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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인사·10시간 인터뷰... 칸 흥행 중심에 한국 영화가 있다

[오마이 칸] 한국영화의 밤 및 <헌트> 파티에 관심, 마켓도 훈풍

22.05.25 17:33최종업데이트22.05.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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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현지 시각 기준) 개막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가 중반을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정상 개최를 선언한 만큼 흥행을 위한 영화제 측의 선택들이 어떤 평가를 받을까. 곳곳에서 한국 영화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장면들이 확인되고 있다. 

우선 경쟁 부문을 포함해 한국영화 혹은 한국 영화인들이 참여한 작품만 6편이 소개된다. 이정재 감독의 <헌트>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경쟁 부문, 문수진 감독 <각질>이 단편 경쟁 부문, 배우 오광록이 참여한 < RETOUR À SÉOUL >(아래 <리턴 투 서울>)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엔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가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공식에서 비공식 부문까지 골고루 포진한 한국 영화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3년 만에 열린 '한국 영화의 밤' 행사에서 이정재(왼쪽부터), 정우성,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홍정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대표가 건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상업성 강한 장르 영화나 대중적 소재 중심의 영화를 소개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과 영화제의 얼굴 격인 경쟁 부문, 그리고 작품성과 예술성을 판단하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과 단편 경쟁까지 고루 초청됐다는 사실은 그만큼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동시에 영화제 측에서 그만큼 한국영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행사 진행에 있어 영화제 측이 한국 영화를 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사례도 있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헌트> 종영 후 제작진 및 배우를 레드카펫 아래까지 배웅했다는 후문이다. <헌트> 관계자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알고 있다. 몇몇 분들이 귀띔해 주셔서 알게 됐다"며 "그만큼 영화제 측이 신경 써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리턴 투 서울>의 데비 슈 감독과 오광록 배우 등은 영화제가 주최한 특별 만찬에 초대됐다. 주로 경쟁 부문 초청작이나 관계자들이 중심인 해당 행사에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이 초대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오광록은 앞서 기자와 인터뷰에서 "크리스티앙 준 부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리턴 투 서울> 배급을 담당하게 된) 소니픽쳐스 클래식 회장이 직접 영화 감상을 전하며 격려했다"라고 전했다.
 
<헌트> 감독이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이정재는 영화제 행사장 곳곳에서 관객들의 사진 촬영 요청을 받고 있다. 22일 진행된 영화진흥위원회 주최의 '한국 영화의 밤' 행사엔 500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해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방문객수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홍콩 및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 관계자가 국가 봉쇄 등으로 영화제를 찾지 못한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흥행이라 할 수 있다.

덩달아 뜨거워진 취재진 경쟁
 

21일 팔레 데 페스티벌 인근 해변가에 마련된 영화 <헌트> 파티장. 입구에 이정재, 정우성의 입간판이 보인다. ⓒ 이선필

 
취재진의 경쟁도 뜨겁다. 영화 <헌트> 인터뷰 당시 외신들은 진지한 분위기로 취재에 임한 후 이정재와 주연 배우 정우성에게 기념 촬영을 부탁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25일부터 이틀간 이어지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외신 인터뷰는 10분 그룹 인터뷰로 총 10시간이나 진행될 정도다. 제작진 입장에선 60개 기자 그룹을 상대해야 하는 강행군인 셈이다.
 
필름마켓에서도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마켓 부스가 크게 줄어든 모양새였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영화 관련 부스에선 구매 및 작품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올해 칸영화제 마켓엔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판다 등 총 8개 업체가 부스를 차렸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마련된 CJ ENM 부스. ⓒ 연합뉴스

 
경쟁 부문 진출작뿐만 아니라 <공조2: 인터내셔날> <외계+인> <다음 소희> <보고타> 등 크고 작은 규모의 한국 영화들에 해외 바이어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계약이 급증한 데다 대부분은 국가별 계약이 아닌 각 대륙 혹은 문화권을 담당하는 지역 배급사에 위임해 판매되는 형태이기에 마켓에서 영화가 몇 개국에 판매됐는지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하지만 위축된 오프라인 마켓의 활기를 주도하는 게 한국영화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헌트>의 경우 <기생충>의 프랑스 배급을 담당한 조커스 필름이 프랑스 문화권 배급을 맡게 됐고, 북미권 배급을 담당한 네온(Neon)이 비딩(bidding)에 참여해 여러 업체와 경쟁 중이다. <기생충>의 북미 매출액 약 5천만 달러를 달성한 배급사가 <헌트>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건 그만큼 수익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외 영화를 수입하는 수입사 입장에서도 한국영화의 위치를 실감하는 분위기다. 한 영화수입사 관계자는 "확실히 일하면서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음식과 문화까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고 수입 가격을 낮춰주진 않지만, 좀 더 편하게 경쟁에 참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라고 귀띔했다.

영화 기관별 협업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21일 프랑스국립영상센터(CNC)와 영화의 방향성 문제를 논의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가졌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2차 라운드 테이블을 하기로 했고, 프랑스와 한국의 영화 학교 교류 및 공동 제작, 그리고 청년 영화인 교류 방안을 이어서 논의하기로 했다"며 성과를 전했다.

한편 칸영화제 기간 중 한 우크라이나 시민이 전쟁 반대와 러시아 감독 영화 초청을 반대하는 나체 시위를 벌이는 일이 있었다. 또, 35년 만에 속편인 <탑건: 매버릭>이 처음 공개되며 개막식 때 주최 측이 에어쇼 행사를 진행했지만 러시아 전쟁을 연상케 한다며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칸영화제 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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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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