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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에는 아름다운 산호가 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바다 인터뷰 ⑥] 황성진 우석대학교 생명과학과 조교수

등록 2022.04.18 06:05수정 2022.04.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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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이 작년 가을과 올해 초, 제주 연안 조간대 전체를 직접 뒤져보았다. 물 빠진 조간대는 '하얀 바위' 말고는 생명체를 찾기 어려웠다. 톳, 모자반, 감태 등 바다 숲은 왜, 어디로 사라졌을까. 무엇 때문일까. 해조류의 실종과 제주바다의 오염은 '수온상승과 육상오염', 이 두 가지를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육지와 지하수, 바다가 연쇄적으로 벼랑 끝 위기 상황이었다. 제주바다의 '원형'과 '지금'을 알고 싶었다. 서귀포 현지 선장, 제주 생활사 연구자, 조수웅덩이 다큐 감독, 해조류와 산호 전문가, 다이빙 마스터, 미세플라스틱 아티스트, 기후변화 환경운동가, 남방큰돌고래 기록자 등 10여 명의 증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통해 2030년, 2050년의 제주바다 모습을 상상하려고 한다. 임계점의 끝에서 마지막 숨을 까딱까딱 들이키는 바다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 '제주바다가 제주바다의 모습대로 온전히 존재하기를.'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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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해면맨드라미 군락 ⓒ 자포동물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촬영 김병일)


황성진 우석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한국 산호 연구자 중에서 맨 앞에 있다. 한반도 동서남해안의 거문도, 백도, 가거도, 독도, 제주도 가릴 것 없이 산호가 있는 곳에 황 교수가 있다. 제주바다 조사 다이빙은 대학원생이던 2003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20년째다.

기후변화의 시대. 사라지는 산호가 있는가 하면, 없던 산호가 나타나기도 하며, 산호 분포가 빠르게 바뀌기도 한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산호의 변화를 지금껏 추적하고 있다.

지난 2월,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우석대학교 진천캠퍼스를 찾았다.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이달의 산호인 해양보호생물 '밤수지맨드라미' 포스터가 붙어 있다. 자포동물 샘플이 보관된 '자포동물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을 지나면, 복도 끝에 황성진 교수의 연구실이 있다.

제주바다 산호 관찰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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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진 우석대학교 생명과학과 조교수 ⓒ 황성진


- 교수님께서는 언제부터 제주바다 산호를 관찰하기 시작했는지요?

"이화여대 대학원생이던 2003년부터입니다. 2005년에는 문화재청의 연구사업인 '천연기념물 제421호 문섬 및 범섬 천연보호구역' 산호 분포조사에 참여했어요. 서귀포의 지귀도, 섶섬, 문섬, 외돌개, 범섬, 형제섬, 송악산 일대까지 안 들어간 곳이 없어요. 20년쯤 되었네요.

지금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호를 조사, 복원하고 시민과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작년부터는 산호를 포함한 자포동물자원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확보, 관리하는 '자포동물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을 해양수산부 장관령으로 지정받아 우석대학교 주관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해양수산부 '자포동물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은 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요?


"알다시피 자포동물은 '자포(cnidae)'라는 쏘는 '세포내소기관'을 가진 생물로 산호류, 해파리류, 히드라류를 모두 포함해요. '해양수산부 자포동물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은 자포동물 자원 확보, 신종과 미기록종 발굴, 국가 수장고에 있지 않은 기록종 표본 확보, 자원 유지 관리와 분양, 홍보 교육 등 대국민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에는 각각의 분류군을 종 단위까지 분류할 수 있는 교육 자료집을 만들어 산호 준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도 있어요."

- 2009년 제출된 '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연산호군락 산호 분포조사'에도 참여하셨는데요. 당시의 조사방법은 어떠했나요?

"문화재청 사업으로 진행했는데, 시기가 좋았어요. 당시 서귀포시청 문화재과 담당 공무원이던 윤봉택 선생님의 제주바다 보존 의지가 강했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였어요.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해 그전에 모았던 기초 데이터 위에 새롭게 조사한 전체 데이터를 합쳤습니다.

이화여대팀은 제주 남부해역의 45개 정점과 3권역에 대한 정성조사(산호 동정, 분류)를 3년 동안 했고 통합보고서 작업을 1년 동안 했습니다. 정량조사(피도)는 인더씨코리아에서 맡았구요. 2015년과 2016년에 추가 조사를 성균관대 연구팀과 함께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 방형구 조사를 한 건가요? 똑같은 조사 지점을 매번 어떻게 확인하는지요?

"대략의 조사 경계를 정하고 그 안에서 랜덤으로 50cm×50cm 방형구를 놓고 조사해요. 고정 방형구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 조사 방형구수를 되도록 많이 잡고 샘플량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해요. 만약 수심 30미터의 산호 군락을 조사한다면, 10미터, 20미터, 30미터의 상중하 수심별로 체크합니다. 수중에서 동정이 가능한 산호는 바로 기록을 하고 구별이 어려운 종은 샘플을 확보해 연구실에서 확인해요.

