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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의 세월호 8주기 기억식 참석, 간절히 바란다"

[인터뷰]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참석초청장 보냈는데, 답이 없다"

등록 2022.04.15 14:26수정 2022.04.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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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가 세월호 분향소가 있었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를 찾았다. 그 곳에는 세월호를 상징하던 그림의 흔적만 남아 있다. ⓒ 이희훈


"하 참... 이게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정말 우리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가 연신 마른세수를 했다. 세월호 8주기를 앞두고 인터뷰를 위해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재단에서 그를 만난 지난 12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구에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만나고 있었다. 인터뷰 중간 윤 당선인이 박근혜씨를 취임식에 초대하고 '명예회복'을 약속했다는 뉴스 속보가 나오자 박 상임이사가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유가족들은 일단 TV에 세월호참사의 최종 책임자인 박근혜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난해 박근혜 사면 복권 소식(2021년 12월 31일)을 듣고 다들 얼마나 절망했는지 모른다"라면서 "(박근혜씨가) 최근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유영하를 공개 지지하며 사실상 정치 재개를 하는 걸 보고 기함했는데, 5월에 대통령이 될 사람이 직접 나서서 챙기기까지 하니 이를 지켜보는 유가족들 마음이 어떻겠나"라고 걱정했다.

34년 차 인권운동가인 박 상임이사는 지난해 17여년 몸 담고 있던 '인권재단 사람'을 떠나 4.16재단 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1988년 동생(박래전)이 '군사정권 타도'를 외치며 분신자살하자 유가협(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시민사회운동에 뛰어든 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인혁당 사건 유족모임,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여러 죽음을 마주했던 그도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아프고 풀어야 할 게 많은 무거운 숙제"라고 말했다. 

"박근혜를 존중하겠다는 윤석열의 5년만 생각하면 세월호 진상규명이 물 건너간 게 아닌가 싶어 절망스럽다"라고 토로한 그는 "인수위를 통해 16일 '세월호참사 8주기 기억식'에 윤 당선인을 초대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라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까지 윤 당선인이 세월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든 현장에서 유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 다를 것이다. 꼭 참석하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박래군 상임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공식조사기구의 한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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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4.16재단상임이사 ⓒ 이희훈

 
-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던 정부가 5년의 임기를 마감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진상규명은 얼마나 됐나고 보나.

"진상규명에 아예 진전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가 요구하는 건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왜 사람들을 구하지 않았나. 둘째, 세월호는 왜 침몰했나. 셋째, 박근혜 정권은 왜 지독하게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한 조사를 방해했나. 이 중 셋째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아래 사참위) 등의 조사로 어느 정도 진실이 드러났지만, 나머지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흡하다. 세월호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세월호특조위, 세월호선체조사위, 사참위, 대검 특별수사단 수사 등 8년간 조사가 계속됐지만 한계가 있었다."

- 어떤 한계인가.

"재난·참사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어서 한시적 조사기구를 만드는 게 과연 유효할까.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조사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조사기구 등은 결국 정치적인 타협물이다. 법에는 독립적인 조사기구라고 나와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야 입장을 가진 위원이 배치되니 정치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 위원회인 선체조사위원회에서 침몰 원인이 각기 다른 조사보고서 두 개가 나온 게 대표적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특검팀 역시 검찰 수사관이 대다수인 상황이라 사실상 대검 특별수사단 등과 맥락이 같은 거였다. 결국 별 성과 없이 끝나지 않았나.

사참위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사람들은 국가조사기구가 이렇게 오랜 시간과 예산을 투여했으니 이제 세월호 진상규명 이야기 좀 그만하라고 한다. 그런데 사참위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세월호참사 두 가지를 모두 조사한다. 전체 120여 명의 인원 중 조사인력이 60명인데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조사인력은 3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인력의 한계에 더해 전문성의 한계도 있었다. 민관합동 조사기구인데 민간은 전문적인 실력이 부족했고, 관에서 나온 이들은 자기들이 속한 기관에 부담이 되는 조사에 소극적이었다."

- 그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보나. 

"아쉬운 점이 많다. 정부부처의 협조가 잘 안돼 사참위 조사가 지지부진할 때, 우리가 기대한 건 대통령이 관련 부처나 기관장을 불러 협조하라고 이야기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거였다. 그런데 조사결과를 보고 말하자는 식으로 미루니까 너무 답답했다. 청와대는 독립기관의 조사를 신뢰하며 지켜보자는 의미였겠지만, 나는 청와대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치하는 것처럼 느꼈다."

- 세월호 참사 이후 문재인 정부는 민관 협치에 바탕을 둔 안전 거버넌스 기구 가동, 국가 안전대진단 시행, 5년단위의 안전기본계획 수립 등을 했는데. 

"맞다. 형식적으로는 여러 가지를 했다. 국가 안전대진단 같은 경우 한번 할 때마다 수백 페이지짜리 보고서가 나온다. 그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5년 단위의 안전기본계획 수립도 마찬가지다. 실효성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재난참사가 이어진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대표적이다. 안전 규정을 지키고 신경을 썼다면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재난 참사로 이어지는 거다. 재난참사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법·제도 시스템도 크게 바뀐 건 없다. 생명안전기본법도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이렇게 미진한 게 많으니 또 새로운 대통령에게 요구안을 전달한 것 아닌가."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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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 이희훈

 
- 지난 6일 대통령인수위원회에 요구안을 전달했는데, 이후 인수위측에서 연락을 받은 게 있나.

