불교에 대한 '존중'은 한결같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현장조사 통해 유적 확인" vs "주춧돌, 성보 단정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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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남측 탐방로 입구.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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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법흥사터.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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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법흥사터. ⓒ 김종훈

 
이번에 개방된 남측 탐방로는 삼청공원에서 청운대로 연결되는 코스다. 2020년 11월 청운대에서 평창동으로 연결되는 북악산 북측면 구간 개방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청와대 뒤편인 남측면까지 개방되면서 북악산 전 지역이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인 2017년 '북악산, 인왕산을 전면 개방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법흥사지는 남측면 중턱에 위치한 절터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단이 만든 '북악산 한양도성' 안내자료에 따르면 "법흥사는 신라 진평왕 때 나옹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지만 이에 관한 뚜렷한 기록은 없다. 1955년 청오 스님이 사찰을 증축했지만 1968년 1.21사태 이후 신도들 출입이 제한됐다"라고만 기록됐다.

실제 현장에서 봐도 1960년대에 옮겨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초석과 와편, 완전히 부식돼 형체만 남은 쇠종 정도만 있을 뿐 문화재임을 강조하는 안내판이나 안내문은 어디에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앉았던 것도 당시에 옮겨놓은 초석으로 추정되고 있다.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이 "4월 5일 북악산 남측 탐방로 개방 기념산행에서 문대통령 내외가 착석하신 법흥사터(추정) 초석은 지정 또는 등록문화재가 아니"라며 "사전에 보다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앞으로는 더욱 유의하겠다. 향후 법흥사터의 소중한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불교문화유산의 가치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해명한 이유다.

이를 두고 조계종을 중심으로 '불교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6일 현장을 답사한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팀 관계자는 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장조사를 통해 절터에서 초석과 와편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지금까지 출입이 제한돼 조사가 안됐던 만큼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사찰 규모와 유물에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교계를 중심으로 다른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불교문화계 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딱 봐도 건물을 올리기 위해 갖다 놓은 주춧돌(초석)"이라면서 "1960년대 갖다 놓았다고 건물 자재를 성보라고 단정해 말하는 건 어폐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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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남측 탐방로 북단 1.21사태 소나무.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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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남측 탐방로 북단. ⓒ 김종훈

 
한편 청와대 뒤쪽에 자리한 북악산은 1968년 북한 무장간첩들의 청와대 기습 사건인 이른바 '1.21사태'를 겪은 후 폐쇄됐다. 2000년대 들어 일부 구간이 개방됐고,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전면 개방됐다.

1.21사태는 1968년 1월 21일에 북한 124부대 소속 무장군인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여 박정희 대통령을 제거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으로 당시 유일하게 생포된 김신조의 이름을 따 '김신조 사건'으로도 불린다.

1968년 1월 17일 밤 휴전선을 넘은 북한 무장군인들은 21일 밤 9시 30분께 서울 청운동 세검정 부근, 청와대 앞 500미터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창의문 근처에 있던 경찰의 불시검문에 불응하면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들을 잡기 위해 비상경계태세가 내려졌고 군경합동 소탕작전을 통해 31명 중 28명이 사살됐다. 2명은 북으로 도주했다. 생포된 1명이 김신조다. 2020년 개방된 북악산 북편에 15발 총탄 흔적이 남은 1.21사태 소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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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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