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셀 수 있나요?'... 한국과 중국의 성공은 다르다

[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성공 뜻으로 보는 중국인의 가치관

등록 2022.05.13 09:18수정 2022.05.13 09:18
0
원고료로 응원
a

 
한국 '성공'  :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
중국 '성공(成功)' : 수량화가 가능한 가치를 가치는 일을 실현하는 것

  
한국 표준국어대사전상 '성공'은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다. 중국 사전에서는 성공을 구체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성과를 얻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중국 사전에서 '성공'이란 수량화가 가능한 가치를 가지는 일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达到或实现某种价值尺度的事情或事件). 그러니까 내가 어떤 일을 이뤘는데, 그 결과물이 금전으로 수량화할 수 있는 경우에만 성공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성공 계단

중국 남동해안에는 샤먼시라는 항구 도시가 있다. 샤먼시 동쪽 바다 건너에 타이완이 있다.

중국 명나라 시기 '정성공'은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교체되는 시기, 명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 장군이다. 정성공은 대륙에서 명나라가 멸망하자, 근거지를 타이완으로 옮기고 최후까지 명나라 부흥을 위해 힘썼다.

그 후 역사가들은 정성공 장군이 마지막까지 국가를 위해 싸운 충신으로 기록했다. 그래서 지금도 중국에서 정성공 장군은 마지막까지 국가에 충성한 유명한 역사적 인물로 남아있다. 자신의 이름 정성공(郑成功) 글자처럼 성공(成功)한 삶을 살았다.
  
a

중국 복건성 샤먼시 정성공 장군 동상 ⓒ 김기동

 
샤먼시 해안 언덕 높은 곳에 정성공 장군이 동쪽 타이완을 바라보고 서 있는 동상이 있다. 동상이 있는 언덕 정상에 가자면 15분 정도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언덕 정상에 '민족 영웅 정성공 장군'이라는 표지판에 있고 바로 그 옆에 정성공(郑成功) 장군의 이름처럼 성공(成功)한 인물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성공에 이르는 계단' 조형물을 만들어놨다.

인생에서 어떤 일을 이루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조형물로, 성공 내용을 단계별로 계단 모양을 만들어 성공에 이르는 순서를 정해놨다. 중국인이 생각하는 성공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중에서 어떤 성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
a

중국 복건성 샤먼시 정성공 장군 기념관에 있는 성공계단 ⓒ 김기동

 
성공 계단 맨 아래 순서부터 애정, 재물, 과거 급제, 건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모두 이루는 것이다.

맨 아래 순서부터 살펴보자. 부부가 서로 애정을 가지고 한평생을 순탄하게 살아가는 것이 성공에서 가장 아래 단계이고 그다음이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이다. 사랑보다는 돈이 더 좋다는 의미다.

그다음 돈이 많은 부자보다는 과거에 급제해 관리(공무원)가 되는 것이다. 관리(공무원)가 되면 자연스럽게 돈이 저절로 들어와서 부자가 될 수 있고, 여기에 더해 권력까지 얻으니 단순히 돈만 많은 부자보다는 낫다는 의미다.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성공은 건강이다. 건강이 나쁘면 일찍 죽으니 당연히 건강이 최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다 가지는 것이 인생에서 최고 성공하는 것이라고 마무리한다.
  
도교 사원의 복수녹(福壽祿)

중국 쓰촨성 청두시 청양사 도교 사원에도 사람이 빌 수 있는 소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벽에 써 놓은 조형물이 있다.

중국인은 매사에 현실적이다. 중국인은 하늘에 신이 있고,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된 뒤 생전에 착한 일을 많이 하면 극락이나 천당에 가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지옥에 간다는 걸 믿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극락이나 천당에 간다는 것을 믿지 않는 중국인은 죽으면 자신의 삶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죽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이런 틈새시장을 파고든 게 중국 '도교'다. 중국 도교에 나오는 신선들은 1000년 이상을 산 사람이다. 그러니까 도를 닦아서 신선이 되면 죽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이다.

도교 사원에서 생활하며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을 도사라고 한다. 도교 사원에 있는 도사는 당연히 신선이 되는 것을 목표로 도를 닦는다. 하지만 이따금 도교 사원을 찾는 보통 사람은 도를 닦아 신선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중국인이 도교 사원을 찾아 향을 피우며 이뤄지길 바라는 소원은 모두 현실적인 내용이다. 그러니까 중국 보통 사람이 도교 사원을 찾는 목적은 현세에서 이익을 얻는 데 있다.
 
a

중국 사천성 청두 도교사원에 있는 복수녹 ⓒ 김기동

   
친절하게도 중국 쓰촨성 청두시 청양사 도교 사원에는 사람이 빌 수 있는 소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벽에 써놨다. 벽에 있는 글씨는 왼쪽부터 복수녹(福壽祿)이다. 중국인이 복(福)을 빈다고 할 때, 중국인이 생각하는 '복'이란 무엇일까?

중국 사전에서 '복(福)'은 부유하고 귀하고 오래 살고 과거에 합격하는(富贵寿考) 것이라고 정의한다. 부유하다는 것은 돈이 많다는 것이고, 귀하다는 것을 세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오래 사는 것은 당연하고, 합격한다는 것은 공무원이 돼 돈을 번다는 것이다.

도교 사원 벽에 써놓은 '복수녹(福壽祿)'세 글자는 복(福)을 알기 쉽게 다시 한번 설명해 놓은 것이다. 복(福)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壽)로 오래 사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는 현세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중국인에게는 당연히 오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그다음 글자가 녹(祿)이다. 녹(祿)은 다른 말로 녹봉(祿俸)이다. '녹봉'이란 벼슬아치에게 1년 또는 계절 단위로 나누어 주던 금품을 말한다. 현대어로 바꾸면 공무원 봉급이란 의미다.

그러니까 중국인은 복(福) 중에서 오래 사는 것이 가장 먼저이고, 그다음이 과거에 합격해 관리가 되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드러내 놓고 돈을 좋아한다고 한다는데, 그러면 왜 도교 사원 벽에 금전에 관한 글자는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관리가 되면 권세가 생기고, 권세를 사용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돈을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AD

AD

인기기사

  1. 1 이준석 "날 '그 새끼'라 부르는 사람 대통령 만들려고 뛰어"
  2. 2 "'반지하 트라우마'로 떠난다는 이웃... 저는 갈 곳이 없어요"
  3. 3 나경원 일행, 수해 복구 뒤풀이하다가 상인·주민들과 다툼
  4. 4 작고 아담한 섬, 5성급 캠핑장이란 소문은 진짜였다
  5. 5 올해 집값 오를 거라고? 결국 들통난 공급부족론의 허상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