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장관의 1년 전 '불길한 예언' 적중했다

<조국의 시간>에서 "한동훈, 윤석열이 대통령 된다면 그 이상의 자리로 가게 되리라"

등록 2022.04.13 16:41수정 2022.04.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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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 인수위사진기자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예상했던 '한동훈의 미래'가 거의 적중했다.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저서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 이상의 자리에 발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한동훈 현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했다.

2019년 7월 전후 있었던 일...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조국 전 장관은 지난 2021년 5월 <조국의 시간-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한길사)이라는 책을 냈다. 2019년 8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이후 자신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검찰수사에 대한 비판과 반박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지만, 윤석열 당선자가 지난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된 전후의 일도 다뤄서 눈길을 끌었다.

조 전 장관은 이 책에서 윤석열 당선자를 검찰총장에 임명하는 것과 관련된 청와대 안팎의 기류를 전하고,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에 임명된 직후에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해줄 것을 청와대에 요청했다는 일부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윤 당선자가 한동훈 후보자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해줄 것을 청와대에 요청했다는 주장은 최강욱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한테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최 의원은 열린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지난 2020년 11월 15일 팟캐스트 '아개정'(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진행하던 정치팟캐스트)에 출연해 "윤석열 총장이 임명된 후 한동훈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요청했다"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조국의 시간>에서 "이는 사실이다"라며 "나는 이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라고 전했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한 검사의 경력이나 나이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군에는 이성윤(23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문찬석(24기) 대검 기획조정부장, 여환섭(24기) 청주지청장, 조남관(24기) 대검 과학수사부장, 윤대진(25기) 검찰국장 등이 올라와 있었다. 이들은 사법연수원 23~25기에 속하는 인사들이고, 한동훈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7기였다. 윤 당선자가 당시 서너 기수를 뛰어넘는 인사를 청와대에 요구한 셈이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당선자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배성범(23기) 광주지검장에게 돌아갔다.

조국의 예언 "윤석열이 대통령 된다면 그 이상의 자리로 가게 되리라"

조 전 장관은 이어 "(경력이나 나이보다) 더 중요하게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임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라며 "이는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렇게 예상했다.

"만에 하나라도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동훈은 당시 가지 못했던 자리 또는 그 이상의 자리로 가게 되리라."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으로 평가받는 한동훈 후보자는 윤 당선자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파격 발탁된 직후 각각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중용됐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모두 특수수사를 총괄·지휘하는 자리다. 같은 시기 한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수사를 총괄하고,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 하지만 이후 부산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좌천됐다.

윤 당선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수원지검장에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검찰총장에 파격 발탁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다만 대통령 당선자의 최측근이라는 부담감, '검언유착의혹' 관련 수사(강요미수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 등으로 인해 검찰총장에까지 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검찰이 한동훈 후보자에게 검언유착의혹과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이에 화답하듯 윤 당선자는 그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했다.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도 뛰어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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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21년 5월에 펴낸 <조국의 시간>. 조 전 장관은 이 책에서 "만에 하나라도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동훈은 당시 가지 못했던 자리 또는 그 이상의 자리로 가게 되리라"라고 예상했다. ⓒ 한길사

#한동훈 #조국의 시간 #법무부 장관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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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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