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5.18 폄훼' 3년간 사과거부 김진태, 공관위 한마디에 즉각 사과

공관위 "문제발언 사과시 컷오프 재논의 할 수도"... 1시간만에 "상처받은 국민께 사죄"

등록 2022.04.18 13:14수정 2022.04.18 15:13
8
원고료로 응원
a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5·18민주화운동과 불교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공천을 신청한 김진태 전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컷오프 당하자 지난 15일부터 국회앞에서 천막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기사 보강 : 18일 오후 2시 44분]

김행 국민의힘 공관위 대변인 : "김진태 후보가 5.18과 불교(조계종)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 진솔한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다시 논의해볼 수도 있겠다." - 4월 18일 오전 9시 15분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 :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 같은날 오전 10시 30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 탈락(컷오프)' 결정에 항의하며 단식농성 중인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19년 자신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등에 공식 사과했다. 3년 동안 하지 않던 사과를 국민의힘 공관위 입장이 나온 지 1시간 15분 만에 한 것이다. 

김진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 다시는 본질 훼손 않겠다"

이날 김진태 전 의원의 '사과'는 5.18 그리고 조계종으로 향했다.

그는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오늘로 단식농성 나흘 차다. 몸도 힘들지만, 마음이 더 힘들다"라며 "단식을 하며 곰곰이 지난 제 정치 활동을 되짚어봤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나름 법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타인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일이 없는지 되짚어봤다"라며 "죄송스러운 일들이 있었다. 북한군 개입설 관련 5.18 공청회를 내가 공동주최한 건 맞다. 공청회 포스터에도 북한군 개입설이 명기돼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니 행사에서 나온 일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에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저도 행사 주최자의 일원으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다시는 5.18민주화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 드린다"며 "이 일로 상처받은 국민에게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김진태 전 의원은 대한불교 조계종을 향해서도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서 한 말이지만 분명 과했다. 지금이라면 그런 언행을 안 했을 것이다. 전국의 고승대덕 및 불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며 실제로 고개를 숙였다. 7년 전인 2015년, 조계종이 한상균 당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보호 요청을 수용해 조계사 내에 머물게 하자 김 전의원은 '경찰 등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가했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조계종은 민노총과 경찰의 대립을 끈기 있게 참아냈다. 고통 받는 국민을 끌어안으려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라며 "저도 어려운 상황이 되니 상대방의 처지를 미처 살피지 못한 점 크게 후회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유념하겠다"라며 "앞으로는 국민을 더 섬기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통합의 길로 가겠다. 강원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라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a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공천을 신청한 김 전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컷오프 당하자 지난 15일부터 국회앞에서 천막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공관위 "일부 발언 국민 통합 저해... 대국민 사과하면 컷오프 재논의"

국민의힘 공관위가 밝힌 김진태 전 의원 공천 탈락 이유 중 하나는 '망언'이다. 김행 국민의힘 공관위 대변인은 지난 14일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와 당이 국민 통합과 미래를 향한 전진을 해야 한다는 철학 기조를 볼 때 과거 (김 전 의원의) 일부 발언이 국민 통합에 저해된다는 게 중요한 결정 포인트였다"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이 이에 반발해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이준석 대표까지 김 전 의원을 직접 찾으며 조율에 나서자 당 공관위는 한 발 물러섰다.

18일 오전 9시 15분 김행 대변인은 "공관위에서 아직 공식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몇몇 공관위원들과 주말 사이에 의견 개진이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김진태 후보가 5.18과 불교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 진솔한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다시 논의해볼 수도 있겠다'라는 일부 공관위원들의 말씀이 있었고, 저희가 이것을 기다려보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의원의 사과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조오섭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김 전 의원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퍼트린 지만원씨를 존경한다며 5.18 진상조사위를 꾸릴 때, 지만원씨를 위원으로 넣으라고 집요하게 요구했고 급기야 국회로 초청해 5.18 공청회를 열어 역사를 왜곡한 장본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5.18 공청회와 망언이 있은 지 4년, 조계종 공권력 투입 논란이 있은 지 7년간 국민들의 수많은 사과 요구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던 김 전 의원의 갑작스러운 사죄에는 검은 속내가 숨어있다"라며 "자신의 출세욕, 자리욕심을 위해 등 떠밀려 마음에도 없는 억지사과를 하는 김 전 의원 모습과 이런 국민 기망쇼를 기획한 국민의힘 공관위에서 여전히 전두환과 지만원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진다"라고 비난했다.

[김진태의 과거] "5.18, 우파 물러서면 안 돼"... "조계종이 치외법권? 경찰 투입"
  
김진태 전 의원의 18일 사과는 국민의힘이 자유한국당이었던 2019년 2월,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 이후 3년여 만에 나온 것이다. 당시 그는 이종명 의원과 함께 공청회를 공동 주최했고, 이 자리엔 지만원씨가 초청됐다. 해당 공청회에선 5.18 북한군 개입설을 포함해 유공자 명단 공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관련기사 : 지만원 "전두환은 영웅, 5.18은 북한군 주도 게릴라전"). 지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공청회에 영상 축전을 보내 "5.18 문제 있어서만큼은 우파가 물러서면 안 된다"라며 "이번 전당대회에 나온 사람들은 이러니 저러니해도 5.18 문제만 나오면 다 꼬리를 내린다. 이래서는 정말 싸울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공동주최자로 '북한군 개입설' 등에 동조한 셈이다.

이후로 꾸준히 김 전 의원을 향해 '5.18 폄훼 발언' 사과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요구를 거절하며 응하지 않아왔다. 
 
a

상경한 5.18 단체 시민들 "5.18 능멸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제명하라” 지난 2019년 2월 13일, 광주에서 상경한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회원과 시민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조계종을 향한 사과 발언은 7년 만에 나온 것이다. 2015년 조계종은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한상균 당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보호 요청을 수용해 조계사에 한상균 위원장을 지낼 수 있게 조치했다. 그러자 김진태 전 의원은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무슨 조계사가 치외법권 지역인가? 왜 이런 일만 생기면 그런 데 가서 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한상균 위원장이) 빨리 나와서 자수를 하든가, 자수할 생각이 없으면 경찰 병력을 투입해서 검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조계종은 김진태 의원과 새누리당을 향해 '공권력의 불교 침탈 발언'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해당 발언은 "나라를 위한 충정"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사과를 거부했다. 

오는 6.1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조계종은 김진태 전 의원을 비판했다. 지난 13일 조계종은 대변인 겸 기획실장 법원스님 이름의 입장문을 내 "종교 본연의 역할을 무시하고, 불교에 대한 폭력적 망언 당사자인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 예비후보의 사퇴를 촉구한다"라고 요구했다. 
#김진태 #5.18광주민주화운동 #조계종 #공천관리위원회 #지방선거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