산호 연구는 동일한 지역에 동일한 연구자가 동일한  연구를 장기적으로 지속하는게 데이터 신뢰성을 위해 중요해요. 3년 정도 정기조사를 하면 유의미한 변화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석된 결과, 제주바다의 산호 서식은 피도는 비슷한데, 다양성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최근 남해안 수온 상승률이 제주도보다 높은 곳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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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해조류 생태 전문가와 함께 범섬 조사 중인 황성진 교수 ⓒ 황성진


-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이슈입니다. 산호도 예외가 아닐 텐데요. 교수님께서 기후변화 취약 산호를 추적하고 복원사업도 한다고 들었어요. 소개해 주신다면?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팀과 함께 조사했습니다. 산호 중 몇몇은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에 아주 취약합니다. 특히 남해안에 서식하는 빨강해면맨드라미의 변화가 극심해요. 해면맨드라미 속의 산호들은 남해안 동쪽에서 서쪽까지 퍼져 있는데, 전남 완도와 청산도에서 빼곡한 군락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2018년 전남 가거도 조사 때도 빨강해면맨드라미 군락을 확인했어요. 그런데 그 해 여름에 수온이 상당히 올랐는데, 불과 2개월 만에 국소적인 멸종이 일어났습니다. 전남 가거도, 경남 매물도 주변의 개체수가 급감하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했어요.

문제는 수온입니다. 빨강해면맨드라미는 27~28도 수온에서 하루이틀 만에 죽기도 해요. 반면에 제주도 서귀포에 서식하는 분홍바다맨드라미는 수온 내성이 강해서 그보다 1~2도 높아도 적응하고 살아남습니다. 최근 남해안 수온 상승률이 제주도보다 높은 곳이 있었어요.

한반도 남해안 연안에 가깝고 수심이 낮은 지역은 제주도보다 수온이 높았는데요. 경남 통영은 지난 여름에 수온이 26~27도까지 올랐어요. 빨강해면맨드라미의 한반도 남방 한계선은 제주도 북쪽인 추자도인데, 그 한계선이 점점 북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온 상승에 의해 산호 생태가 바뀌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 그런 의미에서 빨강해면맨드라미가 해양수산부가 지정하는 법정보호종으로 새롭게 등록되었지요.

"빨강해면맨드라미는 기후변화 취약종이에요. 여름에 수온이 높아지면 빨강해면맨드라미 유생은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고 1~2년간 여름에 생식이 안되면 기존 서식지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현재 빨강해면맨드라미 군락이 건강하게 남아 있는 곳은 추자군도 해역이 유일해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해당종에 대한 조사를 수년간 진행했고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작년 12월에  빨강해면맨드라미를 법정보호종인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습니다."

"제주도 산호종들의 서식 범위가 생각보다 빨리 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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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해면맨드라미 ⓒ 자포동물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촬영 박승환)


- 기후변화에 의한 산호류의 변화는 통상,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요?

"산호의 종에 따라 수온 상승 등 변화 양상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똑같은 변화에 개체수와 서식지가 늘어나는 산호가 있는가 하면, 사라지는 산호도 있습니다. 제주도의 동일한 서식지에서 살아가는 밤수지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분홍바다맨드라미의 경우, 밤수지맨드라미 유생은 큰수지맨드라미 유생에 비해 수온 변화에 민감합니다. 개체수와 피도가 많이 줄었지요. 반면에 분홍바다맨드라미는 수온 30도에서도 생존 가능하고, 오히려 지금의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아요.

제주도의 산호충류 전체를 이전 자료와 비교해보니, 전체 피도는 거의 비슷한데 생물다양성은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예전에는 다양한 산호가 군락을 이루었으나 지금은 특정 산호를 중심으로 개체수가 확산되는 경향이 있어요. 종마다 변화 패턴이 다 달라요. 물론, 기후변화 영향으로 최근 새로이 제주도 해역에 유입되고 있는 열대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 빨강해면맨드라미가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하셨는데, 제주도에 서식하는 산호 중에 기후변화 취약종이 또 있는지요?

"제주 남부에 주로 서식하는 산호 중에 남해안 거문도, 백도까지 북상한 종이 있어요. 검붉은수지맨드라미는 2000년대에 이미 군락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어요. 자세한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이 산호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기 전부터 거문도 인근에 서식하고 있었을 겁니다.

최근 거문도 해역에 들어가 봤더니, 제주바다에 다이빙 온 느낌이었어요. 가시수지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실해송 등 제주에 살고 있는 종의 꽤 큰 개체들이 있었고 자란 지 3년 이상된 개체도 많았어요. 국립공원연구원도 거문도 일대를 고정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서식하는 산호종들의 서식 범위가 생각보다 빨리 북상하고 있는데,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 남쪽의 해양 환경이 수온 상승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겁니다."
   
