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밥상

이젠 사장님께서 대접받아 마땅할, 진정한 <행복한 밥상>을 위해!

검토 완료

이태승(lcslts)등록 2022.05.25 13:21
 동네에 있는 식당 <행복한 밥상>을 처음 간 지는 3년 정도 됐다. 저녁 식사를 위해, 일주일에 보통 두세 번은 간다. 이곳도 코로나의 疫風(역풍)에서 온전하지 못했다. 저녁 손님이 간혹 나 혼자일 때도 있다.
 
그럴 때, 종업원이자 주방장인 동시에 사장님인 그분과 이따금 '인생' 얘기를 나눈다. 주로 사장님이 말을 하면, 나는 그 말을 듣고, 동의하는 편이다. 때론, 나와 다른 생각을 말할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매우 공감되는 내용이다. 사장님으로부터 '인생'을 많이 배운다.
 
사장님은 1955년생이다. 결혼하여 자녀 3명을 둔 딸과 그리고 아직 미혼인 아들이 있다. 단골이어서 그렇게 된 건지, 딸과 아들 그리고 손주 3명 모두를 식당에서 만났다. 아주 예의 바르게 보이는 손주 3명과 딸, 아들 그리고 사장님 모두는 말 그대로 '착한 티'가 묻어났다.
 
이런저런 얘기 가운데 식당 영업에 관한 내용이 많다. 가끔은 가족에 관한 대화도 나눈다. 대화 대부분은 '삶'에 관한 내용이다.
 
먼저 딸에 관한 얘기다. "사위는 딸과 고등학교시절부터 동갑 친구다. 스물한 살 '결혼'할 때부터, 아들처럼 끔찍이 예뻐해 줬다. 25평 빌라도 사 주었다. 맏손주가 이번에 입대했다. 딸 부부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사위가 '바람'을 피워, 딸 부부가 최근에 '이혼' 했다.
 
서른아홉 살 아들은 무척 성실하다. 직장도 튼튼한 편이고, 평상시에는 근검절약도 잘한다. 해외도 가끔 가지만, 비교적 소박한 여행을 즐긴다. 돈을 모아서 여행을 다닐 계획이란다. 결혼은 할 생각이 없다. 사장님도 처음에는 '결혼하라'라고 재촉했지만, 지금은 아들이 사는 모습이 나름 괜찮아 보인다."
 
사장님은 배우자에 관해선 전혀 말하질 않는다. 사장님이 먼저 얘기를 하지 않으면, 나는 좀처럼 먼저 질문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배우자와 '이혼' 또는 '사별'을 했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식당 TV에서 '중장년 부부의 여행 이야기'가 '행복'한 내용으로 방송됐다. 그때였다. 사장님의 한숨 섞인 '푸념'이 나왔다.
 
'나는 언제 저런 여행을 다녀 볼 수 있을까!'
'저 여자들이 부럽다.'
'나는 평생 일만 했는데'
'남편이란 사람은---.'
 
사장님의 입에서 '남편'이란 말을 처음 들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남편'이란 단어가 생경하게 다가왔다. 나도 한 여자의 '남편'이면서도. 아! '남편'이 계시는구나!
 
사장님은 두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약 30년간을 식당일을 했다. 그야말로 열심히 일했다. 일주일에 일요일 단 하루만 쉬었다. 두 자녀의 입학식과 졸업식,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심지어, 딸의 결혼식 당일 아침 영업까지 했다.
 
몸이 부서지라 일했다. 자신보다 3살 위인 남편은, 나이 삼십 대 후반부터 일하지 않았다. 아니, 일하지 못했다. 서서히 '눈'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거다. 사십 중반에 거의 '실명'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후론, 남편의 경제 능력은 전혀 없었다.
 
사장님의 반복되는 일상이란. 아침 영업을 위해 새벽에 집을 나오고, 저녁 영업을 마치고 귀가하면, 보통은 밤 9시가 넘었다. 몇 번 있었던 남편의 '입원'과 그리고 틈틈이 해야만 하는 '병간호'는 어찌 다 말하랴!
 
결정적 한 방의 말이 이어졌다. 살짝 상기된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최근 남편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내게 전했다.
 
"당신이 언제 내게 용돈 준 적이 있어!?"(아! 남편이 이 말을 했단다.)
 
사장님은 이 말을 듣고, '인생'이 무너짐을 느꼈다. 사장님이 말한다. "남편이 '노령 연금' 수령 전까지는 빠뜨리지 않고 매월 30만 원을 줬다. 지금은 식당도 어렵고, 남편이 '노령 연금'을 받으니까, 용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사장님의 말을 듣고 매우 당황스러웠다. 사장님에게 할 말이 떠 오르지를 않았다. 겨우 생각났다. '사장님은 그동안 어떻게 사셨어요?!' 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사장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란다. 유일하게 쉬는 일요일, 남의 식당에서, 삼겹살과 '소주 한 병'을 마시는 일이란다. 그 말을 전하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슬픔'과 '행복'이 동시에 느껴진다. 가슴 속 아주 깊게.
 
인생이란?!
 
사장님! 사장님이 하시는 식당 <행복한 밥상>은, 사장님의 계획대로 올해까지만 하시고, 그다음부터는 정말로 사장님이 하고 싶으셨던 거를 맘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고향 공주에 가셔서, 좋아하는 '나물'도 캐면서, 형제분들과 재밌게 그리고 때론 친구분들과 '여행'도 즐기시기 바랍니다. '공주님'처럼! 이만하면, 사장님은 충분히 여생을 즐기실 자격이 넘치고도 넘칩니다.
 
만일, 사장님의 식당 <행복한 밥상>이 없어지면, 저는 매우 섭섭해할 겁니다. 그 맛있는 음식을 어디서 먹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도 '꾹꾹' 참겠습니다.
 
이젠 사장님께서 대접받아 마땅할, 진정한 <행복한 밥상>을 위해 기꺼이 양보하겠습니다. 사장님 가족 모두의 <행복한 밥상>을 위하여!!!
 
식당 <행복한 밥상> 사장님에 관한 짧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내용 아닌가! 아! 엄마 이야기와 겹쳤다. 그립다. 엄마가!
 
2022년 5월 16일. 이 글을 <행복한 식당> 사장님 앞에서 직접 낭독했다. "고맙다.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을 잘 표현했는지---". 인사하신다.
 
그러면서 한마디 말을 덧붙이셨다. "자식들에겐 알리지 않을 거다. 나의 고생한 거를 알아봐 달라는 거처럼 느낄 수 있으니---". 부모의 마음이다.
 
낭독 중, 한 사람이 울컥했다. 누굴까? 사장님?! 아니면 나?! 여러분 생각은? 그렇다면, 왜?!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