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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논란' 휩싸인 보수 교육감 후보 조전혁의 과거

[주장] '목불인견' 수준인 막장 서울교육감 선거판... 아이들에게 부끄럽다

등록 2022.05.26 11:53수정 2022.05.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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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인구 950만 명(유권자수 830만 명), 유초중고 학생수 90만 명, 교사수 7만5000명, 학교수 2153개(학급수 3만6220개), 학원 수 1만3477곳.

2022년 서울특별시 교육 현황이다. 90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적용할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이자, 2000개 넘는 학교와 7만 명 넘는 교사를 대표하는 수장이 서울교육감이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정치 대통령은 청와대(지금은 용산)에 있고, 교육 대통령은 서울교육청에 있다고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의 주인공을 뽑는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어떤 선거보다 모범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서울교육감 선거전, 특히 보수 진영 내의 선거전이 목불인견(目不忍見) 수준이다. 

이번 선거에도 후보로 나선 조희연 현 서울시교육감은 2014년 서울교육 수장으로 취임한 후 재선에 성공하여 8년째 역할을 수행했다. 공직선거법의 3선 제한 규정으로 인하여 조 교육감은 이번이 마지막 교육감 도전이 될 것이다. 당연히 보수 진영에서는 문용린 교육감 이후 빼앗긴 서울 교육 수장 자리를 탈환하고자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교육감 선거에서 승부의 최대 변수라는 '진영간 단일화'에 목을 멘 것도 이것 때문이다.

선거운동 초창기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오던 보수 진영의 단일화는 후보 등록 전에 마무리되지 못했다. 투표를 일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현재 불씨가 완전히 꺼지진 않았으나, 돌아가는 상황만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각자 완주를 공언하고 있으며 박선영, 조영달, 조전혁 후보의 감정 싸움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학폭 가해자에 이어 상대후보 욕설·막말 파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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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자리해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최근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이 과거 학창시절 폭력 문제로 팀에서 나오거나 출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론의 반응만 봐도, 이제 학교폭력은 단순히 과거의 아픈 기억 정도로 치부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전혁 후보는 고등학교 시절 부산 D고에 입학했지만 졸업은 K고에서 했다. 같은 부산 소재인데 입학 학교와 졸업 학교가 다른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학교폭력 가해자로 자퇴 권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한 방 때려버렸는데 턱이 여러 조각이 났다", "고3에게 중상을 입혔다"라며 자신의 학교폭력 이력에 대해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관련기사 : "때렸더니 턱 조각 나"... 서울교육감 후보 조전혁 학교폭력 전력 http://omn.kr/1ykb5).


또 다른 보수후보인 박선영 후보는 지난 20일 출정식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가 그런 전력이 있어 자퇴까지 해야했던 자가 교육감이 되면 되겠나"라면서 조 후보의 자격 없음을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조전혁 후보는 "화를 참지 못해 때린 것'인데, 때린 건 내가 굉장히 크게 잘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만약 2022년 대한민국의 고3 학생, 그것도 무방비 상태의 친구를 일방적으로 때려서 뼈가 조각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힌 학생은 어떤 처분을 받을까? 학폭 전력으로 자퇴 권고까지 받은 학생이 학생회장 선거에 나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은 학교에서 학교폭력 징계 전력 자체를 학생회장뿐 아니라 학급회장 선거 출마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즉 학교였다면 선거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조전혁 후보의 학교폭력 이력 외에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의 단일화가 어려워진 이유가 있다. 바로 조 후보의 '욕설' 논란 때문이다. 조 후보 입장에서 학교폭력은 수십년 전 학창 시절 일이라 치부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현재진행형인 '욕설' 논란은 커다란 암초가 될 수밖에 없다.

성인이 함께 선거에 출마한 상대 후보를 향하여, 그것도 단일화를 논의하고 있는 후보이자 평소에 '누님'이라고 부르던 정치 선배를 "미친X"이라고 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욕설'만큼 더 놀라운 것은 이를 녹음해 공개한 조영달 후보를 '인간 말종'이란 극단적 언어로 공개적으로 비난한 일이다. 물론 통화 내용을 녹음해 공개한 조영달 후보도 이해가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조전혁 후보는 다음날인 23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조영달 후보를 "프락치", "간신배"라며 비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단일화를 논의하던 상대에 대해  공식적인 대변인 논평에서 이런 말을 썼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조전혁 후보는 24일 서울시교육청 출입기자단 기자회견에서 "품위를 못 지킨 부분에 대해서 사죄를 드린다", "박선영 후보의 감정을 건드린 부분에 대해서는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통화를 몰래 녹음했다며 강력 반발하는 조전혁 후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12년 전 '알권리'를 강조하며 그가 저지른 일들이 떠올라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2010년 그는 '국민의 알권리'를 운운하며 교원단체 소속 교사 명단을 불법으로 공개해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 설립과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교사들의 실명을 공개하여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사적 통화 공개를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 벌금 50만원... 선거공보물 조전혁 전과기록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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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명단 공개로 법원의 강제이행금 납부 명령을 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강제이행금의 일부를 납부하자 전교조 직원이 세어보고 있다. ⓒ 남소연

