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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정악, 산조, 민요 통해 전통의 가치 재발견하다

[인터뷰] 이용탁 예술감독 "우리 음악의 소중함과 가치 전달하고 싶어"

등록 2022.05.22 14:55수정 2022.05.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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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공연모습 ⓒ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예술감독 이용탁)은 오는 26일과 27일 오후 7시 30분에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전통의 재발견II-리크리에이트(re-creat)'라는 주제로 정기공연을 개최한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만파식적 설화, 정악, 산조, 민요 등을 주제로 정태봉, 서순정, 최지혜, 강순미 4인의 작곡가가 만든 초연 작품 '만파식적 2022', '대금과 피리를 위한 표정(表正) 협주곡 풍류(風流)', '3개의 현악기를 위한 산조협주곡 시절풍류', '한오백년환상곡' 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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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탁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 ⓒ 이용탁


이용탁 예술감독은 지난 21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국악관현악의 역사가 서양음악에 비해 길지 않지만 국악관현악 작품들이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기에 고정 레퍼토리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우수한 작품들을 확보하여 국악 관현악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의 재발견이란 타이틀로 한국고유의 전통선율이 담긴 순수관현악곡 두 곡과 협주곡 두 곡을 새롭게 위촉하여 세계초연으로 선보이게 되었다"며 이번 공연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 첫 번째로 연주되는 정태봉 작곡의 '만파식적 2022'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만파식적 설화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만파식적을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나돌던 전염병이 멈추고, 가뭄에 비가 오고, 장마에 비가 그치고, 폭풍이 잔잔해지고, 거센 물결이 가라앉았다고 전해진다.

작곡가는 코로나19와 전쟁, 자연재해 등 현시대의 아픔과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염원을 곡에 담았다고 한다.

이용탁 예술감독은 삼국유사의 설화를 배경으로 작곡한 만파식적 2022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이 곡에서는 어느 특정한 악기의 차원을 넘는다. 곡은 전체적으로 느리고 부드럽게 흐른다. 곡의 전 부분에 걸쳐 장구와 템플블럭이 짝을 이루어 전체 리듬 골격을 구성하여 정아하고 단아한 정악 느낌의 선율이 관악기를 통해 흐른다. 이와 대비되는 현대적인 음향요소를 가진 가야금의 아르페지오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서순정씨가 작곡한 '대금과 피리를 위한 표정(表正) 협주곡 풍류(風流)'는 피리, 대금, 해금 중심의 정악 표정만방지곡을 관악기 중심의 관현악곡으로 편성한 작품이다.

선율을 이끌어가는 관악기에 중심을 두고, 그중 피리(임규수)와 대금(김상준)이 함께하는 협주곡으로 창작하였다.

같은 선율을 여러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동시에 곡 중간 독주자들의 기량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을 살려 전통성을 극대화 하였다. 곡은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른 정치가 만방에 퍼지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용탁 예술감독은 "정악은 대표적인 궁중음악이다. 합주음악인 관악영상회상과 표정만방지곡은 정악에서 잘 알려진 곡이다. 이러한 합주음악 중 피리와 대금을 위한 관악 2중주 협주곡인 표정(表正) 협주곡을 '풍류(風流)'란 제목으로 첫선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상령산과 삼현도드리, 타령을 새롭게 작곡하여 협주곡으로 연주한다"며 "1악장 하늘(상령산), 2악장 바다(삼현도드리), 3악장 땅(타령)은 자연을 주제로 우리 순수 전통음악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동시에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표현한 작품이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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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공연 포스터 ⓒ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세 번째로 연주되는 최지혜씨가 작곡한 '3개의 현악기를 위한 산조협주곡 시절풍류(時節風流)'는 가야금(김일륜), 아쟁(김영길), 거문고(이형환) 협연자 세 사람에게 배어 있는 산조의 가락들을 한데 담아 작곡한 곡이다.

산조는 오늘날 새로운 창작음악을 만들어내는 토양이다. 시절풍류는 아쟁의 김영길, 가야금의 김일륜, 거문고의 이형환 명인에게 체화된 가락을 토대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장단의 흐름으로 골격을 잡아 관현악과 호흡할 수 있도록 작곡되었다. 또한 산조의 자유로움과 조화로움을 극대화했다.

이용탁 예술감독은 각 연주자의 즉흥 연주를 백미로 꼽았다.

"산조는 대표적인 민속음악으로서, 국악기의 독주곡을 의미한다. 이렇게 구성된 독주곡을 아쟁, 가야금, 그리고 거문고의 악곡으로 새롭게 구성하여 3중주 협주곡으로 연주된다. 이 곡은 악장의 개념보다는 전통장단의 기본 틀을 중심으로 동살풀이, 진양, 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 그리고 엇모리의 리듬으로 작곡되어 초연된다.

특히 독주곡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굿거리와 자진모리 후반부에 산조의 백미인 즉흥음악 시나위를 관현악과 함께 연주한다. 카덴차(Cadenza) 형식의 각 연주자가 즉흥으로 연주하는 부분을 백미로 뽑는다."


마지막으로 연주되는 강순미 작곡의 '한오백년 환상곡'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강원도민요 한오백년을 토대로 창작한 작품이다. 아리랑 못지않게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한오백년의 절절한 정서와 반복적으로 흐르는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오백년 사자는데 웬 성화요'라는 후렴구 선율을 살렸다. 때로는 소편성과 대편성을 넘나드는 연주로 구성되어 있어 여러 악기가 저마다의 색을 표현하며 웅장한 선율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용탁 예술감독은 한국적 정서가 가득 담긴 한오백년 환상곡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곡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한오백년은 강원도 지방의 대표적인 민요로 후렴에서 유래되었다. 선율과 가사가 인생의 한을 읊으면서도 생생한 흥겨움이 있어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민요이다. 한국적 정서가 담긴 선율을 중심으로 순수 클래식 관현악이 연주된다. 이 곡은 조성의 다양한 변화와 리듬, 동양적 색채의 현대적인 화성으로 작곡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곡으로 선보일 초연곡이다."    

감상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이 감독은 "이번 연주회는 각 곡마다 주제가 분명하다. 각 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변화와 리듬, 선율과 화성 등을 어떻게 풀어가고 완성시키는지 집중해서 감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통악곡인 아쟁, 가야금, 거문고 산조와 상령산, 삼현도드리, 타령의 정악 그리고 한오백년의 원곡을 먼저 감상하고 연주회에 오면 더욱 음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번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가슴이 벅차고 기대 또한 많이 된다"며 "대중에게 익숙한 음악을 새롭게 작곡하고 연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연습 과정을 통해 지휘자로서 완벽한 앙상블로 많은 관객에게 우리 음악의 소중함과 가치를 최대한 전달하고 싶다"고 이번 연주회에 임하는 자신의 감회와 포부를 이야기했다.

이번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정기 공연은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에서 예매 가능하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이용탁 #전통의 재발견 #정기연주회 #국악관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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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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