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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사는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걱정스럽다

[주장] 자유민주주의 발전 진심으로 위한다면 검찰 출신들 멀리하시라

등록 2022.05.12 12:01수정 2022.05.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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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드디어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5년이라는 항해를 힘차게 출발하였다.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이니 이제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 모두가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우리 모두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축배의 잔을 들자.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에서 사임하면서 국민들에게 한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된 것 같다. 이 대국민 약속을 자신의 취임식 연설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자유민주주의는 반지성주의 등에 의해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도 곁들었다.

윤 대통령의 취임식 연설을 들으면서 싱가포르 총리를 지낸 리콴유가 생각났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를 현재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시키기 위하여 권위주의적 정치를 자행하고 언론통제와 검열 등을 실시하였다. 리 총리는 취임 후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성장을 위하여 자신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 반지성인들에게 값비싼 법률소송이라는 교묘한 방법을 통하여 탄압하였다'고 진솔하게 이야기하였다. (관련기사 :  [취임사 전문] 윤석열 "모든 구성원이 자유시민 돼야" http://omn.kr/1ytlf) 

윤 대통령이 말로는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향후 5년은 리 총리처럼 합법을 가장한 수많은 법적 소송을 통해 자신의 경제성장정책에 반대하는 국민과 정치인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권위주의적 사회를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권위주의적 사회 만들기

법을 악용한 권위주의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윤 대통령은 현재 두 가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첫째, 용산에 근무하는 중요 참모진을 자신의 명령에 절대복종할 수 있는 검찰 출신으로 채우고 역시 검찰 출신인 자신의 분신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려 하고 있다.

2020년 8월 3일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통한 진정한 '법의 지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검찰 출신만이 아닌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검찰 출신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참모진을 짜는 것은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국가에 봉사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는 자유민주주의와는 결별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민주주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대통령의 임명권이라는 미명 아래 대한민국을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권위주의적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둘째, 2022년 2월 11일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 2차 TV 토론에서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최승환 교수는) 국제정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하는 분으로 유명한 분인데 이런 대선 토론에서 그런 분의 글을 인용한다는 것이 참 어이가 없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윤석열 후보가 만일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면 최소한 최승환 교수보다는 뛰어난 "국제정치학계에서 인정받는" 정치학자들을 참모로 활용할 것이라는 선거공약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최근 지명 또는 임명한 정치학자 출신의 국가안보실장, 국가안보실 1차장, 외교부 장관 등은 "국제정치학계에서 인정받는"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멀다. 윤 대통령이 자신이 제시한 전문성 위주의 인사기준과도 전혀 일치하지 않고 무엇보다 국제정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정치학자들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로 보인다. 

객관적이고 사려 깊은 전문지식에 대한 조언이 아닌 자신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허수아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임명권 남용은 앞으로 5년간 권위주의적 정권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 헌법에 부여된 자신의 권한이라는 미명 하에 현재 진행 중인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사회 만들기는 국민을 위한 참된 정치권력이 무엇인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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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권력을 잡은 대통령이 가장 쉽게 범하기 쉬운 실수가 자신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은 흑백 논리로 나눌 때보다 흑과 백이 함께 공존할 때 더욱 발전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흑이나 백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우세하게 된다면 자유민주주의는 무너지고 우파나 좌파 권위주의적 국가로 변질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윤 대통령이 우파권위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검찰 출신들과 국제정치학계에 명함도 못 내미는 정치학자들을 멀리하고 40대를 중심으로 한 젊고 참신한 인재를 적극 발굴하고 활용하여야 한다.

향후 5년간 자신의 권위에 대한 안전보장을 위한 투자가 아닌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젊은 인재들과 국가의 장래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민주적인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참된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 장애인, 이민자 등에 대한 의견도 등한시하지 말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경제만 발전하면 자유민주주의가 저절로 발전될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운이 좋아 실질적인 세계경제대국이 되더라고 자유와는 동떨어진 사회 분위기를 만들 것 같다.

지금 윤 대통령이 그리고 있는 향후 5년간의 경제대국에서는 보통 사람들 보다는 부와 권력을 가진자들이 더욱 판을 치는 세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윤 대통령의 잘못된 경제관이 자식에 대한 그릇된 교육관을 가진 부자나 권력자들과 결합하게 되면 한국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더 심화될 듯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 이 말은 이제 야당인 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다수당으로 있으면서 윤 대통령의 임명권과 정책에 반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해석된다.

이것이 정말 문제가 된다면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만들기 위하여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국민의힘 의견을 억압한 것도 반지성주의가' 되니 이는 윤 대통령 자신에 대한 아주 심각한 자기 부정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소위 반지성주의에 의해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지 않았다면 현재의 윤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뒷간에 갈 때 마음 다르고 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속담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주장은 너무도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의 한 가지 병폐인 다수의 독재를 반지성주의로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현직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다수당이 된 야당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 선포와 다름이 없다.

참된 민주주의는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아 의회를 장악한 다수당과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협상과 양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다수당과 대통령의 소속 당이 다른 경우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의 묘를 살려야 하는데 윤 대통령의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은 취임사는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매우 걱정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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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교수는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 관계와 한국 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육군 장교 출신으로 <신흥 안보 문제: 미국 지하드, 테러리즘, 남북전쟁, 그리고 인권>을 비롯한 몇 권의 책을 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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