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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글씨 공부, 전시회도 열어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 63]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

등록 2022.06.08 15:42수정 2022.06.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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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미사를 집전하는 함세웅 신부 ⓒ 조호진

 
그는 지금도 붓글씨 공부를 열심히 한다. 정신수련과 학습을 위함이다. 서예공부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2012년 현장 사목에서 은퇴하고 제 나름의 시간표대로 생활하고 있을 때입니다. 또다시 권유를 받았지만, 선뜻 답을 못 했습니다. 그러다 자택에서 투병 중인 김홍일 전 국회의원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방문하여 봉성체 기도를 올릴 때였습니다. 김 전 의원의 부인이 제게 붓글씨를 쓰냐고 물었습니다. 남편이 간직했던 귀한 문방사우를 제게 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문방사우를 들고 돌아오는 길, 팔에 전해지는 묵직함은 일종의 암시나 의무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그분께 연락을 취했습니다. 저의 붓글씨 선생님인 이동천 박사 말입니다. 예전에 제가 한 번 거절했던 전력이 있었던지라 조심스럽게 청했는데, 고맙게도 이 박사는 흔쾌히 응해 주었습니다. 이동천 박사는 미술품 감정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서예 분야에서 더 출중한 분입니다.

지금도 토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붓글씨를 배우러 나선다. 저는 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잘 지키는 사람인 그는 배우고 쓰는 데 열심이었다. '취미 삼아' 시작했던 일이 엄격한 스승을 만나 강훈련이 시작되고 일가를 이루었다. 

제가 처음 쓴 글자는 제 이름 가운데 글자인 '세'(世) 자 입니다. 그런데 이동천 박사가 묘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세' 자를 예서로 쓰면 땅 위에 세워진 3개의 십자가 형태라는 겁니다.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내적 감흥, 영적 전율이 일었습니다. 섭리, 운명이란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순간 '목숨 걸고' 온 힘을 다해 썼습니다. 이 박사는 글씨를 보더니 "신부님, 살아 있는 글씨가 뭐냐고 하셨죠? 바로 이겁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비로소 붓글씨란 바로 흐트러짐 없이 전심전력해야 한다는 신학교의 교육, 온몸을 던지는 순교적 결단과 일치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승이 제자가 사제이니 붓글씨로 성서 말씀을 쓰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고, 제자는 뜻이 같아서 주로 기도와 묵상할 때 주제어를 뽑곤 하는데, 이 기회에 성경 말씀에 대한 성서적 해석을 새로이 하고자 하였다. 

2020년 10월에는 윤형중 신부 추모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의 제목을 〈암흑 속의 횃불〉로 정하였다. 50여 점을 출품했고, 이 작품들은 빛두레 출판사에서 <암흑 속의 횃불>이란 제호의 '참스승 윤형중(마태오) 신부 추모집'으로 간행되었다. 

성경 말씀을 한글과 한자로 쓰인 휘호 내용 중 한글 휘호를 소개한다. 

〈정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암흑 속의 횃불〉
〈너 어디 있느냐〉(창세 3. 9)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레위 19. 2)
〈인권 회복 기도〉
〈민족 화해〉
〈반갑습니다〉
〈기쁨과 희망사목 연구원〉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소서〉
〈심장을 찢어라〉
〈죽게 되면 기꺼이 죽으리라〉
〈행복하여라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
〈힘과 용기를 내어라 무서워하지 말고 놀라지도 마라〉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힘차게 떠오르는 해처럼 되게 해주소서〉
〈주님께서 저를 기억해주소서 이번 한 번만 제게 다시 힘을 주소서〉
〈오 하느님 오 하느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귀를 기울이시고 눈을 뜨시어 주님의 종이 울리는 기도를 들어주소서〉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나이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게 아니라 내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입니다〉
〈매 맞는 너보다 때리는 내가 더 아프다〉

그의 서예 작품에는 반드시 이름 가운데 글자인 한자 '世' 자를 형상화하여 낙관처럼 썼다. 이렇게 시작된 붓글씨는 매주 월요일 <한겨레> 누리집에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로 이어졌다. "역사에 헌신했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과거를 현재화시켜 시대의 정신을 벼리기 위해 붓글씨로 '역사기도'"를 쓴 것이다.


주석
5>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 <한겨레>, 2021년 10월 2일.
6> 앞과 같음.
7> 앞과 같음. 
8>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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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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