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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 55] 당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이었다

등록 2022.05.31 15:27수정 2022.05.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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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해 9일 오후 성공회대성당 마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 신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가 동분서주하며 활동하는 동안 2001년에 60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1997년 9월에 상도동성당 주임신부로 발령받아 봉직하다가 2003년에 제기동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했다. 통상 5년에 한번씩 옮기는 내부 규칙이었다.

사회가 점차 민주화되면서 정보기관의 뒷조사나 공작 따위는 사라졌으나 교계 일각의 차가운 시선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2004년 10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의 2대 이사장에 천거되었다.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에 특수법인으로 구성되었다. 

초대 이사장은 신교의 민주화운동 지도자 박형규 목사였다. 이사장은 비상근으로 급여도 없는 명예직이었다. 당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이었다.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고문당하고 박종철 군이 고문사한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을 요청했지만 경찰의 완강한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미군 한남동 휴양지를 제시했으나 미군이 이사 중이고 환경운동단체들이 환경훼손을 이유 삼아서 수용하지 않았다. 광화문에서 가까운 덕수초등학교의 공터가 행정안전부 땅이어서 이곳이 거명되었다. 그러나 수구신문들이 학교운동장을 뺏는다고 줄기차게 비난하여 역시 취소되었다. 

기념관 건립을 미뤄두고 기념사업회의 목적이기도 한 민주화운동의 사료 수집, 전산화, 홍보, 조사, 연구, 유적의 보존관리, 민주발전을 위한 각종 행사와 지원 등에 역량을 쏟았다. 그러는 와중에 정권이 교체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그들은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했다. 임기가 남아 있는, 비정치 전문분야의 기관장들까지 쫓아내고자 했다.

이명박이 대통령 된 뒤에 계속 압력이 들어오고 감사도 세게 받았어요. 문국주 상임이사를 쫓아내고, 그 다음엔 유영표 부이사장을 나가라고 했고요. 정권이 바뀌었으니 나가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식이에요. 그에 대해서 사업회는 특수한 단체고, 정권과 관련되는 게 아니라고 좋게 이야기를 했는데 "함 신부님도 그만두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내부에 들어와 분란을 조장하기도 하니 그때는 좀 힘들었어요. 이명박 때는 기념관 짓는 게 문제가 아니라 기념사업회의 생존 자체가 문제였지요. (주석 11)

정부 기관에서 기념사업회의 뒷조사를 하고 실무자들의 경리장부를 샅샅이 뒤졌으나 비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퇴진 압박이 갈수록 강해졌으나 그는 버텼다. 6월항쟁 기념식에서는 MB(이명박)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4대강 문제와 그의 독선 등을 매섭게 비판했다. 그런 연후에 거론되는 후임이 믿을만한 분이어서 2010년 사임했다. 보람과 아쉬움이 따랐다. 

첫째는 민주화운동 기념관인데, 그게 지어지지 않은 아쉬움이 늘 있고요. 둘째는 자료정리 부분인데, 지금 80만 건 정도의 자료가 수집되었어요. 그리고 민주시민 교육, 다음엔 아시아 네트워크를 조금이나마 넓힌 부분. 특히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때 고통받던 분들에 대한 위로의 자리를 마련하고,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도와주신 해외 민주인사들과의 내왕 등 민주화운동의 외연을 좀더 넓혔다고나 할까요. (주석 12)


주석
11> 앞의 책, 664쪽. 
12> 앞의 책, 666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함세웅 #함세웅신부 #정의의구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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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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