"없다. 요구안을 받으러 온 인수위 관계자가 허리를 접다시피 해가며 요구안을 받아갔는데, 딱 1분 마주했을 뿐이다. 그 태도가 참 인상적이었다. 겉으로는 정중해 보이잖나. 그런데 그 뒤 응답은 없다. 언론 앞에서 쇼하는 건가, 인수위가 과연 우리 요구안을 제대로 훑어보기나 할까 싶었다."

- 윤석열 당선인이 세월호 진상규명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나. 

"가장 우려되는 게 바로 그 부분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세월호 유가족과 4.16연대가 대선후보에게 보냈던 공개질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유일한 후보다. 온다 안 온다는 말도 없이 그냥 감감무소식이었다. 게다가 대선 후보 시절에는 기업규제 완화의 시그널을 보였고, 당선되자마자 경제 6단체장과 만나 소통을 약속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건데, 비정규직, 노동시간 등을 늘리며 노동자보다 기업에 초점을 맞추면 또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윤 당선인의 국정과제에는 생명 안전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 윤석열 정부에서 다양한 형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갈까봐 걱정이다. 윤석열이 지금이라도 생명안전존중, 재난참사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 그게 무엇인가.

"일단 16일에 열리는 세월호참사 8주기 기억식(아래 기억식)에 참석하는 거다. 4월 초에 이미 인수위를 통해 참석초청장을 보냈는데, 아직은 답이 없다. 윤석열도 지금까지 세월호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수사하거나 보고를 받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현장에서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보수 정당 당선인 최초로 4.3 추념식 참석한 게 윤석열 아닌가. 그런 태도라면, 세월호 기억식에도 오지 않을까 하는 게 유일한 희망이다. 와서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통해서 안전사회를 만들어가겠다 이렇게 통 크게 화답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재단 차원에서도 후속 작업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다."

망각에 대한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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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를 찾았다. 그 곳에는 세월호를 상징하던 그림의 흔적만 남아 있다. 그는 세월호의 기억이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길 바랐다. ⓒ 이희훈

 
- 4.16 재단 차원에서는 어떤 후속 작업을 구상하고 있나.

"사참위가 오는 6월 10일 조사활동을 종료하고 9월 10일 보고서를 낸다. 이렇게 되면 세월호참사 이후 어렵게 이어지던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활동이 공식적으로 종료된다. 그래서 사참위에 조사를 못 한 게 있다면 못 한 것대로 꼭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야 이후 과제도 나오는 거니까. 일단 세월호참사의 여러 조사기구를 통해 사법적 진상규명의 한계를 느꼈다. 지휘부의 책임을 묻기에는 법적 근거가 취약한 게 확인됐고, 몇몇 해경지도부에 대한 재판 정도만 진행 중이라 법원의 소극적 법 해석과 검찰의 의지 부족으로 유죄를 확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물음에 직면했다."

-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2년 뒤면(2024년) 세월호참사 10주기다. 세월호란 우리 사회에 과연 무엇이었는지 합의할 필요가 있다. 어떤 학자들이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사회적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동의한다. 사법적으로 참사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책임자 규명을 하기 어렵다면, 시민들과 함께 사회적으로 세월호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규명할 건지 합의를 하는거다.

최근 몇몇 학교를 중심으로 세월호참사를 잊지 말자는 기억활동을 이어간다고 들었다. 이런 활동이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어떻게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느냐에 따라 재난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우선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사회적인 백서부터 만들면 어떨까 싶다. 동시에 4.16 재단 차원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다양한 재난 참사 유가족과 연대하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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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가 항상 달고 다니는 세월호 배지 ⓒ 이희훈

 
- 유가족이 유가족을 위로하고 지원하는 식인가.

"맞다. 얼마 전 동해안 산불 때도 그랬다. 재단에서 하는 안전강사 교육을 이수한 유가족이 23명 있는데, 이들이 동해산불 이재민과 만났다. 재난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모두 활동이 되는 거다. 자신도 상처를 입었지만 누군가를 치유하는 이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재난 참사 유가족으로 누구보다 그 아픔을 잘 알 테니까.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유가족들이 연대하고 지지하는 게 위로가 된다. 앞으로 재난참사 유가족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재난참사 피해자권익옹호센터를 만들어 이들을 꾸준히 지원해 나갈 계획도 있다."

유가족의 연대를 말하며 잠시 얼굴이 환해졌던 박 상임이사는 인터뷰 말미, "사실 두려운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느끼는 두려움은 '망각'이었다. 박 상임이사는 "시민들이 세월호참사를 잊을까 봐 관심이 사라질까 봐 그게 가장 무섭다. 우리가 이 참사, 죽음을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따라 이후 재난참사와 관련한 법·제도가 달라질 수 있다"라면서 "시민들이 기억하고 힘을 모아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세월호참사 8주기 기억식은 오는 16일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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