- 제주 전 지역 조간대의 갯녹음 현상이 심각한데요. 갯녹음의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육상오염원이 각각 5:5, 6:4 혹은 7:3으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기후변화 이외에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육상오염원이 산호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는지요?

"제주도의 하수 처리가 잘 안 되는 것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작년에  제주도내 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 수질이 전국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었어요. 또한 제주도는 축산 폐수와 농업용 화학비료에 의한 지하수 오염 문제도 심각해요.

이렇게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하수와 오염된 지하수에는 내분비계 교란과 신경계 손상을 일으키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이 잔존합니다. 이러한 물질에 자주 오랫동안 노출되면 산호의 세포 사멸, 생식력 감소 등이 발생합니다. 연안에 건설되는 친수시설 평가에 잔류성유기오염물질 평가항목을 넣을 필요가 있어요.

산호 연구자들은 이러한 오염물질이 산호에 미치는 영향을 유전자 발현 연구를 통해 진행하는데요. 육안으로 볼 때, 어떤 영향으로 산호가 사라진 시점에서 그 원인을 연구하는 것은 너무 늦기 때문이죠. 유전자 발현은 24시간 이내에 일어나며, 어떤 증상은 72시간 이후에 안정화되지만 또 어떤 영향으로 사멸되기도 합니다. 환경스트레스에 대한 산호 유전자의 발현 연구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과학자 스스로 산호 조사와 분석도 가능" 

- 제주도에서 펀다이빙을 즐기는 인구가 상당히 늘었는데요. 전문 산호 연구자가 아닌 취미로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도 산호를 관찰, 기록하고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요.

"지금은 시민과학자의 역할이 중요해요. 저희 같은 산호 연구자가 동서남해안 전역을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히 있지요. 같은 장소, 같은 사진을 지속적으로 올려주면 좋겠어요. 산호 서식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사라지는 산호가 확인되거나 여태 확인되지 않았던 미기록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의 조사 지침만 있다면 시민과학자 스스로 산호 정량조사, 즉 피도 조사와 분석도 가능해요. 방형구 놓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채집과 동정하는 사람 등 최소 3인이 팀워크를 맞추면 됩니다. 안전을 위해 다이빙 기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구요. 그리고 태풍 전후 등 비슷한 시기에 관찰하는 것도 좋습니다. 산호 피도 분석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어요. 한두 번만 연습하면 어렵지 않게 할 겁니다.

산호 구분은 종 단위로 자세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산을 볼 때 생태적 관점에서 숲 전체의 경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듯이 산호도 마찬가지예요. 연산호류, 돌산호류, 해양류 등 큰 구분을 하고 자료를 오랫동안 모으면 논문 수준의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어요. 자료 분석은 우리 같은 산호 전문가와 상의해도 좋겠네요."

- 해양수산부가 문섬 바닷속을 수중경관지구로 지정했고, 서귀포항 동방파제 일대에 다이빙 레저센터를 만들고 있는데요.

"작년 서귀포항 동방파제 앞에 4층 건물로 해양레저체험센터를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자구리 해안 방향으로 동방파제에서 90m 정도 매립해 친수시설을 만들고 스쿠버다이빙, 스킨다이빙 교육을 하겠다고 하네요. 동방파제를 어장으로 이용하던 해녀 보상을 끝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결과에서 확인되었듯이, 서귀포항 앞 문섬 일대는 산호의 주요 서식지입니다. 공사 중 산호 영향을 줄이고, 공사 후 3년 동안 산호 영향을 모니터링할 것을 제안했어요.

제주도의 연안 개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나가지 못한 다이버들도 제주로 몰렸어요. 관광 개발에 대한 압력은 상당하구요. 제주만 아니라 강원도 고성 등 연안 개발에 대한 평가, 자문이 자주 들어와요."

- 산호 조사를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산호 연구자들이 챙겨야 할 행정 절차가 너무 복잡해요. 우리가 제주바다 산호 조사를 하려면 몇 개월 전부터 준비합니다. 어선을 섭외해 조사에 적합하도록 선박 특별검사를 받아야 해요. 선박 렌탈비도 여러 조사를 하기에는 부담이에요.

천연기념물 문섬이나 범섬을 조사하거나 산호 샘플을 채취하려면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야 하구요. 조사 준비를 마치고 현장에 갔을 때 지역의 낚시꾼과 마찰이 있어 조사를 못했던 경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제주도는 지금 현재, 이용의 관점이 매우 큽니다. 이제는 가치에 관한 이야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주바다에는 아름다운 산호가 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바다 인터뷰 - 제주산호 ⓒ 녹색연합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윤상훈 녹색연합 해양생태팀 전문위원이며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기후변화최전선 #제주바다 #기후변화 #기후위기 #해양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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