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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요금 중국 택시와 다툼... 말린 중국인 친구의 말

[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 '상담(相談)'과 중국 '상담(商談)'

등록 2022.06.23 10:31수정 2022.06.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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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상담(相談)' : 말로 상의함.

중국의 '상담(商談)':다른 사람과 같이 상업에 관한 일의 해결 방법을 찾는 일


한국에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서로 의논한다는 상담(相談)이라는 단어에 대해 중국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중국 사전에서 상담(商談)은 상대방과 협상해 어떤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는 일이라고 한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어떤 문제를 의논한다는 의미는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상담은 한자로 서로 이야기한다는 의미의 '상담(相談)'이다. 중국에서는 이런 글자의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상담은 상업과 관련해 이익을 얻기 위해 이야기한다는 상담(商談)이라는 글자를 쓴다.

그러니까 한국 '상담(相談)'은 서로 만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중국 '상담(商談)'은 상업적인 이익을 얻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한국인이 상담하기 위해 중국인을 만나 상담할 경우 두 나라 사람이 사용하는 상담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적당한 이문이란?

중국에는 '교활하지 않은 장사꾼은 없다(無商不奸)'는 속담이 있다. 속담 그대로 해석하면 장사꾼은 모두 교활하다는 의미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교활하지 않은 장사꾼은 망한다는 얘기기도 하다.


장사꾼이 교활하게 물건을 팔면 물건을 사는 고객 입장에서는 바가지를 쓰고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게 된다. 그런데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장사꾼만 물건을 비싸게 파는 게 아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누가 됐든 고객에게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판다.

2020년 중국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신장 우루무치에서 투루판 관광지를 여행하는 일일 여행 패키지를 이용한 적이 있다.  

우루무치에서 투루판까지 가는 도로 양옆 사막에 풍력발전기가 있다. 아마도 수천 개, 수만 개 어쩌면 수십만 개 이상일 지도 모르겠다. 버스가 풍력발전기가 잘 보이는 장소에 도착하자 여행사 가이드는 풍력발전기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열심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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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투루판 풍력발전기 ⓒ 중국 바이두

 
사막이 평지다 보니, 바람이라는 자연 자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풍력발전기를 많이 설치했단다. 그런데 이 풍력발전기 날개가 바람이 약하면 저절로 돌지 않지만, 바람이 강할 때도 날개가 돌면 안 된다고 한다. 바람이 강할 때 날개가 너무 빨리 돌면, 날개가 부러져 파손된다고.

그래서 바람이 강할 때 날개를 멈추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게 고급 기술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중국에 기술이 없어서 서구 국가에서 풍력발전기 한 대에 800만 위안을 주고 수입했는데, 현재는 중국 기술로 한 대에 50만 위안이라고 한다.

서구 국가에서 원가의 16배를 남기고 중국에 풍력발전기를 팔았다는 이야기다. 가이드가 조금 과장해서 서구 국가들이 16배를 남기는 장사를 했다고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부풀려서 말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유럽 사람이 과학 정보를 이용해 10배 이상의 이윤을 남기고 장사하는 것이나, 중국에서 장사하는 보통 사람들이 이익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에서 바가지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것이나 사실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시장에서 소소한 물건을 파는 장사꾼에게만 물건을 비싸게 판다고 교활한 장사꾼이라 할 수는 없다.

중국인은 장사란 원래 교활하게 지략을 써서 많게는 원가의 수십 배, 적게는 수 배의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물건을 살 때는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중국인은 아무리 하찮은 물건을 살 때도 반드시 흥정한다.
  
중국 택시 기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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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택시. ⓒ flickr

 
중국 친구와 택시를 타고 가다 겪은 일이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1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여서 택시를 타기 전에, 미리 택시 기사와 요금을 흥정해야 했다. 사실 나는 그곳에 몇 번 가봐서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는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눈치챘는지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을 불렀다. 한국인인 나는 당연히 화를 냈고, 기사와 말다툼이 벌어졌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중국 친구는 나를 말리며 조용히 택시기사와 적정한 가격을 흥정했다. 그리고 흥정을 마친 후에 그 택시를 이용했다.

내가 '이러면 저 기사가 나중에 다른 손님에게도 또 바가지를 씌울 것'이라며 화를 풀지 않자 중국 친구는 그럴 필요 없다면서 중국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인에게는 남을 속이는 것이 당연하기에 저 기사는 누가 뭐라 해도 앞으로 계속 손님에게 바가지요금을 말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도 덧붙였다.

그런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중국 친구는 다시 한번 차근차근 조언했다. '중국인은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도 결코 화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려 했는데, 자신이 미리 알아채고 속지 않았다며 스스로에게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끼기까지 한다'고.

국가라는 장사꾼은 법으로 전매 사업을 하면서 원가의 수십 배 가격으로 물건을 판다. 한국에서 국가 전매 사업인 담배와 술의 원가 대비 이윤을 따져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또 첨단 제품을 생산해서 파는 대기업 장사꾼도 기술 독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물건을 원가의 몇 배 가격으로 판다.

장사를 하는 상인이 많은 이문을 남기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담 #이문 #가격 #바가지 #첨단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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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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