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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춧돌에 앉아 쉰 것을 시비 거는 모습 추하다

[기고] 연꽃무늬 있다고 성보가 된다면 연꽃 방석도 성보가 되는 것인가

등록 2022.04.20 11:59수정 2022.04.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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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법흥사터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는 6일 북악산 북측면의 1단계 개방이 이뤄진 지 1년 6개월 만에 남측면을 개방해 북악산 전 지역이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법흥사터에 있는 주춧돌에 앉았다는 것에 대해 조계종 불교박물관장이라는 승려가 "참담했다. 성보를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 이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 부부도 독실한 신앙인으로 아는데 자신이 믿는 종교의 성물이라도 이렇게 대했을까 싶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발언 때문에 마치 문 대통령이 불교를 홀대하고 문화재를 업신여기는 사람인 것처럼 각지에서 공격을 받았다.

조계종 기획실장은 한발 더 나아가 "불교문화재에 대해 천박한 인식을 가진 문화재청장과 국민소통수석을 사퇴하라"라고 압박하고 있다. <법보신문>에 의하면 법흥사터는 1965년 청오 스님이 한 차례 증축했으나 1968년 '김신조 침투' 사건으로 일반인 출입이 전면 금지되며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남아 있는 초석 17개는 등산로 주위에 늘어서 놓여 있다.

조계종 박물관장이 "참담하다"는 등의 탄식을 한 것은 이 주춧돌이 성보 혹은 성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이 주춧돌은 문화재도 아니고 성보도 아니다. 이렇게 단정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조계종에서 제정한 '성보보존법'에 성보의 의미를 규정한 것에서 비롯된다.
 
성보보존법 제2조(성보의 정의)
1. 불상, 건축, 탑, 서지, 전적, 회화, 공예품, 기타 유형의 불교문화 소산으로 신앙의 대상이 되고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
2. 각종 의식·무용·음악·연극·문학 그리고 공예기술 등 무형의 불교문화 소산으로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인정되는 것
3. 사지 등 사적지와 특별히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 및 경승지로서 불교의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
4. 신앙생활에 있어서의 의·식·주, 법의 및 기타 불교적 자료로서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인정되는 것

성보의 정의를 설명하는 4가지 항목에서 공통된 표현은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국가에서 문화재를 지정하는 기준도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상식이다. 그렇지 않다면 전국의 석재상 마당에 만들어 놓은 많은 조각상이 전부 성보가 되어 버린다.

법흥사터 주춧돌이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아직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주춧돌은 법흥사터에서 발굴된 것이 아니고 복원을 위해 누군가 새롭게 가공해서 옮겨다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계종에서 판단하는 '성보의 정의'에 의하면 법흥사터 주춧돌은 명백하게 성보가 아니다. 건물을 짓기 위하여 옮겨다 놓은 건축부재일 뿐이다. 조계종이 자체적으로 성보를 저렇게 정의해 놓고도 주춧돌에 앉았다고 "참담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문화재를 아껴서라기보다는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

부처님도 주춧돌 위에 앉아 쉬지 않았을까

그 주춧돌은 기둥과 기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하여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주춧돌이 등산로 주변에 방치되어 있다면 누구라도 앉아서 쉬고 싶어 할 것이다. 주춧돌 표면은 평평하여 앉아 쉬기에 맞춤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과 제자들이 지나다가 이런 주춧돌을 보았다면 분명 부처님도 주춧돌 위에 앉아서 쉬지 않았을까?

하루에 수만 명이 교대로 앉아 쉬어도 주춧돌에는 아무런 흔적이나 상처가 나지 않는다. 불상에 올라가거나 석탑에 올라간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잠시 주춧돌에 앉았다고 종단이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문화재청장이 주춧돌은 비지정문화재라고 하자 <법보신문>은 "궁색한 변명 일관한 청와대·문화재청"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주춧돌에 연꽃무늬(연화문)가 새겨진 것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서울 근교 폐허 성당의 마당에 떨어진 십자가 위에 앉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연화문 주춧돌 위에 앉는 행위가 마치 타종교 상징물인 십자가를 밟는 행위와 같은 의도적인 것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악의적이다.

