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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중 '출처' 단어 뜻 묻는 고교생... 코로나가 바꿔놓은 일상

[아이들은 나의 스승] 동네를 '동내'로, 쓰레기를 '쓰래기'라 써... 어휘력과 문해력, 심각한 수준

등록 2022.05.07 12:00수정 2022.05.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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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저명한 칼럼니스트는 말했다. 세계는 새로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지금껏 사용된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에 버금가는 시대 구분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참고로, 라틴어 'Anno Domini'는 예수 탄생 이후라는 뜻이니, 'A.C(After Christ)'로 바꿔 써도 무방하다.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를 감염병의 공포로 몰아넣었으니, 그의 단언이 무리는 아니다. 현재까지 코로나는 전 세계 70억 인구 중 5억 명을 감염시켰고, 620만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방역의 모범 사례로 찬사를 받은 우리나라 누적 확진자도 6일 0시 기준으로 1746만 명을 넘어섰고, 이미 2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본격적인 일상회복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코로나가 우리네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놨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외출할 때 신발을 신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졌고, 사람들과 반갑게 악수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어졌다. 과거엔 보기 쉽지 않았던 '혼밥'하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집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는 문화가 일상화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식당과 술집은커녕 카페에 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학교에서 동료 교사들끼리의 회식 자리도 대부분 취소됐다.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 설과 추석 연휴 때 고향에 내려가지도 못했다.

2020년 1월 말, 섬뜩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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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고교 3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장 모습. ⓒ 연합뉴스

 
코로나로 인한 내 일상의 가장 큰 변화는 10여 년 전부터 이어온 '해외에서의 한 달 살기'가 멈췄다는 것이다. 모든 하늘길이 닫힌 상태에서 여권은 순식간에 휴지 조각이 됐다. 운 좋게 나간다고 해도 해외여행자는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코로나가 막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 1월 말, 섬뜩한 기억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국제공항의 폐쇄가 논의되던 그때 난 그곳에 있었다. 당시 이탈리아와 우리나라는 아예 다른 세상이었다. 귀국 비행기를 탄 로마에선 마스크 차림조차 드물었는데, 인천에선 근무자 모두가 방호복 차림이었다. 귀국한 지 사흘 만에 이탈리아의 공항은 문이 닫혔다. 

이후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해온 무분별한 개발을 멈춰야 한다는 지식인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길들여진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민망한 고백이지만, 비행기가 탄소 배출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즈음이다. 효과로 치면,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이 쓰레기 분리배출에 노력하고 채식을 실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코로나가 일깨워준 셈이다. '해외에서 한 달 살기'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아이들의 일상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 2일, 조회 시간에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를 소재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로 인해 그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듣고 싶어서다. 대화의 마중물 삼아 내 깨달음을 들려주며, 앞으로 대체 교통수단이 있는 경우라면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아이들 앞에서 약속했다. 

아이들은 외출할 때 본능적으로 마스크를 챙기는 것과 손을 자주 씻는 것, 그리고 집에 홀로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는 걸 첫손에 꼽았다. 주로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게 되고, 물건도 인터넷을 통해 사며, 유튜브 영상을 더 많이 보게 됐다고 대답했다. 

덩달아 TV와도 더 친해졌다고 이구동성 말했다. 비대면 원격 수업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집에 태블릿 피시나 웹캠, 헤드셋 등 전자기기를 두루 갖추게 됐고, 학원도 한두 곳 더 다니게 됐다고 했다.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어선지 몸무게가 부쩍 늘었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창궐한 원인을 들먹이면서도 반성과 다짐을 입에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지겠다거나 쓰레기 분리배출을 실천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내심 육식을 줄이겠다거나 하다못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겠다는 다짐 정도는 기대했다. 

찬찬히 듣다 보니, 코로나가 바꿔놓은 아이들의 일상이라는 게 죄다 퇴행적인 것 투성이다. 우선, 코로나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난 반면에 책과는 더욱 멀어졌다. 육식과 패스트푸드 위주의 식습관은 더욱 굳어졌고, 가정마다 사교육비 지출이 늘었다는 건 통계로도 확인된다. 

집에 오래 머물다 보니 운동 부족이 심해졌고, 아이들의 체력 저하가 심히 우려된다. 턱걸이를 단 1회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 마당에 체육대회 때 1000m 오래달리기 종목에 참가할 아이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다.

하루 버려지는 플라스틱 물병만 수백 개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1회용품에 대한 경각심도 되레 느슨해졌다. 배달 음식의 포장재가 아파트 단지마다 매일 산더미처럼 쌓이고, 플라스틱과 종이컵 사용에 관한 거리낌도 사라졌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공용 음수대를 폐쇄하고 모두 물을 챙겨오게 한 것도 패착이었다. 그로 인해 학교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물병만 족히 수백 개다. 급식소 식탁 위에 설치된 수백 개의 플라스틱 칸막이는 추후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당장 하루에 버려지는 마스크만 해도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우려되는 건 이뿐 아니다. TV와 유튜브에 길들어져 책과 멀어진 탓인지 아이들의 어휘력과 문해력이 참담한 수준이다. 며칠 전 끝난 중간고사 때 서술형 답안을 채점하면서 다시금 깨닫게 됐다. 불과 몇 해 전의 아이들과도 당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쓰레기를 '쓰래기'로 쓰는가 하면, 동네를 '동내'로, 역할을 '역활'로, 체험활동을 '채험활동'으로, 받아들이다를 '받아드리다'로 답안지에 적었다. 맞춤법이 틀린 사례를 여기에 모두 적으려면 한 페이지로는 모자랄 지경이다. 하물며 띄어쓰기 오류 정도는 흠잡을 일도 아니다. 

시험 도중 질문의 의미를 몰라 단어의 뜻을 묻는 경우도 허다하다. 믿기지 않겠지만, 명색이 고등학생인데, 출처를 밝히라고 썼더니 출처의 뜻을 묻고, 신문에 기고했다는 지문의 내용을 보고선 기고가 무슨 뜻이냐고 질문했다. 심지어 타당한 걸 고르라고 했더니, 타당이 뭐냐고 묻는 아이도 있었다.

그들은 2000자 안팎의 짧은 글을 장문으로 여기며, 시험 때 제시된 지문이 조금 길다 싶으면 아예 찍고 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책이나 영화를 본 뒤 개인의 소감을 적어보라면 길어야 대여섯 줄이고, 한두 줄 끄적이고 마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그마저도 비문투성이다. 

보복 소비 횡행하고 개인주의가 득세하는 현실

모두가 수긍하듯, 코로나는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풍요로운 삶을 누려온 인류를 향해 던진 준엄한 경고다. 하지만 현실은 과거의 익숙한 일상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이른바 '보복 소비'가 횡행하고, 공존과 연대보다는 개인주의가 득세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코로나 세대'로 불리는 요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분명 지금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그러나 1회용품이 범람하고 1인용 시설이 보편화된 현실 뒤에 이어질 그들의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일거에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내몬 감염병조차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꺾지 못할 것 같아서다. 물론, 그 끝은 파멸일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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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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