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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봉쇄' 상하이... 한국 약 물물교환하는 유학생들

[이슈] 현지 교민·유학생 이야기 들어보니... "20여 년 상하이 살았지만 이런 봉쇄는 처음"

등록 2022.04.20 18:49수정 2022.04.2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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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도시 봉쇄가 계속되는 가운데 16일 주민들이 핵산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 연합뉴스

     
"기숙사 밖이랑 완전히 단절된 삶이다. 하루에 두 번 신속항원을 하는데도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 귀국도 쉽지 않고... 답답하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의 한 종합대학에 입학한 30대 A씨는 "지난 3월 13일 이후 학교 밖을 나가본 적 없다. 캠퍼스 봉쇄가 된 이후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기숙사 방 밖을 아예 못 나가고 있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상하이는 3월 이후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지난달 28일부터 도시를 봉쇄하고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일부 구역은 봉쇄, 통제, 예방 등 3개 구역으로 분류해 방역 완화 조치를 하는 곳도 있지만, 우리 교민이 밀집한 홍첸루를 포함한 민항구, 푸둥신구, 쑹장구 등은 여전히 봉쇄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대학의 경우 그보다 앞서 단계적 봉쇄를 시행했다. 상하이대(3월 3일)를 시작으로 푸단대, 상하이재경대(3월 13일) 등 대부분의 대학이 도시 봉쇄 이전부터 캠퍼스를 봉쇄하고 교직원과 학생의 출입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상하이에 거주 중인 우리 교민을 3만~4만 명, 유학생은 2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20여 년째 상하이에 거주하는 50대 교민 B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단계적 봉쇄를 거쳐 4월 이후에는 집 문이 봉쇄됐다"라면서 "상하이는 특히 도시 구역마다 빈부격차가 심하다. 도시빈민층이 사는 구역에서는 당장 먹을 게 없어 고생한다는 말도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상하이의 도시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유학생을 포함해 교민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19~20일 전화·메시지 등으로 <오마이뉴스>가 만난 상하이 교민·유학생 4명은 특히 거주지역과 거주형태에 따라 물품 수급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중산층이 모여사는 구역에서는 주민들의 공동구매로 정부가 지급하는 물품·식재료의 부족분을 보충하지만, 도시빈민층이 많은 구역은 끼니를 거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유학생의 경우 학교 내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택배 등 외부 물품 반입이 모두 금지돼 불편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상하이 시 당국은 봉쇄하고 있는 지역의 코로나 확진자를 0명으로 만드는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런데도 확산세는 쉽게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상하이시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인구 2500만 명의 상하이의 누적 코로나 환자는 3월 28일 도시를 봉쇄한 이후 약 40만 명(4월 20일 기준)에 달한다. 

"유학생 귀국, 학교가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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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한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A씨는 "하루에 두번 신속항원 검사를 해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현지 유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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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유학생에 따르면, 학교는 하루에 3번 도시락을 지급한다. 도시락은 중국식과 무슬림 학생을 배려한 이슬람식 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 현지 유학생 제공

 
"기숙사 방문 앞을 나갈 수 있는 건 일주일에 한 번 학교 운동장에 모여 30여분 핵산(PCR) 검사를 할 때다. 한국 유학생들은 이날 삼삼오오 모여 한국약을 물물교환해 이날만 기다리며 산다. 학교에 약을 신청하는 건 절차가 꽤 까다롭다."

상하이의 한 대학에서 4년여째 공부하는 30대 C씨는 "열이 난다고 해도 학생들끼리 알아서 약을 구하는 식"이라며 "거주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필요한 걸 사기도 하는데, 우리는 학교에서 딱 지급해주는 것으로 버텨야 한다. 생수⋅휴지 등 생필품이 부족하다"라고 토로했다. 택배를 포함해 모든 외부 물건은 학교로 반입이 금지됐다는 불만이다.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A씨와 C씨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에 3번 학교 도시락을 지급받는다. 중국식과 이슬람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 외 간식으로 제공되는 것은 없다.

A씨는 "한국 학생들 채팅방에 진지하게 '김치가 너무 먹고 싶다'는 말이 매일 올라온다. 기름지고 느끼한 중국음식을 한 달여 먹으니 힘들다"라고 말했다. A씨가 있는 기숙사 건물의 경우 차출된 2명의 자원봉사자가 도시락을 포함한 물품의 운반·수거를 담당한다. 

