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단독] 골퍼에 A+ 준 김인철 의혹 인정 "관례 용인하고 넘어가는 게 사회진화"

2018년 1월 '비공개 간담회 녹취록' 입수... "수업 한번 참석, 시험 안보고 리포트만"

등록 2022.04.20 10:40수정 2022.04.22 18:52
15
원고료로 응원
a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한국외대 총장 재임 중 학점 특혜 의혹을 시인한 것이 녹취록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 하지만 녹취록 속 김 후보자는 "부끄럽다"면서도 학생들의 사과 요구를 거부했고, 특혜를 준 것은 관례였다며 "사회적으로 용인하고 넘어가는 게 사회진화의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전 한국외대 총학생회 관계자로부터 2018년 1월 9일 한국외대 한 강의실에서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 녹취록을 입수했다. 간담회엔 김 후보자(당시 총장) 등 대학본부 관계자와 학생회 간부들이 참석했다. 

이 간담회 3개월 전, 한국외대는 프로골퍼 김인경 선수에게 2012~2016년 학점·장학금 특혜를 줬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김 후보자는 2013년 자신이 강의한 수업에 김 선수가 거의 출석하지 않고 시험도 치르지 않았음에도 A+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간담회 녹취록에 따르면, 학생회 측이 "2013년 2학기 조직관리론 수업에서 김인경 선수에게 A+를 부여한 사실이 있으신가"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학점을 부여한 사실은 있지만 어떤 학점인지 밝힐 수 없다. 그것을 가타부타 하는 순간 범법자가 된다"라고 답했다. 

연이어 학생회 측이 "해당 수업에서 김 선수가 시험을 봤나"라고 질문하자, 김 후보자는 "중간·기말(고사) 안 보고 리포트를 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이 말을 이어갔다.

"(김 선수가) 내 수업 듣겠다고 한 번 찾아와서 만났고, 10월에 그 선수가 인천에 시합하러 왔을 때 두 번째 만났다. 물론 수업 관련된 얘기를 했지만 (수업과) 관련되지 않은 '우리 학교 홍보 열심히 해라"라는 말도 했다. 심지어 '(경기복 등에) 학교 로고를 왜 안 붙이느냐'는 얘기를 했고, 기말 리포트를 그때 받은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이후에) 기말 리포트를 받았다."

즉 김 후보자는 ▲수업에 참석한 건 최대 한 차례고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았으며 ▲리포트 하나만을 낸 김 선수에게 학점을 부여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해당 선수 두둔하며 "학교에 애틋함 있는 학생" 
 
a

2017년 12월, 김인철 당시 총장이 연루된 '학점 특혜'의 책임을 물으며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한국외대 학생들. ⓒ 한국외대 총학생회 제공

 
김인철 후보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끄럽다" "미안하다" "유감이다" "양해를 구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학생들의 사과 요구는 끝내 거부했다. 특히 "사과의 단어를 쓰기가 참 난감하다" "내가 사과를 빼곤 다 했잖나" "사과를 시도 때도 없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그런 일이)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시대"였다고 주장했다.

"총장으로서 거듭 내가 얘기하지만 총장은 우리 학교를, 학생을, 우리 학교의 전 직원을, 그 다음에 교수, 학생, 전체 외대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중략) 그러면 사과하라는 얘기가 참 자주 있습니다. (중략) 그런데 이게 사과의 단어를 쓰기가 참 난감합니다. (중략) 관례였고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던 것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시대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을 양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사회진화의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나한테 사과를 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나는 여러분한테 미안하게 생각하고 내 개인적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유감으로 생각하고... 그 이야기 했죠? 맨 마지막 선택은 내가 하는 겁니다. 총장이 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사과하라고 해서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고 그런 것이 아닙니다. (중략) 그리고 거듭 얘기하지만 사과를 시도 때도 없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김 후보자는 "김 선수도 한국외대생으로서 자부심이라든지 빛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김 선수는 한국외대에 대한 애틋함이 있는 학생이었다"며 김 선수를 두둔하기도 했다.

이후 김 후보자는 학생회의 고발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2018년 5월 사과했고, 이후 학생회는 김 후보자 등 학교 관계자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김 선수는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 '공정' 강조 김인철 교육장관 후보, 수업불참 골퍼에 'A+' 특혜 http://omn.kr/1yctm ).

김 후보자는 부총리 지명 후 해당 사안이 논란이 되자 <오마이뉴스>에 "지금은 업무파악과 청문회 준비 등 경향이 없어 답변하기 어렵고 기회가 되면 나중에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밝혔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교육부장관 #한국외대 #총장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