 
보수 진영 후보들은 위장전입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조전혁 후보는 2008년 총선에 출마하여 2위와 불과 2326표(3.9%p) 차이로 당선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그는 2008년 2월, 선거를 위해 살지도 않는 인천 남동구의 G아파트에 본인과 가족을 위장 전입신고한 뒤 3일 뒤에 또 다른 L주택으로 주소지를 다시 옮긴 혐의로 기소되어 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벌금 50만 원, 주민등록법 위반 벌금 20만 원의 유죄선고를 받았다. 벌금 총액이 100만 원을 넘지 않아 가까스로 의원직은 유지했지만, 당시에도 위장전입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국회의원이 교육위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선거 공보물이나 서울선관위 홈페이지의 후보자 소개에 의하면 조전혁 후보의 전과 기록은 '0건'으로 되어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유죄 선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서만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돼 있고, 그 이하 범죄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가 없다. 즉 조전혁 후보가 위장전입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사실이 있지만, 벌금 총액이 100만 원을 넘지 않기에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위장전입 유죄 선고를 받은 인물이 교육감 선거 출마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학교의 경우, 위장전입이 의심되면 교사가 직접 신고 주소지를 방문하여 실제 전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만약 학생이 위장전입을 통하여 전학을 하려 했다면 전학 자체가 불허된다. 나중에라도 위장전입 사실이 확인되면 입학이 취소되고 원래의 학교로 강제 복귀해야 한다. 심할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광역단위 자율형사립고와 같이 주소지에 따라 입학 자격이 주어지는 학교의 경우 위장전입에는 입학 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으며, 나중에라도 위장전입이 밝혀지면 합격이 취소되기도 한다. 즉 학생에게 위장전입은 '입학 자격' 자체를 따지는 중요한 문제란 의미다.

위장전입으로 문제가 된 보수 후보는 조전혁만이 아니다. 조 후보와 단일화를 두고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박선영 후보는 아파트 분양 등을 목적으로 무려 세 번이나 위장전입을 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학생의 위장 전입 여부를 확인하여 입학과 전학 허용을 결정하는 교육감이란 자리에 위장전입 전력이 있는 조전혁, 박선영 후보가 도전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 역시 학생들 앞에 민망한 일임에 틀림없다. 

반복된 입당과 탈당, 정치교육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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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전교조 교육감에게 학교 현장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힘을 합쳐 연대에 나서기로 했다"며 "6월 1일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교육감들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우리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역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며 당파적 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감 후보는 정당 공천을 금지하고 있으며 교육감 선거 후보의 정당 가입, 즉 당적 보유도 가능하지 않다. 당연히 정당이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는 것도 안 된다.

그는 2000년대 중반 '반좌파 비한나라당'을 표방하며 뉴라이트교육운동을 이끌다가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됐다. 2010년 전교조 명단 공개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다른 후보에게 밀려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조 후보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을 탈당해 그해 있었던 경기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26% 득표에 그치며 낙선했다. 경기교육감 낙선 후 다시 새누리당에 입당한 그는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천남동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다시 새누리당을 탈당하여 바른정당에 입당했고 2017년 지역구를 부산으로 옮겨서 부산 사하갑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그것도 잠시, 같은 해 11월 바른정당을 탈당하여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였으며 2018년에는 지역구를 해운대구을로 옮겼다. 2019년 1월 다시 지역구를 옮겨 해운대구갑 당협위원장이 되었고,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지만, 선거를 한 달여 남겨두고 하태경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렇게 부산에 뿌리를 내리는 듯했던 정치인 조전혁은 2021년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자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위촉되어 서울에 나타났다. 이어 2022년 5월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하여 현재 유력한 보수 후보 중에 한 명이 되었다.

박선영 후보 역시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하는 등 정치 이력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 교육감 선거에도 출마하는 등 상당한 기간 동안 정당의 당적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전혁 후보는 2014년에도 교육감 출마를 위하여 잠시 탈당하였다가 낙선 후 다시 정당에 가입하였고, 이번에 다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다시 탈당했다. 선거 출마와 당선을 위하여 최소 세 번의 탈당과 복당을 반복한 셈이다. 

심지어 서울에서 인천, 인천에서 경기도, 경기도에서 부산 사하, 부산 사하에서 해운대갑과 해운대을, 그리고 다시 부산에서 서울로 선거를 찾아 지역구를 옮겨다녔으니, '정치 철새'와 다름없다 해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선거를 위하여 수시로 입당과 탈당을 반복하고 있고, 지역구까지 옮겨다니고 있는 조전혁 후보를 비롯한 일부 교육감 후보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조전혁 #서울교육감선거 #박선영 #막말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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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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