불교의 상징인 연꽃무늬가 있다고 주춧돌이 성보가 된다면 방석에 연꽃문양이 있으면 그 방석도 성보가 되는 것인가? 그들은 연꽃 방석에 앉는 사람을 보면 부처님을 깔고 앉은 짓이라고 분개할 사람들이다. <법보신문> 기자는 연꽃차와 연잎차도 마시지 말라. 연잎밥도 먹지 말라. 기자는 자신이 이렇게 코미디같이 우습고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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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자 <법보신문> 사설 "궁색한 변명 일관한 청와대·문화재청" ⓒ 법보신문


"주춧돌이 지정 또는 등록문화재가 아니다"라는 문화재청의 답변을 듣고 종단 지도부 승려는 "지정 문화재만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한 문화재청의 답변에 아연실색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또한 "'지정이냐? 비지정이냐?'는 단순 이분법 판단에 따라 옳고 그름이 판가름 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응했다.

문화재청장의 상식적인 대답에 "지정문화재가 아니면 아무렇게나 대해도 상관없다는 뜻이냐?"라고 되묻는 것은 시비를 거는 전형적인 모양새다. 그들에게는 오직 이 세상은 문화재와 앞으로 문화재가 될 성보만 보이는가 보다. 그 주춧돌이 그토록 중요한 성보라면 그 주춧돌 위에 사람은 물론 새나 짐승도 앉으면 안 되고 앞으로 나무기둥도 올리면 안 될 것이다.

주춧돌이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되기 전까지 사람들에게 의자나 그루터기 역할을 한 것이 어찌 그리 참담한 일인가? 부처님은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고 배고픈 자에게 밥을 주고 어리석은 자에게는 가르침을 주라 했다. 그래서 주춧돌이 그루터기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비구니 영담스님의 글은 참으로 가슴에 와닿는다.

"조계종 승려로서 말씀드립니다. 산행을 하시다가 빈 절 터 아무렇게나 놓인 주춧돌을 만나시거든 잠시 앉아 쉬셔도 괜찮습니다. 쉬시면서 먼 산 구름도 보시고 빈 절 터 무상한 이치도 깨달으시고요. 부처님도 좋아하실 것입니다. 이를 시비하는 조계종단의 유치함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조계종은 정말로 문화재를 사랑하고 아끼는 집단인가

그루터기와 같이 평평한 주춧돌에 대통령이 잠시 앉아 쉰 것을 가지고 종단 지도부가 성보, 성물 운운하며 시비를 거는 모습은 정말 추하다. 이런 옹졸한 태도가 국민들로부터 승려들을 지탄받게 만들고 혐오감을 갖게 한다.

우리 종단은 코로나가 퍼져서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시기에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는 승려대회를 열고서는 인원 동원은 없었다고 거짓말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주춧돌에 앉았다고 대통령을 비난하고 문화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조계종이 범종과 법당종, 운판 등의 성보를 팔아 절도죄로 2017년 8개월간 감옥에 있던 승려를 대하는 태도는 이번 사건과 상반된다. 불교계 언론은 절도죄를 저지른 승려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계종 호법부는 그 승려에 대한 조사를 5년간이나 조사를 미루어 왔다. 이 승려가 올해 징계를 받았는데 겨우 공권정지 3년의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승단에서 추방되어야 할 무거운 죄를 지었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조계종의 행위를 보면서 '조계종은 정말로 문화재를 사랑하고 아끼는 집단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조계종은 어찌하여 종단 안에서 일어난 성보 문화재 절도 행위에는 그토록 가벼운 처벌을 하면서 등산길에 잠시 건축 부재인 주춧돌에 앉은 대통령에게는 '참담하다' '천박하다'는 등의 막말을 하는가?

이런 이중적인 태도가 정말 성보문화재를 아끼는 태도인가? 불교언론의 자세인가? 문화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기 전에 불자들은 조계종 박물관장 등 종단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조계종 서림스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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