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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교복 입은 무대 위 엄마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

[인터뷰]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연출 김태현씨... "가장 초대하고 싶은 관객은 촛불 시민"

등록 2022.04.16 19:39수정 2022.04.1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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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뭐... 다들 힘들다. 에너지를 모아서 써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괜찮지 않은 게 당연하겠지만 참 쉽지 않다."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참사 8주기 기억식이 열리는 16일, 연출가 김태현씨는 이날 오전부터 기억식 안팎을 챙기며 화랑유원지에 있었다. 안산에 기반을 둔 극단 걸판에서 활동하던 그는 7년째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아래 노란리본)'을 이끌고 있다.

김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이곳(화랑유원지) 분위기가 무거운데, 그래도 많은 시민들이 오늘을 함께 기억할 것이라 믿는다"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처음 만난 건 2015년. 김씨는 "세월호 엄마들이 함께 바리스타 과정을 했는데, 같이 했던 그 시간이 너무 좋았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에도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다가 연극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유 목적으로 시작했던 연극 수업은 어느새 아이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쉽게 입에 올릴 수 없지만, 누구보다 많이 부르고 싶었던 '아이들', 엄마들이 직접 그 아이들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아이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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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엄마들은 연극 <장기자랑>에서 단원고 교복을 입고 학생으로 분한다. ⓒ 김태현 연출가 제공

 
"우리 순범이는 모델이 꿈이었어요."
"우리 예진이는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어요"


2019년 4월 초연된 연극 <장기자랑>에서 세월호 희생자 엄마 7명은 단원고 교복을 입은 채 아이들이 된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미처 펼치지 못했던 꿈을 하나하나 말한다. 

글짓기를 잘하는 아이, 패션에 관심이 많은 아이, 작곡에 관심이 있고 능숙하게 기타 연주를 하는 아이. 연극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지 일주일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영이가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씨는 "우리 아이들이 제주도에 도착했다면 어땠을까. 즐겁고 유쾌하게 준비했던 장기자랑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라며 연극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연극 속에서 엄마들이 연기한 아이들의 모습은 가상의 인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250명 중 231명)과 교사들(11명) 그리고 아르바이트 청년들(3명)의 약전(간략한 전기)을 엮은 '416 단원고 약전'을 참고했다. 아이들이 꿈꿨던 직업, 희망이 엄마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다만, 김씨가 작가와 함께 대본을 구성하며 신경 썼던 건 '아이들의 이름'. 그는 "실제 아이들의 이름을 쓰는 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다"라며 "연극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의 이름은 실제 단원고 아이들과 겹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극의 배경이 되는 곳은 안산,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가 발생한 2014년 3월까지 유행했던 것들이 연극에 언급된다. 아이들은 장기자랑에 어떤 곡을 할지 고민하면서 에이핑크, 아이유, 걸스데이 등 당대 유행곡들을 언급한다. 

명랑한 아이들이 재잘거리고 웃고 춤추는 장면들이 많은 것은 김씨의 의도였다. 그는 "2014년 4월의 슬프고 무거운 분위기를 무대까지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이 무대에서만큼은 아이들처럼 편하고 행복하길 바랐다"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단원고 아이들이 얼마나 밝고 예쁘고 반짝였는지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관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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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세월호 희생자 엄마들은 연극 <장기자랑>에서 단원고 학생 역할을 하며 수학여행 가기 전 장기자랑을 준비한다. ⓒ 김태현 연출가 제공

 
"처음 만났을 때 어머니들은 무겁고 슬프고 힘도 없었다. 그럴 힘이 어디 있었겠나. 다만 연극을 하고 무대 위에 오르면서 관객들이 보여준 반응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보게 되는 거 같았다. 아이를 잃은 죄인이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자존감이 회복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

김씨는 "단원고 교복을 처음 입고 사진 촬영을 하던 날, 대본으로 연습을 하던 날, 엄마들은 한참을 울었지만 함께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라면서 "(엄마들이)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 공연한 것 모두 그 자체로 치유의 시간이라고 했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그날(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화장을 한다는 엄마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나를 꾸미고 치장하는 과정 자체가 엄마들에게도 의미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장기자랑>을 비롯해 8년여 세월호 가족들의 여정을 담은 <기억여행> 등으로 김씨와 '노란리본'은 1년 내내 전국을 돌며 무대 위에 오른다. 다만 4월은 평소보다 일정이 더 많다. 

"4월에는 엄마들이 평소보다 많이 우울하다며, 공연을 더 많이 잡아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4월에만 15~16번 정도 공연한다. 이틀 전에도 대구에서 <장기자랑> 공연을 했다. 관객이 중·고등 학생이었는데, 연극이 끝나고 한 학생이 엄마들에게 '아이를 잃고 살아가는 게 엄청 어렵고 힘들텐데, 잘 버티고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관객이 전하는 위로이자 힘이 바로 이런 것이다."

지난 1일부터 오는 5월 1일까지 4·16재단이 진행하는 '세월호 참사 8주기 4.16 추모연극제' 공연에도 엄마들은 무대에 오른다. 오는 30일과 5월 1일 '노란리본'은 경기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공연한다. 김씨가 가장 초대하고 싶은 관객은 누구일까. 한참 고민하던 그가 '촛불 시민'을 언급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참 많이 촛불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8주기가 된 오늘 사람들의 기억에서 세월호가 희미해진 건 아닐까 그런 걱정이 든다. 세월호를 다시 한 번 기억하고, 공감해달라고, 우리 이 참사를 잊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2014년부터 촛불을 함께 들어주었던 시민들을 꼭 관객으로 모시고 싶다. 엄마들이 '윤석열 정부의 5년 쉽지 않겠다'라며 위축되고 두려워하는 이 시기에 촛불 시민이 함께 공연을 봐준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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