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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이주민 선별" 김성회가 제시한 통계에 쏟아진 의혹

계명대 김혜순 교수 "실태조사 한 적 없어"... 이주 인권 전문가 "이주민에 대한 사회 불신 조장" 비판

등록 2022.05.12 19:21수정 2022.05.1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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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9월 1일 레인보우합창단과 함께 유엔본부 공연을 펼치는 한국다문화센터의 김성회 대표. ⓒ 연합뉴스

 
"정부에서 숨기고 있는데 비공식 조사에 의하면 4%만이 정상적인 중도입국 자녀입니다."(2019년 9월, '김대호 TV' 대담 중)

"계명대 김혜순 교수가 설문조사를 했더니... 비공식 통계예요. 비공식 통계에서 96%는 가짜, 4%만이 진짜 전 남편의 자식이에요 (...) 그래서 4%만이 진실이고 96%는 가짜. 대졸자는 내쫓고 고졸자 받아들여서 케어하더니, 그것도 중단되고 초등학교 졸업자 아니면 중학교 중퇴자를 받아들여서 케어하고 있는 실태. 이것이 대한민국 다문화정책의 20년 성과예요. 얼마나 실패하고 있는가 보면 알 수 있죠."(2018년 8월, 사회디자인연구소 유튜브 <문재인 정부의 다문화 정책> 강의 중)


동성애 혐오, 일본군 '위안부' 비하 발언으로 비판받고 있는 김성회 청와대 종교다문화비서관이 과거 다문화가정과 이주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주민을 학력 등으로 구분 지으며,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언행을 반복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그가 내세운 통계는 근거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외국에서 자란 청소년이, 부모가 한국에서 결혼(재혼) 또는 취업을 하면서 함께 입국하면 중도입국자녀로 분류된다. 김성회 비서관은 두 영상에서 중도입국자녀의 4%만이 실제 이주민의 자식이고, 나머지는 '친척'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사회디자인연구소 유튜브 영상에서 그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올 수 없는 사람들이 중도입국자녀로, 편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다보니까 복지 비용은 엄청나게 들어가고 사회 통합 비용만 엄청나게 들어간다"라며 다문화 인식이 나빠지는 까닭을 중도입국자녀 수용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김 비서관은 한국다문화센터 공동대표 시절 월간조선 2016년 1월호 <多文化·여성정책 뛰어 넘는 移民정책 필요>에서 "지금처럼 우리와 문화적 배경이 너무나 다른 나라에서 중등학력 수준의 인력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특정국가 출신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문제다. 국가별 쿼터제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 국내 정주를 목적으로 들어오는 이주민에 대해서는 점수제를 시행, 가급적 양질의 이주민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김성회 "2015년 김혜순 교수 논문 인용"... 김혜순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다"

자신이 한국 다문화 정책의 실패 근거로 언급한 '96%는 가짜 중도입국자녀'라는 말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비서관은 12일 페이스북에 "(중도입국자녀 제도의)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중도입국자녀의 대부분은 결혼이주여성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 한국인들의 친인척이었다"라며 "그 비율이 92%까지 되었고 정작 정확한 의미의 중도입국자녀는 4%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2015년 계명대 김혜순 교수의 논문 중, 중도입국자녀에 대한 실태조사로 확인되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수 년 전에도 다른 건으로 그분 글에 제가 인용 되었다며 확인전화가 왔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라며 "저는 중도입국자녀 관련 실태조사 한 적 없고, 그런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이와 관련한 조사를 인용한 기억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마이뉴스>는 김 교수가 쓴 <지역사회연구와 이민현상>, 2014년에 발표한 <결혼이민여성의 이혼과 '다문화정책' 등을 살펴봤으나 중도입국자녀에 대한 실태조사 내용을 찾지 못했다. 이에 김 비서관에게 문자와 전화 등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논문을 인용했는지 물어봤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김성회 비서관이 근거가 불분명한 통계를 이용해 말하고자 했던 내용이다. 앞서 두 영상에서 김 비서관은 '월간조선' 기고글과 동일하게 '국가쿼터제'와 '점수제' 등을 통한 이민 정책을 세우자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한국에 들어온 이주민들을 '갈등'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앞으로는 선별해서 외국인을 받아들이자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는 사회디자인연구소 강의에서 "20년 간에 걸친 인권 복지 위주의 온정적 다문화 정책으로 이주민들의 '질'은 훨씬 더 열악해졌다"라고 강조한다. 

이주 인권 전문가들은 김 비서관이 이주민과 원주민을 '갈라치기' 하고, 이주민과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는 발언을 계속해왔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주민 갈라치기'... 이주민을 통제·관리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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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20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2022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에서 이주노동자 및 참석자들이 인종차별 근절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혜실 이주민방송 대표는 "예전에는 (결혼이주여성 중)초혼이 많았지만 지금은 사별했거나 이혼해서 재혼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자신의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고 해서 다문화가족지원법상 중도입국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다. 당연히 전 남편의 자식이 오지 않겠나"라며 "그런데 근거가 불분명한 통계를 인용해 이런 레토릭을 구사하는 이유는 결국 '순수한 국민', '순수하지 못한 국민'을 따지는 '갈라치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중국인 선거권'을 언급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김 비서관의 발언은) 오히려 이주민 불신을 높이고 사회 통합이 아닌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중도입국 청소년이 적응 못하는 것은 사실 한국 사회 구조와 정책의 잘못인 건데 이는 지적하지 않는다. 이주민을 이등시민이자 불안한 존재로 보는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가 양질의 시민이냐' 따지는 것은 아주 능력주의적인 사고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측면에서만 이주민을 바라보는, 너무나 잘못된 관점이다. 중도입국청소년을 희생양으로 만들지 마라"라며 "이주민 정책은 이주민을 동등한 인격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같은 시민'으로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인 조영관 변호사는 김 비서관의 발언들에 대해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이주민 집단과 아닌 집단을 구별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가중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혈통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을 인정하고 사회통합을 만들어가는 것이 '다문화국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시각에서 나온 발언이다"라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책임 높은 사람의 발언이라고 하면 더더욱 부적절하다. 특히 (중도입국자녀의 경우) 나머지 96%는 불법을 저지르거나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이니 우리 사회에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묘사했다"라고 지적했다.
#김성회 #중도입국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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