이들이 가장 답답해 하는 건 봉쇄가 언제 해제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중국은 교육 기관에 대한 방역이 특히 엄격해 캠퍼스 봉쇄도 도시 전면 봉쇄보다 빨리한 만큼 해제는 늦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C씨는 "일부 귀국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는데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공식적으로 우리 학교가 귀국을 동의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유학생들의 귀국은 대학 정책에 따라 편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19일 중국 상하이 당국의 허가를 받아 우리 국적 유학생이 이날까지 64명 귀국했다고 밝혔다. 현재 상하이발 서울행 항공편은 주 2회 운항 중이지만 유학생들이 거주지에서 공항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학교나 거주지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C씨는 "며칠 전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한국 유학생 귀국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학교에 보냈는데, 학교에서 상하이 당국의 방역방침을 엄밀히 준수해야 한다며 양해를 부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귀국은 어렵다는 것"이라며 "이런 요청을 일일이 수락하면 학생들이 일시에 이동하는 상황이 발생할 텐데, 방역에 불리해질까 거절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상하이가 택한 전면 봉쇄가 '제로 코로나'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A씨는 "이렇게 철저히 봉쇄하는데도 최근 학교에서 몇몇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나왔다"라며 "단계적 완화 없이 무조건적인 봉쇄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최근 물품 공급 가격 30%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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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코로나19 확산 탓에 순환식 봉쇄를 진행 중인 중국 상하이시의 한 슈퍼마켓 야채 과일 매대가 텅 비어 있다. ⓒ 연합뉴스

 
"지금까지 총 네 차례 정부 지급 물품을 받았다. 식자재는 돼지고기, 쌀, 야채 등인데 가족 수에 따라 지급되지 않아 부족하다. 필요한 양의 반 정도를 지급받았다고 보면 된다. 결국 아파트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공급상을 연결해 공동구매하는데, 최근 공급상 가격이 30% 인상됐다. 특히 야채의 경우 상하이 내에서 자체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다른 지역에서 구입해야 하는데 상하이에 한 번 다녀가면 격리를 해야 해서 물류비가 비싸졌다."

상하이 민항구에 거주하는 B씨는 "20여 년 상하이에 살았지만 이런 봉쇄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우리 아파트 단지는 물품이 비싸도 살 수 있는 주민들이 대부분인데, 구역마다 상황이 다를 것"이라며 "도시빈민층이 밀집한 구역에서는 정부 지급량으로 버텨야 해서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정부가 지급하는 냉동 돼지고기에 비계가 과다하게 많은 등 품질에 문제가 있어 최근 상하이 공안당국이 보급품 공급에 관여한 회사 관계자 등을 불량식품 판매 혐의로 입건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 아파트 주민들이 단체로 몰려나와 "보급품을 보내달라"고 항의하는 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약 지급도 원활하지 않은 모양새다. B씨는 "최근에야 온라인을 통해 약을 공동구매할 수 있게 됐다"라면서 "4월 초까지만 해도 약을 거의 못 구하는 상황이라 상비약으로 버티거나 열이 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봉쇄 이후 처리해야 할 업무를 걱정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10여 년째 상하이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는 40대 D씨는 "원래 4월 5일 봉쇄를 3단계로 나눠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했는데, 외각의 일부 농촌지역을 빼고는 여전히 집 문 봉쇄 상태"라면서 "기약 없이 봉쇄가 길어지면 회사에 복귀했을 때도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현재 집에서 온라인 회의 등으로 회사 일을 일부 하고 있다는 그는 "회사에 직접 출근해 처리해야 할 일도 많은데, 이 부분이 계속 누적되어 있다 보니 직장인으로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라면서 "그나마 우리는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제조업은 상황이 심각하다. 우리 기업 역시 상하이 봉쇄 조치로 공급망이 폐쇄돼 타격을 받을 수 있다"라고 걱정했다.

상하이 인근 장쑤성, 저장성 등에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등 우리 기업 주력산업 생산기지가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9일 개최한 '중국 진출기업 및 공급망 점검 회의'에 따르면, 세계 1위 항만 도시인 상하이 봉쇄로 인해 국내 기업 생산의 어려움이 잇따라 이와 관련 중국 정부와 협의가 진행 중이다. 

D씨는 "개인의 삶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제수도 상하이의 봉쇄가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봉쇄 이후에 이를 복구하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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